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윤종오 의원이 2016년 10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대통령 하야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새민중정당 창당 발기인은 민중의 꿈, 한국진보연대, 노동추진위원회, 전국농민회총연맹, 빈민해방실천연대, 청년연대 등 단체 소속 인사 250여 명이다. 이들은 창당발기인대회 및 창당준비위원회 발족식이 열린 지난 7월 9일 “새로운 당은 당과 노동조합, 대중 조직의 굳건한 연대를 넘어 전략적 동맹 관계로 상호 발전하는 노동자 정치 시대, 노조 운동의 전성시대를 열어가는 정당”이라며 “‘함께 살자’ ‘노동 존중 사회로 가자’는 기치 아래 불평등 사회를 청산하고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에서 자주와 평화의 나라, 통일된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단체들은 2014년 해산된 통진당과 인연이 있다. 지난해 발족한 민중의 꿈은 옛 통진당 당원들을 비롯해 노동자, 농민, 빈민, 여성, 청년학생, 장애인 등 다양한 계층의 진보세력이 중심이 돼 진보대통합 정당 건설을 목표로 하는 단체다. 또 빈민해방실천연대는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이 땅의 도시빈민은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발기인으로 참여한 다른 단체들 역시 구설에 오른 바 있다. 이은혜 새민중정당 대변인은 “통진당 당원에 가입한 전력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어떤 정당에도 가입할 수 없고 아무런 정치적 활동을 할 수도 없다는 것은 잘못됐다“며 ”그것이야말로 비민주적이고 반정치적”이라고 밝혔다.
새민중정당 주요 인사 중에도 통진당 출신이 적지 않다. 지난 9월 3일 여의도에서 열린 새민중정당 창당대회에서 김종훈 의원이 상임대표로, 윤종오 의원이 원내대표로 추대됐다. 최고위원에는 강규혁 서비스연맹 위원장, 김기형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치위원장, 이영순 전 통진당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김 의원과 윤 의원, 이 전 의원 등은 통진당 출신이다. 국민의례 대신 ‘민중의례’를 진행했으며 애국가 대신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가 하면,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을 하는 등 창당대회 진행 방식도 통진당을 떠올리게 했다.
새민중정당은 이달 안에 민중연합당(민연당)과 통합을 위한 법적 절차를 완료한 뒤 다음 달 합당대회를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지난해 2월 노동자당, 농민당, 흙수저당 등이 합쳐져 만들어진 민연당도 출범 당시 ‘도로 통진당’ 논란을 불러일으킨 터라 계획대로 두 당이 통합하면 통진당 부활 논란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4·13총선에서는 통진당 출신 당원 12명이 민연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민연당은 5·9대선에서 옛 통진당 소속 김선동 전 의원을 대선 후보로 출마시키기도 했다.
새민중정당의 이 같은 행보 때문에 정치권에선 ‘통진당 시즌2’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새민중정당은 새로운 가치에 방점을 찍는다. 이은혜 대변인은 “9월 중 민연당과 합당을 추진하고 있는데, 진보 진영이 집권할 수 있으려면 여러 개로 나눠져 있는 정당이 합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쟤네는 이랬기 때문에 따로 해야 돼’라는 식으로는 단결할 수 없기 때문에 배제 없는 통합을 추구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변인은 ”진보 대단결을 중심으로 보자면, 민연당에 통진당 출신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는 문제 등은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당 대표로 추대된 김종훈 의원 측 관계자는 “촛불 혁명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정치 참여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직접 정치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다“며 ”새민중정당이 탄생한 이유도 노조활동에 한계를 느낀 노동자들이 직접 법제도 만들고 필요한 걸 요구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앞의 김종훈 의원 측 관계자는 “통진당 재건이라는 프레임으로 보는 것 자체가 새로운 정당이 담는 비전이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것이라고 본다“며 ”‘주요 인사들이 통진당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니 통진당 재건이다’라고 하는 건 옛날 관점으로서, 안타깝고 억울한 일”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형식적으로 보면 계급정당의 출현이라고 봐야 한다“며 ”통진당이 원래 지향했던 바를 추구하면서 통진당 정체성을 상당 부분 그대로 갖고 있고 통진당 멤버들이 모이는 형태로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다만 통진당과 연계성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달렸는데, 새민중정당은 아직 북한 문제에 대한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여서 좀 더 두고 봐야 실질적으로 ‘통진당 시즌2’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