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연달아 터지고 있는 10대 미성년들의 끔찍한 폭행 사건으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사실 청소년들의 도를 넘는 범죄 행위가 논란이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집단 폭행, 집단 성폭행, ‘캣맘 사망 사건’ 등 도무지 어린 소년소녀들이 저질렀다고는 믿기 어려운 범죄 사건들이 심심치않게 언론을 통해 보도되어 왔다. 그럴 때마다 덩달아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있으니, 바로 소년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쟁이다.
현재 만 14세인 형사미성년자의 연령을 낮추도록 법개정을 해야 한다는 의견과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 만 14세인 경우 아무리 중대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형사법상 책임능력이 없는 것으로 간주돼 교육, 사회봉사 등의 보호처분만 받으며, 전과기록 또한 남지 않는다. 과연 일부의 주장처럼 이와 같은 현행법은 너무 관대한 걸까. 그렇다면 과연 미성년에게도 엄격한 법을 적용하기로 유명한 미국과 영국은 어떨까. 과거 미국과 영국에서 벌어졌던 미성년들의 대표적인 중범죄와 그 처벌 수위를 살펴본다.
9세 소녀를 잔인하게 살해한 15세의 알리사 부스타만테(위)는 30년 의무 복역을 해야만 가석방을 신청할 수 있다. 이웃집 8세 소녀를 살해한 14세의 조슈아 필립스(아래)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JLWOP) 선고를 받았다.
미국의 판례법에 따르면, 대부분의 주에서 7세 미만은 형사 기소할 수 없도록 하고 있으며, 14세까지는 기본적으로는 범죄 고의성이 형성되지 않지만 증거가 확실할 경우에는 기소도 가능하다. 그리고 14세 이상은 성인과 동일하게 무기징역까지 가능한 기소가 가능하다. 다만, 대부분은 성인보다 가벼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더 많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미성년에게도 사형 선고를 내릴 수 있었지만, 2005년 연방대법원에서 위헌 판결을 내린 후 현재는 불가능해진 상태다.
이때 눈여겨볼 점은 18세 미만의 미성년에게 선고할 수 있는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Juvenile Life Without Parole: 이하 JLWOP)’이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에서 JLWOP 선고를 내릴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세계 그 어떤 나라도 미성년자에게 가석방 없는 무기징역을 선고하지 않고 있다.
현재 JLWOP 선고를 받고 교도소에 복역 중인 수감자는 미국 전역에 약 2600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500명가량은 펜실베이니아주에 수감되어 있다. 특히 살인과 같이 중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성인과 동일한 조건에서 재판을 받게 되며, 1급 및 2급 살인죄 모두 법정 최고형인 JLWOP를 선고받을 수 있다. 현재 JLWOP를 선고받은 대부분의 미성년들은 펜실베이니아를 비롯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루이지애나, 미시간 등에 집중되어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미국에서는 JLWOP 선고가 너무 가혹하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실제 점점 더 많은 주에서 JLWOP를 위헌으로 규정하고 있는 추세며, 현재 24개 주와 워싱턴 D.C에서는 JLWOP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지난 5년 간 이렇게 허가에서 금지로 돌아선 주는 네 배가량 증가했다. 또한 아주 극소수이긴 하지만 몇몇 주에서는 미성년자에게 아예 징역형을 선고하지 않고 있기도 하다.
JLWOP 선고가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미성년들은 성인과 달리 갱생의 여지가 더 많다는 점, 그리고 미성년들의 두뇌가 아직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뇌과학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JLWOP를 선고받은 미성년들의 경우 대부분이 부모나 이웃으로부터 상습적인 폭행을 당했거나, 성적 학대를 당했거나, 혹은 또래로부터 왕따를 당했던 경험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 대부분이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경우가 많기 때문에 오히려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들은 JLWOP를 선고 받은 미성년들 가운데는 억울한 경우도 많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령 현재 JLWOP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인 25% 이상이 중죄모살(의도하지 않고 범한 살인 행위)을 범했거나, 뜻하지 않게 살인사건의 공범으로 몰리거나, 혹은 살해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까닭에 미국의 대법원은 최근 몇 년 동안 JLWOP와 관련된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엄격한 법률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가령 2005년에는 미성년에게 사형 선고를 내리는 것읕 위헌으로 규정했는가 하면, 2010년에는 경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에게 JLWOP를 선고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결하기도 했다. 또한 2012년에는 미성년의 살인 행위에 대해서도 JLWOP 선고를 내리지 못하도록 판결했다. 또한 2012년 이전에 JLWOP를 선고받은 미성년들에게도 이를 소급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미성년을 평생 교도소에 수감할 경우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말하면서 이것 역시 국가적 낭비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가령 청소년 한 명이 교도소에서 먹고, 자고, 생활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250만 달러(약 28억 원)다. 이에 비해 착실히 세금을 납부하고, 대학 교육을 받은 생산적인 성인 한 명이 평생 동안 사회에 기여하는 비용은 100만 달러(약 11억 3000만 원)다. 또한 청소년 한 명을 1년 동안 교도소에 가두는 데 드는 비용으로 매년 169명의 대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 행위를 생각한다면 JLWOP와 같은 선고가 결코 가혹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어른도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범죄 행각을 저지르는 경우를 보면 과연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청소년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범죄가 맞나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 2009년, 미주리주에서 이웃집의 9세 소녀인 엘리자베스 올튼을 숲속으로 유인해서 잔인하게 살해했던 알리사 부스타만테의 경우가 바로 그랬다. 당시 부스타만테의 나이는 15세였다. 소녀의 목을 졸라 교살한 후 목과 손목을 칼로 그은 다음 땅 속에 매장했던 부스타만테는 범죄를 저지른 후 자신의 일기장에 이렇게 소감(?)을 적기도 했다. “방금 사람을 죽였다. 목을 조르고, 칼로 딴 다음 죽을 때까지 찔렀다.” “정말 멋진 일이었다.” “즐겁다. 아직도 긴장되고 떨린다. 교회에 가봐야겠다. 푸하하하.”
