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의 국내 진출이 난항을 겪고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테슬라는 스타필드 하남점에 이어 지난 8월 말 개장한 스타필드 고양에도 입점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계획과 달리 고양점에 입점하지 않았다. 이로써 현재 국내 테슬라 매장은 서울 청담점과 스타필드 하남점 두 곳뿐이다. 현대자동차, BMW·MINI 시티 라운지 등은 스타필드 고양점에 입점했다.
쇼핑몰 내 자동차 전시장은 일반 고객이 부담없이 자동차를 접할 수 있어 자동차 브랜드에는 중요한 곳으로 통한다. 자동차 브랜드들이 쇼핑몰 내 전시장에 앞다퉈 입점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하기를 원했으나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실패했다. 스타필드 관계자는 “자동차 업체에서 먼저 스타필드에 입점 요청을 해온다”며 “그러나 테슬라는 하남점 입점업체로 우선권이 있어 의향을 물어봤지만 답변이 없었다”고 말했다. 테슬라가 스타필드 고양에 입점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 국내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지난 6월부터 국내에서 공식 판매를 시작한 테슬라코리아는 지금까지의 판매대수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와 전기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모델S’의 판매량이 예상보다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자동차판매 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테슬라 모델S 등록대수는 지난 6월 34대, 7월 1대에 그쳤다. 국토교통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국내 등록된 전기차는 1만 5869대. 이에 비춰보면 모델S의 판매는 부진하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고가 모델이라 많이 판매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보면 참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신차 출시 효과와 테슬라의 명성을 고려했을 때 테슬라의 국내 실적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반응이 나온다. 모델S 90D와 비슷한 가격대인 BMW 6시리즈는 한 달 평균 50대가 판매된다. 1억 4000만 원대인 벤츠 S클래스 350 4matic의 최근 월 평균 판매량은 250여 대다. 비슷한 가격대의 수입차들과 비교하면 테슬라 모델S의 판매등록수는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전기차라는 특수성을 고려했을 때 그다지 나쁜 성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 중에는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보기도 한다. 이들에 따르면, 테슬라 규격과 맞지 않는 충전 방식을 고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 한국, 일본은 완속충전 시 모두 ‘5핀 방식’을 사용한다. 하지만 완전충전까지 15~30분이 걸리는 급속충전과 달리 완속충전은 5~6시간이 걸려 급속충전 시설에 대한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다.
문제는 여기서 비롯한다. 테슬라 전기차는 국내 공공 충전기의 급속충전 방식인 ‘차데모’, ‘AC3상’, ‘콤보1’ 중 어느 방식에도 완벽히 호환되지 않는다. 현재 테슬라 전기차를 급속 충전하기 위해선 테슬라가 자체 구축한 급속 충전 시스템인 ‘슈퍼차저’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국내 슈퍼차저는 7곳에 불과해 이용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 공공 급속충전 시설은 올 상반기 기준 1508대인 것과 비교하면 터무니없는 숫자다.
테슬라 차량이 공공 급속 충전기를 아예 이용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테슬라 전기차는 르노삼성의 전기차가 쓰고 있는 AC3상 방식과 인입구 형태가 같아 충전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S 90D를 AC3상 방식으로 충전하려면 완충까지 5시간 이상 걸린다. 충전 방식은 급속이지만, 충전 시간은 이용자들이 꺼려하는 완속인 셈이다.
테슬라는 국가기술표준원에 ‘콤보2’를 추가 충전표준으로 채택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국가기술표준원이 공공 급속 충전 방식을 콤보1로 통일하겠다고 행정 예고한 데 반발한 것이다. 국가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지난 6월부터 테슬라에서 현재 자기들이 쓰지도 않는 방식인 콤보2를 경제적이라는 이유로 추가 규격 채택을 요청하고 있다”며 “행정예고 기간이라 검토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새로 출시할 모델이 콤보2 방식을 사용하거나 다양한 방식의 충전표본을 공식 규격으로 채택해달라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사후 관리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 성의를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꼽힌다. 국내 테슬라 서비스센터는 서울시 강서구에 위치한 강서서비스센터 한 곳뿐이다. 테슬라는 대부분 점검이 원격으로 가능하다고 하지만 기계적인 결함은 서비스센터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의 불편함이 클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테슬라가 국내 시장에 큰 뜻을 보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은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라는 말도 나온다. 현재 국내 전기차 보조금은 국비 1400만 원에 300만~1000만 원의 지방세를 더해 최대 2400만 원까지 지급된다. 하지만 전기차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구매 차량이 완속충전기로 10시간 이내에 충전할 수 있어야 했다. 국내 출시된 테슬라 ‘모델 S 90D’는 배터리 용량이 90kWh로 한 시간에 7kW급 공공 완속 충전기로 충전했을 때 완충까지 14시간가량 걸려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
지난 7월 19일 환경부가 전기차 충전 소요시간 10시간 제한 규정을 폐지하는 행정예고를 함에 따라 테슬라의 국내 시장 확대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모델S나 모델X는 보조금이 지급돼도 워낙 고가지만 최근 공개된 보급형 차종인 모델3의 기본가는 3만 5000달러(한화 약 3971만 원)로 보조금까지 적용되면 국내 브랜드 전기차와 경쟁할 만한 수준까지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테슬라가 현재 국내 시장 확대에 뜻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정부의 규제 폐지, 인프라 구축·확대, 보조금 지급이 원활해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때’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