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스코트 레이디. | ||
요즘 유럽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매매춘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름하여 ‘에스코트 서비스’. 이름부터 일반 매매춘과 차별화하고 있는 이 서비스는 기존의 ‘섹스’만을 제공하는 성매매와는 차원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는 이 업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배경에 있다. 대부분이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혹은 아직 학교에 재학 중인 여대생이며, 은행원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여성들의 수도 적지 않다. 또한 낮에는 일반 직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매춘부로 활동하는 투잡족들이란 점도 특이하다. 품격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부호들이 즐겨 찾는 ‘에스코트 서비스’의 세계를 독일 시사주간 <슈테른>이 보도했다.
베를린에서 ‘노블레스 에스코트’라는 에이전트 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카롤라 포라스(34)는 자신들을 가리켜 “우리는 돈을 받고 일하는 ‘애인’이다”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다시 말해서 ‘성’만을 파는 일반 매춘부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에스코트 레이디’들이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은 비단 ‘섹스’뿐만이 아니다. 품위 있는 데이트 상대가 되어주는 것은 물론이요, 고객들의 성적 팬터지를 충족시켜주는 특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귀티 나는 외모와 고학력의 전문직 여성들이라는 점도 이들만이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 중 하나다.
독어나 영어 등 2개 국어를 구사하는 것은 기본이요, 여기에 불어나 태국어 등을 구사하는 여성들도 있다. 또한 취미도 승마, 스키, 골프, 뮤지컬이나 오페라 감상, 요트여행 등 귀족 스포츠 일색이다.
전직 부동산 중개인이자 현재 ‘이사벨’이라는 예명으로 ‘에스코트 레이디’로 일하고 있는 포라스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감성’을 자극하는 서비스다. 시간에 쫓겨서 억지로 하는 섹스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현재 그녀의 회사에 등록되어 있는 ‘에스코트 레이디’들은 120명 정도. 연령대는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다. 포라스는 “앞으로 이러한 고품격 매매춘 시장은 더욱 발달할 것이다. 돈과 시간은 많지만 외로움을 느끼는 부호들이 계속 늘어나고 부부 관계에 만족하지 못하는 남성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장담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최근 몇 년 사이 ‘에스코트 서비스’ 시장은 급속도로 팽창했다. 수백 명의 여성들을 거느리고 있는 한 대형 에이전트 회사의 경우 임금이나 홍보비 등을 제외한 월 순익이 15만 유로(약 1억 9000만 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서비스를 찾는 고객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고객들의 연령대는 보통 30대부터 50대까지며, 경제적으로 성공을 이룬 사업가들이 가장 많다. 사업가가 아닐지라도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사회적으로 지위가 있는 남성들이 주를 이룬다.
서비스는 주로 레스토랑이나 극장 등에서 시작해서 호텔방에서 끝난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품위 있는 식사를 마친 후 자연스럽게 특급호텔로 장소를 옮겨 본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인 것이다.
어떤 면에서 이 서비스는 일종의 ‘블라인드 데이트’ 즉 ‘소개팅’과도 비슷하다. 물론 다음 만남의 기약이 없다는 점과 돈을 주고 받는다는 점만 제외하면 말이다. 가령 호텔 로비나 레스토랑에서 처음 만나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마친 후 어디서 무엇을 할 것인지, 혹은 어떤 영화를 볼지 상의를 한 후 평범하게(?) 그리고 마치 오래된 연인인 양 데이트를 즐긴다.
이처럼 하룻밤을 보내는 ‘열두 시간 서비스’의 가격은 에이전트에 따라 적게는 800유로(약 100만 원)에서 많게는 1500유로(약 190만 원) 정도에 달한다.
하지만 ‘에스코트 레이디’들이 일반 윤락녀들과 가장 크게 다른 점 중에 하나는 돈 하나만을 목적으로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성들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 섹스를 즐기며, 심지어 돈을 버는 것보다 스스로 성적인 모험을 하고 싶어서 이 직업을 택한 여성들도 많다.
일반 매춘부들이 꺼려한다는 키스에 거부감이 없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여성 쪽에서 먼저 키스를 원하는 경우도 많으며, 이 여성들은 “키스 없이 어떻게 정열적인 섹스를 할 수 있느냐”고 반문한다.
▲ 독일의 주간지 <슈테른>에 실린 에스코트 레이디들의 사진 촬영 과정. | ||
한편 ‘에스코트 레이디’라는 직업을 구하는 여성들은 일반 직장을 구하듯 여러 에이전트의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면서 이력서를 넣는다. 낮에는 강의실에 앉아 수업을 듣는 여대생부터 의사나 변호사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현재 ‘에스코트 레이디’로 일한 지 7개월 된 알렉사(27)의 경우를 보자. 뒤셀도르프의 한 종합병원에서 의사로 일하고 있는 그녀는 동료 여의사를 통해 ‘에스코트 서비스’를 소개 받았다. 어느날 늘 명품 옷만 입고 다니는 동료 여의사에게 “우리 월급으로 어떻게 그렇게 좋은 옷들만 입을 수 있지?”라고 물은 그녀는 뜻밖의 권유를 받았다. 동료 여의사가 에스코트 서비스 회사를 찾아가 응시해보라고 귀띔해 준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일주일에 하루이틀 정도를 매춘부로 일하게 된 알렉사는 현재 한 달에 8000유로(약 1000만 원)를 벌 정도로 수입이 늘었다. 간혹 명품숍에 데리고 가서 “마음에 드는 걸 골라보라”며 선물 공세를 펼치는 고객들도 있었다. 현재 알렉사는 두 시간 서비스에 370유로(약 46만 원), 그리고 하룻밤을 보내는 열두 시간 서비스에 890유로(약 110만 원)를 받고 일하고 있다.
매매춘이 합법화된 유럽에서는 인터넷을 통해 매춘부를 구하는 것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덕분에 온라인에서는 수백 명의 매춘 여성들의 프로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에스코트 서비스’ 회사들 역시 예외는 아니다. 적극적으로 인터넷을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은 심지어 ‘구글’이나 ‘야후’와 같은 포털 사이트 맨 윗줄에 올라오도록 거금을 들이기도 한다. 유럽 내에서는 어느 나라건 국경에 제약을 두지 않고 출장 서비스를 나가는 것도 물론이다.
또한 각 여성들마다 취미나 특기, 혹은 다리의 털은 깎는지, 피어싱은 하는지, 어떠한 섹스기구를 사용하는지 등을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구체적인 선택도 가능해졌다.
이런 공개적인 서비스는 매춘이 비도덕적 행위가 아니라는 의식과 함께 사회의 일부분이란 인식이 자리 잡은 유럽에서만 가능한 어쩌면 우리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