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KDB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5일 주주협의회를 열고 더블스타에 주주매매계약(SPA) 해제 합의서를 송부하는 안건을 결의했다. 채권단 측은 ”더블스타가 추가가격 조정 등 채권단이 수용하기 어려운 조건을 제시함에 따라 협상이 결렬됐다”고 설명했다.
더블스타는 지난 1월 금호타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3월 SPA를 체결했다. 매각가는 9550억 원.
하지만 더블스타는 지난달 채권단 측에 인수가격을 8000억 원으로 낮춰달라고 요구해왔다. 금호타이어가 올 상반기 507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악화됐기 때문. 더블스타는 채권단과 맺은 계약서에 ‘매매계약 종결시점(9월 23일) 기준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이상 감소하면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있는 조항(워크 어웨이)’을 근거로 들었다. 계약을 해지하는 대신 인수가격을 깎아달라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 채권단은 가격을 낮추는 대신에 △5년간 구조조정 금지 및 고용 보장 △노조와 협의체 구성 △국내 사업 유지 및 신규투자 등 회사 중장기 발전을 위한 조치사항 등의 단서 조항을 더블스타 측에 내걸었다.
하지만 협상장에 나타난 더블스타 측은 채권단의 요구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더블스타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3분기 실적도 좋지 않으면, 인수희망가격을 7200억 원까지 더 낮춰줄 것을 요구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이에 더블스타와 채권단은 모두 서로의 안을 받아들이지 않기로 해 매각 절차는 중단됐다. 채권단은 더블스타가 추가 협상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채권단의 의결로 양측이 지난 3월 체결한 SPA는 해지됐다. 다만 채권단의 서면 결의일은 오는 8일이다. 만약 더블스타가 매매계약 해제 합의서를 받지 않고, 원래의 계약 조건(매매가 9550억 원)을 이행하겠다고 하면 금호타이어는 더블스타의 품으로 갈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매각이 무산될 상황에 놓이면서 금호타이어 위기가 다시금 대두되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현재 차입금이 3조 5000억 원에 이른다. 이 중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만 1조 8000억 원이다. 당장 운영자금이 없어 원자재 구입을 위해 은행으로부터 추가 대출을 받을 만큼 재정난이 심각하다.
이에 따라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수순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워크아웃에 돌입하면 지난 2014년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3년 만이다. 단기간의 법정관리를 통해 채무를 강제조정한 뒤 워크아웃하는 ‘프리패키지드 플랜(P플랜)’ 가능성도 제기된다.
결국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금호타이어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박 회장은 그룹 재건을 위해 “금호타이어 인수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재인수 의지를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이 경우도 쉽지는 않다. 채권단은 매각이 무산될 경우에 대비해 오는 12일까지 금호타이어에 자구계획을 내라고 요구했다. 만약 채권단이 수용할 수 없는 안이 나올 경우 박삼구 회장 등 경영진 해임 절차가 진행된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