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3개월 체류한 외국인들까지 보장 대상으로하는 국민보험법. 그 부담은 결국 내국인 몫이 된다.
<일요신문>은 중국인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약국으로부터 환자의 처방 내역을 입수했다. 환자의 주민번호 뒷자리 가운데 첫번째 숫자는 ‘5’. 외국인의 ‘외국인 등록번호’를 의미한다. 이 외국인은 B형 간염 치료제 A 약 120일 분을 처방받았다. 총 금액은 60만 2030원이지만 본인 부담 금액은 18만 600원이다. 나머지 42만 1430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다.
대림동의 다른 약국 약사 B 씨는 “중국인들은 주로 혈압약을 처방받아 온다”며 “환자 10명 가운데 중국인은 7~8명”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약국의 약사 C 씨 또한 “중국인들은 혈압약 6개월 분을 처방받아 온다. 조제료 3개월은 공단에서 부담하지만, 이를 초과하는 나머지 3개월은 약국에서 약사가 부담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문제는 최근 온라인에서도 이슈가 됐다. 자신을 약사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한국에) 자리 잡은 조선족들이 가족을 부르고 건강보험 적용이 가능해지면 바로 병원으로 가서 치료를 시작한다. 보호자인 조선족은 대부분 30~40대이며 환자들은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라며 “치료 종목은 간염치료가 제일 많다. 간염 약은 한 알에 25만~33만 원이며 30일 처방을 받으면 약값만 750만 원이고 (약사가 받는) 조제료는 1만 원, 환자 본인은 200만 원 부담하고 건강보험에서 500여 만 원의 혜택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사진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이 네티즌은 이어 “보통의 직장인들이 한 달에 10여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낸다고 가정하면, 30~40명의 직장인들이 조선족 가족들의 한 달 간염약을 뼈 빠지게 내주는 꼴”이라고 그 부당함을 주장했다. 자신의 직업을 대학병원에 근무 중인 간호사라고 밝힌 또 다른 네티즌 또한 “중국에서 중국인들이 결핵 치료를 위해 한국으로 많이 넘어온다”며 “얼마 없는 격리실에 조선족을 들어앉혀놓고, 정작 우리 국민들은 방이 없어 비급여로 독방을 쓰게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에서 이같은 건강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실제로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제109조 ‘외국인 등에 대한 특례’에 따라 외국인과 재외동포들에게 건강보험 혜택을 적용해 준다. 입국한 지 90일이 경과된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외국인등록을 하고, 국내 직장에서 근무를 하게 되면 ‘직장가입자’가 될 수 있다.
또한, 직장이 없다 하더라도 국내에 지속적으로 거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지역가입자’가 될 수 있다. 물론, 불특정 외국인 모두가 가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유학·비전문취업·선원취업·관광취업·교수 등 체류자격에 포함되는 외국인들만 가입이 가능하다.
국민건강보험법 시행규칙 별표 9.
결국, 내국인이 아니더라도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조건에 따라 내국인들과 같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게다가 직장가입자로 가입이 된 경우 적용대상 또한 직장가입자의 배우자·직계존속·직계비속·형제와 자매로 온 가족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의 경우, 건강보험공단이 직장가입자의 소득을 고려해 보험료를 산정하고 징수하지만, 지역가입자인 외국인은 소득·재산·자동차 등을 고려해 보험료가 산정된다. 단, 소득과 재산 규모가 확실하지 않을 경우는 지역가입자의 평균 보험료를 산정하며 현재 그 평균은 8만~9만 원선이다. 즉, 체류자격에 포함되는 외국인이 3개월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매달 8만~9만 원의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면 내국인과 같이 동등한 혜택을 받게 되는 꼴이다.
이에 한평생 건강보험료를 납부한 내국인들과 3개월 납부한 외국인들이 건강보험에서 동등한 혜택을 받는 것이 불평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자가 만난 약사 C 씨는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은 C형 간염약 120~180일분씩 처방 받아서 보험 혜택을 받고 외국으로 다시 나가버린다”라며 “3개월밖에 체류하지 않고 적은 비용의 보험료를 내지만 혜택은 평생 보험료를 내는 내국인들만큼 받는다. 법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건강보험법에서는 ‘국내에 거주하지 아니하게 된 날의 다음 날’ 건강보험의 자격을 상실한다고 그 시기를 설명하고 있다. 때문에 약사 C 씨의 말대로 국내에서 건강보험 혜택을 받은 외국인들이 어느 날 갑작스레 해외로 나가버린다 해도 손쓸 방법이 없다.
‘국민건강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는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실 측에서는 “이는 ‘상호호혜 원칙’에 따라 만든 것인데, 건강보호법이 만들어지기 전 건강보호법의 모태 법인 의료보험법 때부터 있었던 것”이라며 “물론 외국인들이 이를 악용해 혜택을 보는 것은 잘못됐고 건강보호법으로 어느 정도 걸러내고 있기는 하지만, 법으로 규정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재외국민 및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인구’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2010년에는 45만 6949명에서 2016년에는 86만 3094명으로 6년간 약 1.8%의 증가율을 보였으며, 그만큼 외국인들이 받는 건강보험 혜택도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물론, 국내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질병·부상 치료를 놓치는 것 또한 지역사회가 마냥 외면할 수는 없는 문제다. 하지만 아무리 불법이 아니라 하더라도 법망을 피하며 이를 악용하는 사례는 제도를 개선해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는 결국 건강보험료 인상 등 내국민들에 대한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대림동에서 만난 한국인 D 씨는 “우리가 아무리 건강보험료 내면 뭐하나. 외국인들은 잠깐 와서 약 다 받고 자국으로 돌아가는데 건강보험료 열심히 내는 내국인들만 억울한 것 아닌가“라며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