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회 의원들이 내년 지방선거에서 대거 구청장에 도전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사진은 부산시의회 청사 입구.
[일요신문]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산의 16개 자치구 가운데 7개는 현역 구청장이 무조건 자리를 비워줘야 한다. 바로 세 번을 연임하면 다음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3선 제한’ 때문이다. 해당 자치구의 단체장들이 3선을 모두 채운 건 그동안 보수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견고했던 것에 기인한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이 오른 건 부산도 크게 다르지가 않다. 때문에 내년 부산지역 지방선거가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현역 구청장이 나오지 못하는 일곱 곳은 하마평에 오르는 이들 간의 샅바싸움이 벌써부터 치열하다.
# 가장 뜨끈뜨끈한 핫 플레이스 ‘남구’
당초 부산 남구는 자유한국당 공천을 받으면 수월하게 구청장에 당선될 것으로 예상된 지역이지만 지금은 섣부른 낙관을 일체 불허한다. 부산 자치구 중에서 여야의 지지율 등락에 가장 커다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부산 남구는 현역 국회의원이 여야 각 한 명씩 모두 두 명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과 야당인 자유한국당 김정훈 의원이 팽팽한 균형을 이룬다. 지난 총선 당시 득표수도 박빙이었다.
현재 박재호 의원의 민주당 측에서는 이갑형 남구을지구당 부위원장과 박 의원 비서관 출신인 박재범 구의원이 구청장에 출마할 의사를 명확히 밝힌 상태다. 최근 들어 민주당의 유일한 현역(비례대표) 부산시의원인 정명희 의원까지 출마가 거론되면서 분위기가 사뭇 뜨겁다.
자유한국당에서는 4선 김정훈 국회의원 지역구에서 마당발로 통하는 이희철 시의원이 강력한 도전장을 내고 있다. 당초 이희철 의원은 지역에서 구의회 의장 등으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부산시의원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으로 인해 내년에 공천을 받은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자유한국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예전에 사석에서 이희철 의원이 차기 남구청장으로 가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적이 있다. 하지만 탄핵정국을 거치면서 당내 지도력의 변화로 인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희철 의원은 “상황 변화에 일희일비하지 않겠다. 지역에서 ‘의리의 사나이’란 별칭을 얻은 만큼, 구민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겠다”고 말했다.
이희철 시의원에 맞서 박재본 시의원과 진남일 시의원이 강력한 출마의사를 나타내며 활동을 펼치고 있다. 송순임 시의원마저 출마를 저울질하는 것으로 전해져 남구 출신 부산시의원 전원이 출마할 태세다. 국민의당에서는 유정기 남구을 지역위원장이 출마의사를 밝혔다.
# 부산의 중심 부산진구·연제구도 후보자 난립
부산진구에선 여당 후보로 김영주 전 국회의원이 우선 거론된다. 따라서 그의 복권 여부에 현재 많은 시선이 모인다. 지역에서 텃밭을 열심히 가꿔온 조영진 부산진을 지역위원장과 배용준 구의원도 도전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이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의 국회의원 지역구인 탓에 그의 부산시장 출마 여부에 따라 구청장에 도전하는 여당 후보자들의 입지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배용준 의원은 “김 장관에게 시장 출마를 계속 건의중이다. 그의 출마가 부산의 중심지에서 커다란 태풍을 불러일으킬 게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당에선 김영욱 부산시의회 부의장과 이대석 시의원이 구청장에 도전할 뜻을 밝혔다. 강치영 한국장기기증협회장의 이름도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한국당 소속 구의원들이 잇따라 잡음을 일으키면서 보수야당을 바라보는 지역유권자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현직인 하계열 구청장에 대한 여론도 좋지 않다. 재임 기간 중 지역 내의 대형사업장에서 숱한 의혹들이 불거진 까닭이다. 한국당에 대한 비판여론 확산과 지역 국회의원이 양분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당이 부산 한복판에 깃발을 꽂을 절호의 기회란 분석이다.
부산의 행정타운으로 불리는 연제구에서도 무소속인 이위준 구청장의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 관심이 높다. 여당 내에선 김홍재 전 연제구의회 의장이 출마 의사를 강력하게 나타냈다. 김문갑 부산디지털대 교수가 재도전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 일각에선 이곳이 부산의 행정중심인 만큼 중량감 있는 인물로 전략공천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에선 시의회 의장까지 지낸 이해동 시의원이 벌써부터 의사를 나타냈다. 지난 총선에 도전했다가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신 이주환 전 시의원도 강력한 후보자다. 여기에 김희정 전 의원이 당협위원장을 고수할 경우, 안재권 시의원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당의 후보자 난립은 역시 당선 가능성이 높은 까닭으로 읽힌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관점일 뿐이다. 주지하다시피 연제구의 현역 국회의원은 여당 소속인 김해영 의원이다. 지난 총선에서 보수를 벗어나겠다는 메시지를 보여준 지역 유권자들이 또다시 같은 표심을 보여줄 공산이 크다. 게다가 그 사이에 탄핵이란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래저래 여야 간 박빙의 승부가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 수영구, 그리고 원도심 통합 문제가 걸린 중구·서구·영도구
수영구에선 한국당 내 3선 시의원들 간의 경쟁이 관심을 끈다. 강성태 시의회 부의장과 전봉민 시의원이 도전을 공언하며 치열한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의당에서는 배준현 부산시당 위원장의 출마가 예상된다.
민주당에선 장성기 구의원의 도전 의지가 남다르다. 장성기 의원은 “그동안 보수야당이 단체장을 독점해온 탓에 지역에서 제대로 된 사업이 진행되지 못했다. 광안리라는 천혜의 자원을 갖추고도 인근 해운대에 비해 관광인프라가 열악하다”면서 “바로 이런 점이 지역 권력의 교체가 반드시 필요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중구·서구·영도구 이들 세 곳은 현재 원도심 통합문제가 뜨거운 화두로 거론됨에 따라 후보자들의 운신의 폭이 상대적으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통합논의가 아직 찬반여론이 팽팽한 만큼, 구청장을 노리는 이들의 행보는 다른 지역에 결코 못지않다.
우선 중구에서는 민주당이 최진봉 구의회의장을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영도구청장에는 한국당 황보승희 시의원이 도전의사를 밝혔다. 서구에서는 아직 뚜렷한 인물이 부상하지 않고 하마평만 무성한 상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