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당대표로 선출된 안철수 대표가 꽃다발을 들고 감사인사를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전당대회 당시 안철수 대표를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은 “당 지도부가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고려해 깜깜이 선거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었다. 대선평가보고서 공개가 유보되자 당 내 일각에선 안 대표에게 불리한 내용이 담겨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었다.
그러나 막상 공개된 대선평가보고서는 평이한 수준이었다. 대선평가위는 먼저 안 대표가 더불어민주당보다는 자유한국당과 각을 세우는 전략이 필요했는데 아무런 내용도 없는 ‘중도’를 표방함으로써 MB아바타라는 이미지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지난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보궐선거였는데 이에 적합한 전략과 홍보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서 “안 대표는 촛불혁명이나 적폐청산 등과 일정한 거리를 두면서 적폐청산에 반대한다는 이미지,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에 대해 비판은 하지만 대안은 없다는 이미지를 심어줬다”고 분석했다.
또 “안 대표는 안보, 대북정책, 사회정책에 있어 이전 정부의 정책들에 대한 입장이 불분명했고, 개념이나 철학적 이해, 가치관의 정립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로 대선을 치렀던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이런 상황이 선거 막판까지 이어지면서 TV 토론에서 안 대표의 핵심적 약점으로 부각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고서는 “안 대표는 TV 토론에서 크게 실패했다. 캠프나 당 차원에서 TV 토론에 대한 준비를 잘하지 못했다. 안 대표 본인도 정치적 토론에 익숙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안 대표의 자강론이 지지의 확장이 시급한 시점에서 허무한 구호로 작용했다”면서 “오히려 자강론이 호남과 영남 모두로부터 외면받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석했다.
대선평가위는 당 중앙선대위 차원의 홍보와 메시지 전략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후보의 홍보, 뉴미디어 관련 전략, 지역 조직 정비, 선거자금의 전략적 배분 등 필요한 사전 작업들이 대선 전에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국민의당이 대선을 앞두고 정치홍보 경험이 전혀 없는 이제석이라는 개인에게 홍보 전권을 부여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대선평가위 위원으로 활동했던 정연정 배재대 교수는 “보고서는 다시는 그런 실수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쓴 것이다. 이미 대선에서 졌는데 누구 책임이 더 크다 적다 따지려고 만든 것이 아니다”라면서 “왜 전당대회에서 보고서를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했는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문재인 대통령의 경우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후 대선평가보고서를 통해 지적된 문제를 대부분 해결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다”면서 “국민의당이나 안철수 대표가 ‘보고서를 직접 보니 별거 없네’ 하고 넘어가면 다음 대선에서도 패배할 수밖에 없다. 대선평가보고서를 자세히 살펴보고 쇄신하는 계기로 삼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