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 번의 대재앙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조지 폴스. | ||
목숨이 질기다는 말은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뉴욕에 거주하는 조지 폴스(67)에게는 남다른 별명이 하나 있다. 바로 ‘구사일생 전문가’라는 별명이 그것.
그도 그럴 것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난 무시무시한 대재앙을 여러 차례 겪고도 무사하게 살아 남은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당한 두 번의 대형 교통사고나 비행기 추락사고는 시시할 정도다.
1985년 멕시코시티 대지진, 2001년 9·11 테러, 2004년 지진해일 등이 그가 살아 남은 대재앙들이다. 이쯤 되면 근래 벌어진 메가톤급 재난 장소에는 모두 그가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멕시코 지진이 발생하던 날 그는 지진 발생지의 한복판에 있었다. 이른 아침 아파트 7층에서 잠을 자고 있던 그는 순간 건물이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잠에서 깨어났다. 그는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 “장롱과 책장이 마구 쓰러졌고 접시들이 바닥에 떨어져 깨졌다. 그렇게 몇 분간 흔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 무슨 일인가 싶어 베란다로 뛰어 나간 나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숨이 멎었다. 내 아파트 주변의 모든 건물들이 폭삭 무너져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그는 진도 8.1의 강진에도 몸에 상처 하나 없이 기적적으로 살아 남았다.
2001년 9·11 테러 발생시에도 그는 쌍둥이 빌딩 안에 있었다. 그날 아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던 그는 세계무역센터 역에서 하차한 후 곧바로 쌍둥이 빌딩 북측 타워 로비를 가로질러 가고 있었다. 그는 “바로 그때 ‘쾅’하는 굉음이 들렸다. 순간 뭔가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직감했고, 그 길로 무작정 밖으로 뛰쳐나갔다”고 설명했다. 밖으로 나온 그는 자신의 눈 앞에서 무너지는 건물을 지켜 보았다.
2004년 12월 태국에서 지진해일이 발생했을 때도 그는 현장에 있었다. 35년 동안 매년 브라질에서 휴가를 보내던 그는 그 해만큼은 뭔가 색다른 경험을 해보고 싶다면서 생전 처음으로 푸껫으로 향했다.
지진해일 발생 하루 전날 푸껫에 도착한 그는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호텔을 잡았다. 다음날 아침 여자친구와 함께 지프차를 타고 해변으로 향했던 그는 순간 자신의 눈을 믿지 못했다. 그는 “갑자기 거대한 파도가 우리 쪽으로 밀려 오는 것을 보았다. 지프차 안에 타고 있던 우리들은 순식간에 파도에 떠밀려 갔고, 그렇게 몇 분 동안 물 위에 둥둥 떠 있었다. 물이 자동차 안으로 밀려 들어오기 시작하자 창문을 열고 밖으로 빠져 나와 헤엄쳐 도망쳤다”고 당시의 급박했던 순간을 회상했다.
너무 큰 일들을 겪다 보니 이제는 어떠한 사고도 놀랍지 않다고 말하는 그는 “오히려 이런 일들을 겪고 나니 두려움이 없어졌고, 여유롭게 사는 자세를 배웠다”고 말하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