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 연합뉴스
김 전 사무총장의 내정은 정부의 금융시장 개혁과 금감원의 위상을 강화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김 전 사무총장의 내정에 대해 대부분 금감원 개혁만 생각하지만 금감원의 위상 강화라는 점도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금감원은 금융위원회(금융위) 산하기관이라 금융위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데 김 전 사무총장은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행정고시 선배고 나이도 많아 자기목소리를 내는 데 다른 사람보다 쉬울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야권뿐 아니라 금융권과 시민단체에서도 한 목소리로 김 전 사무총장의 선임을 반대한다. 금융권 경력이 전혀 없는 비전문가라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채이배 국민의당 정책위수석부의장은 “일개 금융회사의 최고경영자도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이 가장 중요한 덕목인데, 금융지식이 없는 사람을 금감원장으로 내정한다는 건 굉장히 위험한 발상”이라며 “이번 인사도 코드인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김 전 사무총장은 쌓이고 쌓인 금융개혁의 여러 과제를 끌고 나가기에는 적절한 인사가 아니다”라며 “지금 요구되는 금감원장의 모습은 금융소비자를 보호해야 하는 등 정책목표를 조화시키기 위한 전문적 식견을 갖춘 사람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 일부에서는 김 전 사무총장을 금감원장으로 선임하면 한동안 금융당국에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금융권 다른 관계자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정부의 금융개혁 의지에 비하면 너무 평범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 등 최 위원장 아래 사람들은 대부분 관료 출신으로 이전 정권과 비교해 새로울 것이 없다”며 “그런데 금감원장을 전혀 다른 성격의 사람으로 선임하면 일정 기간 내부에서 대립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지난 8월 31일 설립한 ‘인사·조직문화 혁신 태스크포스(TF)’와 ‘검사·제재 관행 혁신 TF’는 채용비리 근절 등 인사제도 등에 관한 것이다. 현재 금융권 이슈인 개인종합관리계좌(ISA) 세제혜택, 채권소각 등에 대한 개편 방안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게 없다.
김조원 전 감사원 사무총장은 개혁적인 인물로 평가받지만 전문성이 부족해 금융권에서는 한동안 금융당국이 혼란을 빚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금융권에서 우려하는 또 다른 부분은 ‘연쇄성 인사’다. 이미 차기 산업은행장은 이동걸 동국대 교수, 수출입은행장은 은성수 한국투자공사(KIC) 사장을 내정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모두 별도의 청문회 없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주요 금융기관장에 친정부 인사가 들어서면 그들의 방향성에 따라 일반 금융지주사의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적지 않다.
지난 8월 16일 성세환 전 BNK금융지주 회장이 사퇴했고 박인규 DGB금융지주 회장은 비자금 조성 의혹으로 경찰의 내사를 받고 있다.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의 임기도 오는 11월까지다. 공교롭게도 BNK금융, DGB금융, KB금융의 최대주주는 모두 국민연금공단이다.
실제 차기 BNK금융 회장으로 김지완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이 유력하게 떠오르면서 낙하산 논란이 있었다. 김 전 부회장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기로 2012년과 2017년 대선 때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활동했다. 논란이 커지자 BNK금융은 회장 선임을 두 차례 연기했지만 내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는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며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운다는 점은 동의하지만 정부가 금융을 너무 쉽게 여기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전했다.
김 전 사무총장을 ‘금융권 보은인사’의 시작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전직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에 협력했던 인물을 제외하면 금융권 인력풀이 매우 부족한 게 현실”이라며 “그렇다면 이전 정권처럼 관료 위주의 인사나 전문성은 부족하지만 개혁 성향을 띠는 인사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데 청와대는 후자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김 전 사무총장이 차기 금감원장으로 결정된 게 아닌 상황에서 특별히 밝힐 입장이 없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