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저자인 이정식 서울문화사 대표는 수년간 시베리아 열차를 타고 상트페테르부르크, 블라디보스토크, 이르쿠츠크, 멜리호보, 치타, 바이칼 호수, 사할린 등 시베리아 곳곳에서 대문호들의 숨결과 흔적을 찾아 나섰다.
‘시베리아 문학기행’은 저자의 철저한 고증과 답사를 통한 읽을거리가 돋보이는 책이다. 책 안 수많은 사진들은 저자가 수차례 시베리아를 드나들면서 직접 찍은 것들이다. 화려한 러시아의 여러 도시와 역사적 의미가 담긴 지역이 사진에 모두 담겨 있다.
저자는 오랜 기간 언론사에서 근무하면서도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성찰을 해왔다. 그는 문학적 상상력을 자극하는 시베리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이같은 관심을 토대로 다년간 시베리아를 여행하면서 푸시킨,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체호프 등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는 대문호들의 흔적을 좇아왔다.
저자는 시베리아와 우리나라의 연관성에 주목했다. 시베리아는 러시아 문학의 탄생지이지만 동시에 우리 민족에게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인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기 위해 출발한 장소가 시베리아다.
시베리아는 이준·이상설 열사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만국평화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몸을 실은 곳이다. 춘원 이광수의 장편소설 ‘유정’을 탄생한 장소도 시베리아와 연관이 깊다.
저자는 책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춥도 황량한 이곳을 여행하면서 러시아 대문호들의 작품 활동과 작품 배경을 회상한다. 과거 식민지하에 있던 우리 민족의 설움과 애환을 찾으려는 그의 노력도 느낄 수 있다.
‘시베리아 문학기행’은 ‘시베리아 횡단열차와 바이칼 여행자를 위한 안내’ ‘시베리아의 전설이 된 데카브리스트 부인들’ 등의 주제를 담은 6개의 부와 3개의 부록으로 구성돼있다.
부록에서는 시베리아 여행에 필요한 기본 정보들과 저자의 못다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러시아 문학에 관심이 있거나 시베리아로 여행 계획이 있는 독자들은 책에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치열한 삶의 한복판에서 잠시 휴식이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시베리아 문학기행’을 추천한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