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 오스트리아 빈에 거주하고 있는 나타샤 캄푸쉬(19·사진)는 조용한 생활을 하고 있다. 처음 납치범으로부터 탈출했을 때만 해도 요란하게 토크쇼에 출연하거나 인터뷰를 하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현재 그녀는 놀랍게도 가족과 함께 살지 않고 따로 나와 살고 있다. 주말에만 부모를 만나 함께 시간을 보내며 평상시에는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다.
가족들보다 그녀 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심리치료사, 보디가드, 변호사, 그리고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고 있는 교사들이다.
그녀가 지난 8년의 잃어버린 시간을 보상받기 위해 곧 자서전을 출간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책을 출간한 사람은 캄푸쉬가 아닌 캄푸쉬의 엄마였다. 얼마 전 그녀의 엄마는 딸을 잃어버린 후 겪었던 고통과 인내의 나날을 내용으로 한 자서전 <절망의 나날들>을 출간했다.
이 책을 출간하는 데 캄푸쉬가 전혀 간섭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원고가 완성된 후 열한 시간 동안 꼼꼼히 원고를 살폈던 캄푸쉬는 일부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출판 기자회견에 엄마와 함께 오랜만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캄푸쉬는 짙은 선글라스와 부채로 얼굴을 가린 채 단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