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매매와 관련해 불공정한 행위로 피소된 이충희-최란 부부. 일요신문DB, 연합뉴스
부동산 개발업체 A 사는 지난 1월 연기자 최란이 대표이사로 있는 B 사를 상대로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있었다며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서울동부지법에 제기했다.
사건의 발단은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A 사의 최 아무개 대표는 2010년부터 서울 강동구 암사동 일대 아파트 재개발을 위해 대지매입에 나섰다. 이 부지 안에는 이충희 아버지와 어머니 명의로 된 약 1만 3124㎡의 대지와 4층짜리 상가건물도 있었다.
이충희 부모 부동산 매입계약이 초기에는 문제없이 진행되는 듯했다. 2015년 11월 최 대표는 이충희 부모와 43억 원에 대지와 건물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 아들 이충희와 며느리 최란도 관여했다.
토지 매입이 이뤄지며 2016년 2월에는 사업계획 승인도 받았다. 하지만 2016년 초 당시 시공사를 맡은 한진중공업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통상 재개발 사업은 자금력을 가진 시공사가 지급보증을 서는 것이 관례였다. 한진중공업의 위기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결국 무산됐다.
상당수 토지 소유주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잔금 지급을 남겨두고 있었던 최 대표 측으로서는 대출 실행이 되지 않아 난관에 봉착하게 됐고, 최란 부부에게도 예정된 지급기일까지 잔금을 주지 못했다. 결국 최 대표는 토지 소유권 연장을 위해 기존 금액에 2억 원을 더 보태 2차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시행착오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한진중공업에 이어 진흥기업이 시공사로 참여했지만, 또 다시 PF 대출이 무산된 것. 금융기관은 진흥기업과 계열사인 효성건설이 공동 보증을 서주길 요구했지만, 효성건설이 이를 거절한 게 그 이유였다.
다시 기일에 맞춰 계약금을 지급하지 못한 최 대표는 결국 최란 부부 측으로부터 계약 해제 통고를 받게 됐다. 하지만 최란 부부 측과 계약이 무산되면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 전체가 물거품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최 대표는 다시 현대엔지니어링으로 시공사를 바꾸고, 최란 부부를 설득한 끝에 2016년 10월 세 번째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매매대금은 43억 원에서 48억 원으로 증가했다. 이는 당시 해당 부동산 감정가 23억 9800억 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금액이었다. 또한 면적이 20% 정도 더 넓은 인근 부지의 매매가 38억 원보다도 10억여 원 높은 가격이었다고 전해졌다.
문제는 최란 부부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인상된 매매대금과 별도로 9억 원을 추가로 지급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부가세를 더하면 9억 9000만 원으로, 부동산 매매금과 합치면 총 금액이 57억 9000만 원에 달했다.
특히 최란 부부는 9억 9000만 원을 부동산 매입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는 형식으로 최란이 대표이사로 있는 B 사에 지급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한다. 최 대표 측은 “최란 부부 측과 계약이 무산되면 그동안 진행해온 사업 전체가 무산되고, 그동안 투자한 거액의 자금도 고스란히 날릴 상황에 처해있었다. 이에 최란 부부가 요구한 불리한 조건에도 계약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최 대표가 이번에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컨설팅 명목으로 계약한 비용 9억 9000만 원은 최란·이충희 부부가 최 대표가 처한 궁박한 상황을 악용해 강요한, 불공정한 폭리행위이기 때문에 지급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최란 측은 첫 계약을 맺을 때부터 관여하였음에도 당시에는 컨설팅 수수료 약정 체결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궁박해진 상황에 빠진 세 번째 매매계약 체결에 즈음하여 컨설팅 비용을 요구했다”며 “내 궁박상태를 악용한 전형적인 경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수료 9억 9000만 원은 거래 중개와 알선을 하는 단순 업무로 수행하는 역할에 비해 턱없이 큰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아파트 재개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서울 강동구 암사동 일대. 이 부동산과 관련해 이충희-최란 부부가 소송에 휘말렸다. 박은숙 기자
또한 최 대표 측은 최근 담당 재판부에 제출한 준비서면을 통해 최란의 부동산중개업법 위반 혐의도 문제제기했다. 부동산중개업법에 따르면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자가 중개사무소 개설등록을 하고 부동산중개업을 해야 한다.
최란 측은 논란의 부동산 컨설팅 계약을 체결하면서 약정서에 ‘이번 부동산 계약에 관해 B 사가 부동산 소유자를 대면, 설득하여 A 사가 해당 부동산을 원활히 취득하는 역할을 수행한다’고 기재했다.
하지만 최란은 공인중개사 요건을 갖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이번 부동산 매매 과정에서는 B 사가 관여한 것은 없으며, 오히려 대표인 최란이 개인적인 자격으로 시부모와 최 대표 사이의 매매를 알선한 ‘구 부동산중개업법상 중개행위’를 했다고 한다. 최란이 부동산중개업법 위반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해 최란 측은 준비서면을 통해 “A 사는 계약 당시 객관적으로 궁박한 상태에 있지 않았다. 컨설팅 약정을 하면서도 어떠한 폭리행위의 악의가 없었다”며 “부동산 컨설팅 계약 약정도 최 대표 측에서 먼저 제안해 맺은 것이다. 최 대표 측이 부동산 소유권을 취득해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자, 기존의 입장을 바꿔 컨설팅 약정에 따른 의무이행을 회피하려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최란은 이번 피소건에 대해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판결을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A 사의 최 대표는 “개발 차익을 노리는 토지 소유주들이 종종 매매계약을 하며 가격을 비싸게 요구하기도 한다. 오랜 기간 부동산 개발업을 해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이해를 한다”면서도 “하지만 최란 부부는 정도가 지나쳐서 터무니없는 ‘갑질’을 하고 있다. 이러면 우리 회사만 손해보는 것이 아니라, 결국 분양가가 상승해 다른 서민들도 피해를 볼 수 있다. 이에 이렇게 최란 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최란 측이 컨설팅 수수료 명목으로 9억 9000만 원을 개인이 아닌 법인을 통해 받으려 한 것을 두고 세금 회피 의도 아니냐는 지적도 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