전남 담양 메타세쿼이아길 입장료 징수를 놓고 법적 하자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메타세쿼이아길은 한동안 무료였다. 담양군은 2005년 옛 국도 25호선 폐도(廢道) 메타세쿼이아 길의 관리권을 정부로부터 넘겨받아 2012년부터 담양~순창 2.1㎞ 구간의 메타세쿼이아 숲길을 둘러보는 관광객들에게 성인 기준 1000원의 입장료를 받았다. 군은 2012년 42만 41명이던 관광객이 2013년 47만 4962명으로 13.1% 늘고 2014년에는 63만 8360명으로 무려 34.4% 증가하자 2015년 입장료를 인상했다. 성인 1000원에서 2000원, 청소년·군인 700원에서 1000원, 어린이 500원에서 700원으로 각각 올렸다.
지난 5년 동안 누적입장료 수입은 27억여 원에 이른다. 한때 폐국도에 불과한 이 길이 군 재정수입 증대는 물론 죽녹원과 함께 담양 관광의 양 축으로 관광활성화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담양군은 이처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인기를 끌자 인근에 메타프로방스 등 유원지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담양군은 현재까지 부지매입과 시설비용만 해도 425여 억 원이 투입됐고, 관리‧운영에 필요한 최소경비를 충당키 위해 법과 조례에 근거해 입장료를 징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담양군은 입장료 징수의 근거로 2010년 11월 제정한 ‘담양 자연발생관광지 관리 조례’를 들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도로 관리권을 넘겨받은 지자체가 입장료를 받을 권한이 있느냐는 문제가 뒤늦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주민과 지역 언론 등은 담양군의 입장료 징수가 법률 위임 없이 제정된 조례에 근거를 둔 것이기에 효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담양군이 입장료를 받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법 22조 규정에 따라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하는데도 ‘자연발생 관광지 관리조례’만을 근거로 입장료를 받아온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주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가로수길이 지방도가 아닌 국도에 위치한 데다 단순 보행로일 뿐인데 이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라며 유료화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슬로시티, 청정 대나무골, 가사문학, 친환경 농업 등으로 상징되는 담양의 넉넉하고 맑은 이미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주민 김 아무개 씨는 “담양군이 법률 위임 없는 상황에서 조례를 제정해 입장료를 받아 온 것은 불법이라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나왔다”며 “만약 불법으로 입장료를 징수했다면 그동안 입장료를 냈던 관광객들에게 반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객 김 아무개 씨(50)도 “국토부 소유의 국유지에서 담양군이 수년째 부당한 관광수익을 올리고 있다”며 “법을 지켜야 할 지자체가 편법으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담양군의 입장은 다르다. 지방자치단체 공공시설물의 경우 법률 위임이 없더라도 조례만으로 효력이 있다고 담양군은 주장한다. 군은 8월 28일 A4 용지 5장 분량의 ‘메타길을 포함한 메타세쿼이아랜드의 입장료 징수 행위의 적법성 검토 자료’를 통해 “원칙적으로 지방자치단체가 자치사무에 관해 법령의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며 “충분히 적법하다”고 밝혔다. 군은 “지방자치법 제136조 및 제139조에 공공시설의 이용에 대해 사용료를 조례로 제정해 징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조례로서 입장료를 징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사용료 징수 조례는 상위 법령에 근거를 두고 있어 적법하다는 것으로, 일각에서 주장하는 지방자치법 제22조, 즉 자치단체가 입장료를 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는 조항은 원칙적으로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게 군의 판단이다. 군은 “일반적으로 공공시설은 반드시 지방자치단체가 소유권을 획득해 제공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는 지난해 11월 법제처 유권해석도 근거로 제시했다.
담양군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이 인기를 끌자 인근에 메타프로방스 등 유원지조성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군은 메타세쿼이아길 관리가 ‘기관위임 사무’가 아닌 ‘담양군의 자치사무’라며 입장료 징수의 타당성을 주장했다. 군은 ‘자연 발생 관광지 관리 조례’ 등을 입장료 징수 근거로 내세웠다. ‘메타랜드 관리조례’는 담양군이 2010년 도시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로 고시된 공공시설물로 연면적 약 17만 8000㎡(약 5만 4000평)의 유원지를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조례다. 군은 “이 조례는 기관위임사무를 관리하기 위해 제정된 것이 아니고, 자치사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제정된 조례”라고 강조했다.
군은 “2005년 2만 3735㎡(7180평)에 해당하는 메타세쿼이아길은 담양군이 관리권을 국토교통부로부터 위임(안전건설과)받은 것은 기관위임사무라 하겠으나, 담양군 관광레저과에서 용도 폐지된 메타세쿼이아길을 유원지로 포함시켜 사용하기 위해 담양군 안전건설과로부터 사용허가를 받았다”며 “공공시설인 유원지(메타랜드)를 통합관리 근거를 마련키 위해 조례를 제정한 것은 ‘기관위임 사무’가 아닌 ‘담양군의 자치사무’이다”고 설명했다. 메타세쿼이아길을 공공시설물로 규정하려는 담양군의 강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논란의 끝은 메타세쿼이아길을 ‘공공시설로 볼 수 있을지 여부’에 달려있다는 게 지역 관가와 법조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관련법에도 공공시설에 대해서 지자체가 사용료를 징수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즉, 메타세쿼이아 길이 공공시설이라면 사용료 징수도 적법하다. 지역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담양군이 2005년에 용도폐기된 메타세쿼이아길에 각종 시설물을 설치했다면 공공시설로 볼 수 있는 확률이 높고 공공시설이라고 한다면 지방자치법 136조라든가, 144조에 따라 ‘사용료를 부과할 수 있고 조례를 제정할 수 있는 특별한 근거 규정이 있다’라고 판단될 소지가 높다”고 말했다.
전남도의 한 관계자도 같은 논리를 폈다. 그는 “담양군이 국도 24호 폐도를 공유재산법에 의거, 관리전환 받아 무상 관리하는 상태에서 추가 시설을 하지 않았고 위임법률이 없다면 입장료 징수는 할 수 없다”면서도 “지방자치법 제127조에 의거,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설치한 추가 공공시설물이 있으면 조례에 따라 입장료 징수는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담양군은 메타세쿼이아랜드 내에 기후변화체험관도 있고, 어린이프로방스도 있고, 여러 가지 추가로 설치한 시설이 있으며 그걸 다 통틀어서 이용 입장료를 받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결국 메타세쿼이아랜드에 설치된 시설물을 ‘메타세쿼이아길 추가시설로 볼 수 있느냐’와 입장료 징수 근거인 ‘담양 자연발생관광지 관리 조례’의 효력 여부가 논란의 향배를 판가름 지을 것으로 보인다.
정윤중·배윤영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