법정에서 1급 살인죄로 기소됐던 부스타만테는 가석방 가능한 종신형을 선고 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다만 30년 의무 복역을 할 때까지는 가석방을 신청할 수 없다.
라이오넬 테이트는 미국 역사상 JLWOP 선고를 받은 최연소 수감자로 기록되어 있다. 1999년 이웃집의 6세 소녀인 티파니 유닉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었을 당시 테이트의 나이는 불과 12세였다. 테이트는 당시 법정에서 “레슬링 흉내를 내기 위해 유닉에게 헤드락을 걸었는데 그만 실수로 탁자에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다”고 말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고였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법의학자의 판단에 따르면, 유닉은 3층 높이에서 추락했으며, 심지어 소녀가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누군가 소녀를 짓밟아 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테이트는 JLWOP 선고를 받았지만, 당시 이 판결은 사회적으로 엄청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나이가 너무 어리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심지어 검사까지 나서서 선처를 호소할 정도였다. 결국 여론에 떠밀린 법원은 2004년 JLWOP 판결을 번복했으며, 가택 연금 1년, 보호 관찰 10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테이트는 보호 관찰 기간 중에도 계속해서 범죄를 저질렀으며, 금품 갈취, 불법 총기소지 혐의 등으로 결국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았다.
조슈아 필립스의 범죄 행각은 그 잔혹함으로 전 미국을 공포에 떨게 만든 바 있다. 1998년 이웃집의 8세 소녀인 매디 클리프톤의 목을 전화기 줄로 감고 칼로 11차례 찔러 잔인하게 살해한 후 시신을 침대 밑에 유기한 혐의로 체포됐던 필립스는 1심에서 1급 살인죄로 JLWOP 선고를 받았다. 당시 필립스의 나이는 14세였다.
지금까지도 필립스의 가족들은 꾸준히 항의를 제기하고 있다. 14세였던 아들에게 JLWOP는 지나치게 과한 형벌이라는 것이 이유였다. 2012년 대법원이 JLWOP 선고를 위헌으로 판결하자 현재 필립스의 변호인은 재판결 심리를 청구한 상태다. 클리프톤 가족 측은 이에 극구 반대하고 있으며, 법원의 판결 날짜는 오는 9월 22일로 예정되어 있다.
이밖에 각각 13세와 15세 때 이웃집 주민 네 명을 칼로 찔러 연쇄 살해한 후 체포됐던 크레이그 프라이스는 범죄를 저지른 후에도 자랑스럽게 “내가 석방이 되면 나는 역사를 새로 쓰는 것”이라고 허풍을 떨어서 미국인들을 분노케 했다. 실제 로드아일랜드주법에 따르면 당시 16세 미만이었던 프라이스는 살인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석방이 될 수 있었으며, 범죄 기록은 21세가 될 때까지 봉인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범행 수법이 워낙 잔인했던 데다 갱생 가능성이 낮다는 심리학자들의 판단에 따라 법원은 프라이스에게 징역 25년형을 선고했다.
영국에서는 2000년 발생한 다밀롤라 테일러라는 10세 소년의 살인 사건이 온 나라를 들썩이게 만든 바 있다. 당시 소년을 살해한 범인은 각각 13세와 12세의 미성년이었던 대니와 리키 프레디 형제였다. 당시 프레디 형제는 소년을 폭행한 후 깨진 유리병으로 허벅지를 찔렀으며, 형제를 피해 건물 안으로 도망쳤던 소년은 계단 아래서 30분 동안 피를 흘리다가 사망했다. 사건 발생 후 6년이 지난 후에야 법정에 섰던 프레디 형제는 당시 8년 동안 소년원에 수감되는 처벌을 받았다. 두 형제는 각각 2010년과 2011년에 석방됐다.
가장 잔혹하고 충격적이었던 영국의 미성년 범죄는 1993년 발생했었다. 당시 10세였던 존 베나블과 로버트 톰슨이 두 살배기 어린 아이를 쇼핑몰에서 유괴한 후 기차 선로에서 고문을 하고, 결국 기차에 치여 숨지도록 한 사건이었다. 당시 두 소년은 어린 아이의 눈에 페인트를 뿌리고, 발로 차고, 짓밟았으며, 그것도 모자라 벽돌을 던지거나 돌을 던지거나 혹은 10kg짜리 강철판으로 내려치는 등 잔혹한 폭행을 저질렀다. 피투성이가 됐던 어린 남자 아이는 온몸에 42군데의 상처를 입었으며, 선로 위에 버려진 채 기차에 치여 사망했다.
베나블과 톰슨은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 2001년 석방됐다. 현재 개명을 하고 신분을 숨긴 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베나블은 석방 직후 아동 포르노를 소지한 혐의로 재수감된 바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