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최고다윽박’. 옆에는 그의 애완견 ‘명순’. 박정훈 기자
[일요신문] 혼자서 방송을 기획, 출연, 제작하는 크리에이터 전성시대다. 일부 크리에이터는 한 달 수익이 수천만 원에 달하고 유명 크리에이터의 ‘이적’이 화제가 되기도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장래희망으로 크리에이터가 거론된다는 소식도 들린다. 스마트폰 1대만 있으면 누구나 쉽게 방송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크리에이터 시대의 현상들이다. 이에 <일요신문>에서는 온라인상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크리에이터를 만나 그가 어떻게 1인 미디어의 길로 들어섰는지, 어떤 마음가짐으로 방송에 임하고 있는지 등 궁금증을 직접 들어봤다. 그 주인공은 ‘아프리카TV’에서 닉네임 ‘최고다윽박’(이하 윽박)을 사용하는 김명준 씨다. 지난 8월 30일 그의 집이자 방송국이 있는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에서 만났다.
윽박은 지난해 1월 방송을 시작해 현재는 아프리카TV 내 크리에이터 랭킹 30~40위권에 드는 인기 크리에이터가 됐다. 누적 시청자수는 약 1270만 명에 이른다.
주로 낮 시간에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여주시 금사면 야외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스스로를 ‘자연의 왕’이라 부르며 인근 야산과 강을 뛰어다닌다. 비오는 야산에서 ‘워터슬라이드 놀이’를 하고 통나무를 깎아 수제 카약을 만들기도 한다. 많은 크리에이터가 스튜디오나 자신의 집에서 방송을 하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그가 자연의 왕이 되기까지 어떤 사연이 있었을까.
그의 1인 방송은 효심에서 시작됐다. 윽박은 “군대에 다녀온 시점에 아버지께서 돌아가셨다”며 “집에 어머니가 혼자 계시는데 학업을 이어 갈지, 일을 해서 돈을 벌지 고민했다. 그러다 밖으로 나가지 않고 집에서 할 수 있는 방송을 선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의 집은 여주시에서도 외곽에 위치해 있다. 버스가 40분에 한 대가 지나갈 정도다. 학교나 직장에 다닌다면 집을 떠나야 했다. 그는 “어머니를 혼자 지내시게 하기 싫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1월 인터넷 개인방송을 시작해 모은 돈으로 오는 10월부터 집을 새로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정훈 기자
어머니의 반대와 불확실한 미래에도 1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방송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역시 ‘수익’이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제가 큰돈을 만질 거라 생각하시는데 그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일반 직장인보다는 많은 편이다. 방송을 시작하고 시청자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생긴 수익으로 차도 샀고 오는 10월 정도에는 집도 지을 계획이다. 새 집을 지으면 더 다양한 방송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실제 대면한 그는 방송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짧은 대화만으로도 특유의 쾌활한 성격이 드러났다. 그런 성격은 학창시절부터 계속됐다.
“동네가 작아서 학생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초중고등학교 내내 전교회장을 맡았다(웃음). 반에서 오락부장 역할도 내 몫이었다. 어릴 때부터 사람들 앞에 서는 게 좋았고 웃게 만드는 것을 좋아했다. 대학도 레크리에이션과에 진학했다. 지금은 휴학중이고 방송에만 집중하려 그만둘 계획이지만.”
지금은 하루에도 수천 명이 그의 생방송을 찾아 들어오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콘텐츠도 지금과는 달랐다. 유명 크리에이터를 따라 하기도 했고 초등학생, 산타클로스 등을 흉내 내는 연기를 하기도 했다. 윽박은 “하루는 건달 연기를 하는데 내 연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시청자가 380명 정도가 모였다. 그때가 작년 4월인데 그 정도면 ‘대박’ 수준이었다. 그 이후 분위기를 이어나가겠다는 생각에 야외로 나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송에서 주로 흰색 러닝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머리카락과 눈썹도 없다. 과거엔 머리도 기르고 멋진 옷을 입기도 했다. 하지만 ‘더 솔직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시청자에게 다가 가겠다’는 생각에 현재의 모습을 고수하고 있다. 물론 웃음을 주려는 약간의 설정이기도 하다. 그가 편안한 모습을 보이자 시청자도 늘어났다.
방송이 인기를 끌며 주변의 시선도 변했다. 윽박은 “동네가 좁아서 지나치는 분들께 다 인사를 했었다. 하지만 바라보는 시선은 말썽꾸러기였다”면서 “이제는 제가 큰 사고 안치고 열심히 하는 모습을 인정해 주신다. 동네 주민 분들도 많이 좋아해 주신다”고 말했다. 실제 그와 거리를 지날 때나 인터뷰 중에도 많은 주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그들은 윽박에게 “방송 잘보고 있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윽박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연관 검색어가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그를 검색하면 ‘동물학대’라는 단어도 함께 나온다. 지난해 6월 자신의 애완견과 함께 방송을 하던 중 애완견이 새끼고양이를 물어뜯는 사건이 발생한 것. 이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있었고 신고가 이어졌다. 윽박은 이후 해명 영상을 게시하며 사과를 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사건이 부풀려진 부분도 있지만 제가 잘못한 일은 맞다. 그 후로 배운 점도 많다. 더 조심하고 있다. 앞으로 사과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때 욕도 많이 먹고 협박도 당해서 방송할 때도 긴장하는 면이 있었는데 지금은 나아졌다. 앞으로도 조심하겠다”고 말했다.
윽박은 “방송에 더 집중하고 싶어 머리를 밀었는데 방송중 시청자와 약속 때문에 눈썹도 밀었다”며 웃었다. 박정훈 기자
‘더 유명한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도 신중히 행동해야 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대중 앞에 서는 것이 꿈이었던 그는 대학 1학년을 마치고 군대에 다녀왔다. 그는 “한쪽 눈 시력이 많이 떨어진다. 솔직히 말하면 면제를 받고 싶어 대학병원에 가서 진단서도 발급 받았다. 의사 선생님도 면제 확률이 높다고 하셨다”며 “그런데 어릴 적부터 내 꿈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이었다. 규모가 크든 작든 대중 앞에 설 사람이 군대를 다녀오지 않는 게 안 좋게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녀오기로 마음 먹었다”고 했다. 매일 같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시청자를 만나는 그의 일상이 어쩌면 오래 전부터 준비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윽박의 방송에서는 러닝셔츠 아래로 보이는 문신이 눈길을 끌기도 한다. 그는 문신을 설명하면서도 자신의 꿈을 이야기하며 눈을 반짝였다.
“멋도 내고 싶고 좀 강해보이고 싶기도 했다. 가슴에 호랑이 문신은 군대 가기 전에 주변 친구들을 따라서 했다. 팔에 있는 문신은 위쪽부터 무궁화, 태극기, 심장, 마이크, 카메라다. 마이크와 카메라로 대한민국의 심장을 울리고 싶다는 의미다. 지금 하는 방송이 잘돼서 더 많은 분들의 심장을 울리는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