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 울산지방법원(형사2단독 이종엽 부장판사)이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60)에게 무죄를 선고하고, 판결 요지를 공시하도록 조치한 사실이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12월 남구의 한 도로변에서 남자친구와 택시를 기다리던 B 씨(여)의 엉덩이를 만진 혐의로 기소됐다고 한다.
하지만 A씨는 “택시를 잡으려고 도로 쪽으로 손을 뻗고 있었을 뿐, B씨의 엉덩이를 만진 적이 없다”고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B씨와 남자친구 C씨는 “A씨가 의도적으로 엉덩이를 만진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에서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엄격한 증거’가 있는지를 면밀히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부장판사는 “범죄사실의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의 증명력을 가져야 하는데, 검사의 입증이 이런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이르지 못하면 유죄 의심이 있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면서 “사람의 기억은 오류 가능성이 있을 뿐 아니라 이미 형성된 기억도 사후 정보와 감정에 의해 재구성되는 성격을 지닌다”고 전제했다.
이어 “B씨는 수사기관에서 ‘A씨가 오른손을 뻗어 엉덩이를 만졌다’고 진술했지만 당시 A씨는 B씨의 등 뒤에 있었으므로 오른손인지 아닌지를 지각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서 “이 진술에서부터 B씨는 C씨로부터 전해들은 사후 정보나 추론을 자신이 지각한 사실로 기억하는 ‘출처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B 씨의 진술에 변화가 생긴 점도 판결에 영향을 미쳤다. 이 부장판사는 “B씨는 최초 ‘움켜잡은 것은 아니고 손을 갖다 댄 느낌’이라고 진술했다가 검찰 조사에서는 ‘손에 힘을 주어 단순한 접촉 이상의 느낌’이라고 하는 등 행위의 의도적 성격이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강화되는 등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B씨와 C씨의 진술이 의도적인 허위로 보이지는 않지만, 공소사실의 인정 여부는 피고인의 행위가 있었을 가능성만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며 “A씨가 택시를 잡으려 손을 뻗고 걸어오다가 의도하지 않게 B씨에게 손이 닿았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