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 이라크에 파견된 일본 자위대원들. AP/연합뉴스 | ||
감시당한 이들 중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 운동에 앞장선 단체나 개인뿐아니라 소비세나 연금 문제를 규탄하는 집회에 참석한 이들도 있었다. 문건에 이름이 언급된 사람들 일부가 지난 정보보전대를 직접 찾아가 해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자위대 정보보전대는 정보 보호를 위해 필요한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하고 처리하기 위한 방위상의 직속부대다. 과연 자위대가 문건처럼 일반인들을 감시해온 것이 사실일까. 이에 대해 규마 후미오 전 방위상과 정보보전대는 감시 사실을 시인했다. “자위대 활동에 지장을 줄 염려가 있는 활동”에 대해선 일반인까지 감시해왔다는 얘기다.
그러나 소비세나 연금문제가 이라크 파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사실상 사상 이념과 상관없이 일본 국민 전체에 대한 무차별적인 감시가 이뤄졌다는 방증이다. 6월 19일 규마 전 방위상도 의회에서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국민을 정보수집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인정했다. 심지어 이번 문건에는 일본 정부와 뜻을 같이하며 북방영토 반환을 요구하는 우익 단체의 이름도 올라 있었다.
이를 두고 언론과 국민들은 감시를 통해 얻은 정보를 향후 국가에 동조하지 않는 국민을 탄압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
그렇다면 정보보전대는 어떤 식으로 감시와 정보수집 활동을 했을까.
자위대 관련 군사 저널리스트인 가미우라 모토아키 씨는 “도청이나 미행은 일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며 자신이 미행당한 경험을 얘기했다. 1985년 일본 항공기 추락 사건과 관련해 방위청(현재의 방위성)에 취재를 다녀오던 가미우라 씨. 누군가 뒤를 밟고 있다는 낌새를 챈 가미우라 씨는 방송국 직원과 함께 미행하던 사람의 모습을 녹화하고 그를 잡아 다그쳤다. 그는 자신이 조사대(현재의 정보보전대)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방위청으로부터 “실례를 끼쳐서 미안하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한다. 가미우라 씨는 “자위대에 호의적인 나에게까지 미행을 붙일 정도였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전직 자위대원인 A 씨는 디지털화가 진행되면서 정보 수집이 훨씬 쉬워졌다고 설명한다. “인터넷 게시판이나 블로그 등을 활용하면 개인정보와 사상, 활동계획 등을 줄줄이 입수할 수 있다. 얼핏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정보도 많이 쌓이면 신뢰도가 높은 정보가 된다”는 게 그의 얘기.
정보보전대가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 중에는 영화에나 나올 법한 ‘미인계’도 있다. ‘허니트랩’이라는 이 작전은 젊은 여성을 감시 대상이나 단체에 접근시켜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이다. 이 방법은 특히 노조 간부 등에게 자주 써먹는데 대부분의 경우 성적인 접촉이 없어도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10여 년에 걸쳐 자위대의 해외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국내 치안과 관련한 출동도 늘려가고 있다. 자위대법은 사실상 자위대가 ‘맘만 먹으면’ 일본 국민을 대량 살해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78조의 “내각총리대신은 치안 유지를 위해 자위대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내용과 90조의 “무기를 사용하는 것 이외에 (집회나 폭동 등을) 진압하거나 방어할 수 없을 경우에는 자위대의 병기를 국민에게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그 근거다.
이를 ‘치안출동’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올해 5월 11일 오키나와에서 미군의 헬기 이착륙장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의 집회가 열린 근처 바닷가에 해상자위대의 거대한 소해모함이 출동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규마 전 방위상은 “민생 협력”이라며 국민을 보호할 목적이었음을 강조했지만 군함의 출현에 주민들은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군사평론가 마에다 데쓰오 씨는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해 존재해야할 자위대가 국민을 감시하고 위협하는 존재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