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출만 300억 원?
워너원을 바라보며 적잖은 가요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도대체 얼마를 번 거야?” 무엇이든 ‘워너원’이라는 딱지만 붙이면 불티나게 팔리니 도무지 그 규모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시작은 데뷔 쇼케이스였다. 하지만 고척돔에서 진행된 이 행사는 사실상 콘서트나 다름없었다. 웬만한 중견 아이돌 그룹도 채우기 힘든 2만 석이 동이 났다. 게다가 공연장에서는 워너원과 관련된 각종 MD(머천다이징) 상품이 팔렸다. 자신이 지지하는 멤버를 톱11에 포함시키기 위해 수시로 문자 투표하던 팬들은 MD 구입을 위해서도 거침없이 지갑을 열었다. 데뷔 쇼케이스 공연 관련해 올린 매출만 족히 2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8월 7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워너원 데뷔앨범 발매 기자간담회에 강다니엘, 박지훈, 이대휘, 김재환, 옹성우, 박우진, 라이관린, 윤지성, 배진영, 황민현, 하성운이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워너원의 데뷔 앨범은 선주문량만 50만 장이 넘었다. 발매 이후 추가 주문이 속출하고 있다. 앨범 1장의 가격이 2만 원에 육박하는 것을 감안하면 이 매출액만 100억 원에 가깝다. 게다가 타이틀곡 ‘에너제틱’을 비롯해 다수의 수록곡이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현재 시점에서 음원 매출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대략 20억 원 정도의 매출은 가능할 전망이다.
다음은 ‘자본주의의 꽃’이라 할 수 있는 CF다. 워너원은 공식 데뷔 전부터 광고를 촬영했다. 이미 <프로듀스 101 시즌2> 진행 과정에서 웬만한 기성 스타 못지않은 인기와 인지도를 확보했기 때문에 더 몸값이 오르기 전에 일찌감치 잡자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현재까지 워너원 멤버들이 출연하는 광고 개수는 줄잡아 10개가 넘는다. 게다가 화장품, 주류, 교복 등 광고업계 내에서도 ‘노른자’라 불리는 품목이 많다.
게다가 워너원을 활용한 아이템의 반응 또한 좋다. 과자를 비롯해 몇몇 품목은 물량을 대기 바쁠 정도다. “광고 효과가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워너원을 향한 러브콜은 더욱 증가하는 추세다. 그들의 광고 출연료는 이미 5억~7억 원선이라고 광고업계는 귀띔한다. 지금까지도 어림잡아 광고 출연 매출 60억 원 이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모두 합하면 도합 200억 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모든 매출이 하루가 다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에 올해 말까지는 300억 원 돌파가 무난할 전망이다.
# 지상파 벽을 넘다
워너원은 방송가에 기현상을 가져왔다. 특정 방송사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임에도 출연 제약이 없다. 과거 Mnet <슈퍼스타K> 출신 가수들이 지상파에 출연하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같은 이유로 MBC <위대한 탄생>, SBS <K팝스타> 출신들이 타사의 문을 열기 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떠올리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할 법한 대목이다.
워너원은 이미 KBS <해피투게더>와 <안녕하세요>, MBC <무한도전>과 <오빠생각>, SBS <본격연예 한밤> 등 굵직한 예능에 두루 출연했다. 프로그램 내용 역시 워너원의 가공할 인기에 기대 그들을 띄우기 바빴다.
한 방송 관계자는 “방송 생태계가 변한 것이다. 워너원을 견제의 대상보다는 대중의 관심을 끄는 대상으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이라며 “과거에는 지상파에서 출연시켜주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했으나 이제는 스타들의 얼굴을 비칠 수 있는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지상파도 더 이상 고자세만 취할 수는 없는 세상이 왔다”고 말했다.
8월 7일 오후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워너원 데뷔앨범 발매 쇼케이스 겸 콘서트에 많은 팬들이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부터 줄서서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이종현 기자
게다가 KBS, MBC 역시 <프로듀스 101>와 비슷한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방송을 시작해 늦어도 내년 초에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배출된 그룹이 데뷔한다. 그들 역시 폭넓은 활동을 위해서는 타사 프로그램에도 적극 출연해야 한다. 지상파가 워너원에 빗장을 연 것은 향후 타 방송사 역시 ‘동업자 정신’을 발휘해달라는 암묵적 동의라 볼 수도 있다.
# 수익 배분은 어찌 되나?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과연 누가 얼마나 가져가나’다. 엄청난 매출을 기록했으면 이를 손에 쥐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다. 항간에는 <프로듀스 101>을 제작한 CJ E&M이 독점하는 구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모두에게 나쁘지 않은 조건이다.
일단 CJ E&M이 25%를 가져가고, 워너원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YMC엔터테인먼트의 몫도 25%다. 그리고 워너원의 멤버들에게 나머지 50%가 돌아간다. 멤버가 11명임을 감안하면 인당 약 4.5%가 돌아가는 셈이다. 그리고 멤버들이 갖는 수익은 소속사에 다시 배분한다. 또 다른 연예계 관계자는 “워너원 멤버들은 각 기획사의 연습생 신분으로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고, 그동안 충분한 트레이닝을 받았기 두각을 보일 수 있었던 것”이라며 “멤버와 소속사와 수익 배분은 정당하다”고 말했다.
워너원의 활동은 18개월이다. 짧지 않은 기간이지만 워너원 멤버들의 나이가 20대 초반임을 고려했을 때 그들이 각 소속사로 돌아간 후 얻게 되는 파급 효과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