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1조 원 규모의 탈세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연합뉴스
최근 <일요신문>이 입수한 부영 탈세 제보 문건 및 제보자 A, B 씨 등에 따르면, 이중근 회장의 부영과 동광주택산업은 2009년 12월 28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물적분할을 결의했다. 이를 통해 당시 부영은 자산 양도차액만 3조 7299억 원을 늘리는 데 성공했다. 동광주택산업의 4866억 원 등을 포함하면 총 4조 2000억여 원의 증자 효과를 거뒀다. 같은해 12월 31일 물적분할에 의한 주식 양도차액에 대해서도 과세키로 법인세법이 개정됐음을 고려하면 시기적으로 아주 극적이었다. 법 개정 며칠 전에 물적분할을 결의한 덕분에 당시 부영은 양도차익에 따른 법인세만 9200억여 원을 절약했다.
이로써 부영의 자산 규모는 6조 원대에서 10조 원을 넘어섰고, 재계 순위도 50위권에서 20위권 내로 크게 도약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시 물적분할로 인한 자산에 대해선 증여세와 법인세 면제 등의 혜택이 있는 데다, 무엇보다 자산 실적이 크게 향상돼 건설업의 생명인 담보능력 급증에 따른 여신·입찰 등에서도 큰 도움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그렇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없어 보이는 이 물적 분할에 대해 뒤늦게 의혹을 제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는 그후 불과 1년이 조금 지난 후에 단행한 주주 실명화 작업에서 비롯된다. 2011년 1월 이중근 회장과 부영은 이전 주주명부상의 주주가 차명주주라고 실토했다. 해당관청에 자진 신고하고 명부상의 주식 1400만 주 중 회사의 주식 729만 주와 동광주택의 주식 400만 주를 이 회장 등의 명의로 실명전환 한 것이다. 물론 관련 세금도 납부했다.
그런데 이 실명화 작업 때문에 2009년 12월 물적분할의 효력에 문제가 생겼다. 물적분할을 결의한 당시 주총이 차명주주들에 의해 소집된 것이었음을 스스로 시인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또 당시 주총이 위법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하자가 있는 주총을 통해 결의한 물적분할 자체 및 그 효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부영 이중근 회장에 대한 탈세 제보 문건. 이 문건은 현재 국세청에 접수된 상태다.
물적분할을 둘러싼 이 같은 논란이 법 위반으로 인정될 경우 부영은 국세기본법 제26조 2 제1항 1호 납세자가 대통령이 정하는 사기나 그 밖에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 공제 받은 경우에 해당돼 처벌될 수 있다. 그 국세를 부과할 수 있는 날부터 10년간으로 명시돼 있다. 부영과 이 회장의 탈세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형국이다.
이 회장과 부영 측의 수천억대 탈세 제보는 현재 국세청에 접수돼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지방국세청은 “과거 조사국 당사자들이 현재 자리에 없는 관계로 조사 내용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당사자 외에는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국세청 역시 “서울지방국세청의 종결사건을 정확히 알 순 없다”면서 “다만, 충분히 조사했을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삼일회계법인 전 고위 임원과 세무법인 현인의 안성희 대표세무사는 “차명주주에 따른 주총불성립 등은 분쟁의 여지가 있을 수도 있지만, 세법과 상법에 따라 과세 부분은 다소 편법적인 모양새로 보인다”면서 “물적분할을 한 뒤 실명전환 했다면 양도차익에 따른 과세를 소급 적용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부영 측은 기자가 취재를 시작한 이후 무려 보름 동안이나 해명할 기회를 주고 여러 차례 통화를 했지만 구체적인 해명이나 답변이 없었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