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24일 ‘바비큐용 곤로’를 들고 집에서 나오는 다나카 사장의 사진이 실린 7월 5일자 <주간문춘>. | ||
지난 6월 20일 홋카이도의 정육업체인 ‘미트호프’가 식품가공업체에 다른 고기를 섞은 가짜 ‘다진 쇠고기’를 유통시켰다는 것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드러났다. 사실 먹거리의 원료나 원산지를 속여서 파는 것은 어디에서나 흔히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에 속한다. 이번 사건도 처음에는 그런 평범한 사건으로 보였다. 그러나 조사가 진행되면서 충격적인 사실들이 속속 드러나기 시작했다. 특히 사태의 장본인인 다나카 미노루 사장(68)은 조사 과정에서 상식을 벗어난 태도로 일관했다.
처음 사건이 불거졌을 때 “제조 과정에서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일부러 가짜 쇠고기를 사용한 것은 아니라던 다나카 사장이 나중에는 말을 바꿔 “쇠고기가 부족하니 돼지고기를 섞어도 되겠느냐는 공장장의 질문에 그렇게 하라고 대답했을 뿐”이라며 공장장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이 말에 발끈한 공장장과 전직 종업원들이 “사장은 매우 독단적인 사람이다. 회사와 공장의 모든 일에 시시콜콜 관여했다. 가짜 고기를 만들라는 엄청난 결정을 일개 공장장이 할 리가 없지 않나”라고 언론에 밝히면서 다나카 사장의 본모습이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했다.
기자회견장에서 일어난 해프닝은 그의 엽기적인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자회사의 경영을 맡고 있는 장남과 삼남을 대동하고 나타난 다나카 사장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역시나 뻔뻔한 태도로 일관했다. 이를 보다 못한 장남이 그에게 “잘못을 했다면 인정하고 사실을 이야기하라”고 애원했다. 그제서야 다나카 사장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자신이 지시했다는 사실을 억지로 인정했다. 그러나 그 후에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내리는 판매점과 값이 싸다면 무엇이든 사는 소비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는 발언으로 책임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크로켓이나 미트볼 등의 원료가 되는 다진 쇠고기다. 이 고기를 사용한 가공식품들은 유명 유통업체나 학교 등으로 버젓이 유통되고 있었다. 지금까지의 조사에서 드러난 이 가짜 쇠고기의 내용물을 보면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우선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쇠고기 크로켓을 비롯한 각종 쇠고기 가공식품을 감정한 결과, 쇠고기 100%가 아니라 돼지고기나 닭고기, 양고기에 심지어는 돼지 내장과 소의 머리까지 섞여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트호프의 전직 종업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어느 날 사장이 다진 고기 덩어리를 먹어보고 무슨 고기인지 맞혀보라고 했다. 다진 돼지고기와 닭고기 등을 섞은 후 나중에 소기름을 주입한 것이었지만 쇠고기 맛이 났다. 아무도 맞히지 못하자 사장은 ‘고기를 섞으면 오히려 맛있어진다’ ‘발상의 승리’라며 의기양양하게 웃었다”고 한다. 돼지고기나 닭고기가 섞인 것은 그나마 양반에 속했다. 시중에 유통된 쇠고기 가공식품들 중에는 쇠고기 함량 0%의 제품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다나카 사장은 폐기 처분됐거나 상하기 직전의 고기를 싼 값에 수거하여 잘 씻어서 소독한 후 다시 원료로 사용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죄책감을 느낀 종업원들은 사장의 눈에 띄지 않도록 점심시간 등을 이용하여 몰래 고기를 버리기도 했다고 한다. 이밖에도 다나카 사장은 빗물을 지하 수조에 저장해놨다가 이를 출하용 냉동고기를 해동할 때 사용하거나 대량의 화학조미료를 첨가해 무게를 늘리고 다른 고기의 잡맛을 숨기는 등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이익 추구에 매달렸다.
이러한 다나카 사장의 끝없는 아이디어는 문제가 생겼을 때 특히 빛을 발했다. 거래처로부터 “제품 상태가 이상하다” “쇠고기가 아닌 것 같다” “상한 냄새가 난다”는 등의 불만이 접수되면 즉시 사과하고 제품을 회수했다. 거래처들은 오히려 “대응이 빠르다”며 좋은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회수한 제품은 폐기하지 않고 다시 냉동시킨 후 몇 년에 걸쳐 자회사를 통해 판매했다는 점. 그리고 보험회사에는 “제조 과정에서 과실이 있었다”거나 “종업원의 실수로 손해를 봤다”고 거짓으로 설명하고 보험금을 타낸 후 제품 회수나 처리 비용으로 생긴 손실을 메우는 방식을 취했다. 같은 일이 반복되면 의심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회사도 수시로 바꿨다.
정육업계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미트호프가 수상하다”는 소문이 조금씩 확산되고 있었다. 한 정육업계 관계자는 “다나카 사장은 다진 쇠고기를 반드시 냉동한 상태로 납품하도록 엄격하게 지시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가짜 쇠고기가 신선해 보이도록 돼지 심장을 갈아서 돼지 피와 함께 섞어 색깔을 낸 것이었다. 녹으면 이런 사실이 들통날까봐 늘 냉동상태를 유지한 것”이라고 말한다. 색깔이나 상태가 나쁜 고기를 가리켜 “이거 미트호프 제품 아니야?”라는 표현이 통용됐을 정도라고 하니 정육업계에서 미트호프의 평판이 어떠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처음부터 미토호프의 평판이 나빴던 건 아니다. 이 회사는 1976년 창업한 이래로 꾸준히 성장하며 대외적으로는 좋은 이미지를 유지해왔다. 그러다가 쇠고기 시장 개방으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1998년 무렵부터 비용 절감을 위한 온갖 노력(?)이 시작됐다.
그 노력의 산물인지 지난해에 다나카 사장은 문부과학성이 과학기술 분야에서 공적을 쌓은 사람에게 수여하는 ‘창의연구 공로자’로 표창까지 받았다. 다나카 사장이 고안한 ‘다진 고기를 만들 때 지방과 고기가 균등하게 섞이도록 하는 기계’ 덕분이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뛰어난 발명품이 가짜 쇠고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은 결국 다나카 사장의 형사 입건과 회사 폐업이라는 대가를 치르고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