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KB금융그룹이 차기 지주회장과 은행장 선임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연합
요즘 금융권의 주요 이슈 중 하나는 KB금융그룹의 차기 수장 선출작업이다. 지난 1일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확대지배구조위원회(확대위)는 임기 만료(11월 20일)가 석 달여 앞으로 다가온 윤종규 회장의 후임자 선출을 위한 첫 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확대위에는 윤 회장을 포함해 내부 인사 18명과 외부 인사 5명, 총 23명의 후보자 명단이 보고됐다. 확대위는 오는 8일 2차 회의를 할 예정이며 이때부터 후보자 평가 및 압축 작업을 진행한다. 후보자들에 대한 심층면접은 최종 후보 3인이 정해진 뒤 열리며, 확대위 활동 기간은 9월 말까지 한 달이다.
금융업계의 관심은 윤종규 KB금융 회장 겸 국민은행장의 연임 여부에 쏠린다. 재임 기간 중 실적 상승과 조직 안정화 등의 공로를 고려하면 연임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윤 회장이 성공적 인수합병(M&A)을 통해 그룹 외형을 키웠고 실적 면에서도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취임해 현대증권(현 KB증권)과 LIG손해보험(현 KB손보) 등을 잇달아 인수한 뒤 이들 계열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이를 통해 KB금융의 비은행부문 순익 비중은 20% 중반에서 30% 후반대까지 상승했다. 이를 발판 삼아 KB금융은 신한금융을 넘어 리딩금융지주 자리를 되찾아 오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정권 교체기 금융권 인사 난맥상이 이어지고 있고 노조의 경영권 개입 시도가 커지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낙마 우려도 전혀 배제하기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일단 노조 차원의 연임 반대 우려가 존재한다. 얼마 전 KB금융에서는 노조 선거 개입 의혹을 받던 국민은행 출신 계열사 임원 2명이 논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났고 윤 회장 역시 직접 사과한 바 있다. 윤 회장의 사과 뒤 노조가 경영진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된 분위기지만 노조 내부에선 윤 회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흘러나온다.
노조는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 추천 인사의 확대위 포함을 공식 요청하기도 했다. 현직인 윤 회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회장 선출 구조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정부 차원의 회장 선거 개입 의혹도 제기된다. 금융권 내 적폐 청산을 표명한 현 정부가 KB금융 인사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윤 회장의 연임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이다.
이런 가운데 확대위에서는 “윤 회장 역시 23명 가운데 한 명”이라며 “지난 3년간 KB금융을 경영해온 윤 후보에 대해선 더 엄격하고 공정한 잣대로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회장에 대한 일방적 연임 결정이 나올 경우 파장을 우려한 선제적 차원의 해명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윤 회장의 연임 여부도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금융권의 시선이 쏠리는 곳은 따로 있다. 회장 선임 절차가 끝나면 곧바로 KB국민은행장 선임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예고됐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 이사회는 다음 회장을 확정한 뒤 상시지배구조위원회를 통해 지주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종규 회장도 8월 말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회장과 은행장을 분리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시기가 되면 할 것”이라며 “다음 회장을 선임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의 연임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과연 국민은행장이 분리될지, 분리된다면 차기 국민은행장은 누가 될지 관심이 쏠린다. 연합
윤 회장은 2014년 11월 지주 회장으로 취임한 뒤 지금까지 국민은행장을 겸직하고 있다. 전임 지주 회장과 은행장의 경영권 내분으로 홍역을 치른 KB사태를 감안해 갈등의 뿌리를 없애려 한 것이다.
차기 KB국민은행장 자리를 두고 각축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유력 후보로는 윤웅원 KB국민카드 사장, 박지우 KB캐피탈 사장, 양종희 KB손해보험 사장 등이 거론된다. 당초 이홍·허인·박정림 부행장 등 은행 내부 인사가 차기 은행장에 선임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으나 윤종규 회장의 ‘인사 스타일’로 미뤄 보아 지주와 계열사 간 ‘교차 인사’가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있다. 올 초 KB금융에 있던 양종희 당시 부사장이 KB손해보험 대표이사로 선임되고, 박지우 국민은행 직무대행이 KB캐피탈 사장으로 복귀한 바 있다.
먼저 ‘리틀 윤종규’로 불리는 윤웅원 사장이 유력 후보로 급부상했다. 윤 사장은 KB금융 내에서도 ‘재무통’으로 불리며 윤 회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1990년 KB국민은행에 입행한 그는 KB금융 전략기획부장과 은행 재무관리 본부장, KB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 등을 거치며 재무와 전략을 겸비한 핵심인재로 거론된다. KB금융 출범 초기 ‘조직 안정화’에 기여한 윤 사장을 데려와 최근 노동조합과의 이슈 등으로 분열된 은행 내부 분위기를 첫 ‘분리 은행장’으로서 ‘화합’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박지우 사장은 행장 분리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는 인사다. 1983년 국민은행에 입행했으며 국민은행 신용카드사업그룹 부행장, 국민카드 마케팅본부 본부장(부행장), 국민은행 고객만족본부 본부장(부행장) 등을 거쳤다. 그는 2014년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KB사태’로 사임하자 행장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이후 사퇴했다가 2015년 KB캐피탈 사장으로 복귀한 후 연임까지 성공했다. 임기 만료일은 내년 3월이지만 이미 한 차례 연임한 만큼 다시 은행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
윤 사장과 박 사장은 2014년 벌어진 ‘KB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징계를 받고 물러난 전력이 약점으로 지목된다. 재임 중에 당국과 관계에서 운신의 폭이 더욱 좁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박 사장은 1957년생으로 다른 후보보다 많은 나이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윤 사장은 1960년생, 양종희 사장은 1961년생이다.
양종희 사장도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그는 국민은행 입사 후 KB금융지주에서 경영관리부장을 역임하고 전략기획 상무, 부사장을 지낸 ‘정통 KB맨’이다. 양 사장은 KB금융지주 부사장에서 KB손보로 자리를 옮긴 후 실적을 크게 끌어올리며 비은행 부문의 실적 상향을 이끈 공신으로 꼽힌다. 보험 경험이 없는 CEO(최고경영자)임에도 불구하고 2015년 1600억 원이었던 순이익을 1년 만에 3000억 원으로 2배 가까이 끌어올렸다.
이영복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