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인도의 고급인력들. 로이터/뉴시스 | ||
일본 내에서 어학과 IT기술이라는 높은 경쟁력을 갖춘 이들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주간지 <스파!>를 통해 인도 출신 비즈니스맨들의 저력이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봤다.
인도인들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낼 정도로 창의성이 강한 사람들이다. 인도인의 창의성은 이미 여러 분야에서 입증됐다. 세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핫메일(Hotmail)’은 인도의 대학생이 고안한 것이고, 인텔의 ‘펜티엄 프로세서’를 처음 고안한 것도 인도인이다.
그 때문인지 인도의 비즈니스맨이라고 하면 수학에 강한 이공계 인재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러나 그들은 기술자의 지식뿐 아니라 세일즈맨의 빠른 계산과 경영자의 마인드까지 갖춘 고급 인력이다. <스파!>는 인도에서 많은 인재들이 배출되는 이유를 논리적 사고와 응용력을 가르치는 인도식 교육과 엘리트 특유의 상승지향욕구,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등의 요소에서 찾고 있다.
지금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19단’은 본래 세계에서 유일하게 인도에서만 채택된 수학 교육법으로 인도의 초등학생 중에는 ‘24단’까지 외우는 학생들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암기력과 기초 계산력은 이공계 인재 배출의 주요 동력이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다.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
인도식 교육의 특징은 해답만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해답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중시하는 데 있다. 실제로 인도의 교과서를 보면 처음부터 문제와 함께 답이 나와 있고, 그 과정을 아이들이 알아내도록 하는 ‘증명 문제’가 많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논리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자신의 의견을 논리정연하게 펼쳐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는 능력은 IT업계뿐만 아니라 국제 비즈니스 무대에서 문화와 배경이 다른 사람들과 일할 때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인도 비즈니스맨들이 세계에서 활약하는 데는 그들의 끊임없는 노력과 상승지향욕구도 한몫한다. 인도의 IT 관련 학부 졸업생은 매년 30만 명을 넘는다. 기술과 과학이 훨씬 발달한 일본의 10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그러나 인도에서 대학이나 전문학교 등의 고등교육기관을 졸업한 사람이 전체 인구의 7%(약 8400만 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이 ‘극소수’의 엘리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자부심과 엘리트 의식이 그들을 더욱 노력하게 만든다.
이런 인도인들의 교육에 대한 열정은 일본의 인도계 국제 학교 설립으로 이어졌다. 나중에 자녀들과 인도로 돌아갔을 때 “경쟁이 심한 인도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쟁력을 심어줘야 하는데 일본의 학교에서는 그런 교육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이 학교에서는 모든 수업이 영어로 이루어지며 수업의 수준도 높다. 이 학교가 알려지면서 교육열이 높은 일부 일본의 학부모들은 자녀에게 영어와 국제적인 감각을 가르치기 위해 이곳에 입학시키고 있다.
인도 속담에 ‘강가에서 살려면 악어와 친구가 돼라’는 말이 있다. 인도인들은 적자생존의 기업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교에서부터 험난한 기업환경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가 IT강국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정부의 지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인도 정부는 ‘소프트웨어 테크놀로지 파크’라는 공업단지를 설립하여 IT업계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인프라나 수출관세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2006년도 IT소프트웨어 서비스 산업의 매출은 전년에 비해 30.7%나 높은 374억 달러(약 34조 6000억 원)를 기록했다.
인도인과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인도 비즈니스맨들은 기술에 대한 이해와 경영자의 마인드를 함께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기술 연구와 영업, 경영이 각각 따로 이루어지는 일본이나 우리나라와는 확연히 구분되는 부분이다. 기술자들이 직접 비용과 수익에 대한 계산을 하고 돈이 되지 않은 사업은 미련 없이 중단하기 때문에 시간이나 비용의 낭비가 적다고 한다. 개인이 담당한 사업 내용도 모두 문서화하여 서로 공유하기 때문에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흐름이 끊기는 일 없이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또한 상승지향욕구가 강한 인도인들은 처세술이나 자신을 PR하는 것에도 능숙하며 직위나 보수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당당하게 요구한다.
인도인들과 함께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알아둬야 할 점은 뭘까. 전문가들은 그들의 습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 BRICs 경제연구소의 가도무라 대표는 “인도인을 대할 때는 적극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않으면 그들에게 휘둘리기 십상”이라고 조언한다. 인도인들에게 있어 사양이나 겸손함은 전혀 미덕이 아니다.
또한 카스트 제도와 계급의식도 매우 민감한 부분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고등교육을 받고 해외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신분이 높기 때문에 자존심이 강하다. 만일 그들이 전기 스위치를 켜고 끄거나 쓰레기를 줍는 것과 같은 간단한 지시를 거부하더라도 문화적인 차이로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도인들이 성향상 매우 느긋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약속 시간에 한 시간이나 늦고도 사과 한마디 하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하니 기다리는 쪽에서는 분통이 터지더라도 이해해야 한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