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에선 히딩크 감독이 한국 축구대표팀을 맡을 의향이 있다고 처음으로 전한 히딩크 재단의 노제호 사무총장이 어떤 사람인지, 그가 왜 히딩크 감독의 입을 대변했는지, 그리고 히딩크 감독은 정말 노제호 사무총장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생각이 있었는지를 알아봤다. 또한 히딩크 감독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 축구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다는 의미라는 축구 관계자와의 인터뷰도 함께 게재한다.
이런 인연으로 이후 히딩크 감독이 네덜란드 프로축구팀 PSV 에인트호벤 감독으로 가게 됐을 때 히딩크 감독은 노제호 총장이 있는 스카이콤에 PSV 에인트호벤의 마케팅 독점계약을 맡겼다. 이 계약으로 인해 국내 축구팬들은 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박지성, 이영표의 현지 활약상을 국내 중계를 통해 접할 수 있었다.
노제호 총장은 축구 선수 중 유일하게 이천수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다. 월드컵을 통해 ‘밀레니엄 특급’으로 찬사를 받았던 이천수도 PSV 에인트호벤행을 추진했고, 히딩크 감독도 이천수를 영입하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였지만 울산 현대와의 이적료 문제가 난항에 부딪치면서 이천수의 에인트호벤행은 무산되고 말았다.
이처럼 노제호 총장은 2002년부터 히딩크 감독과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은 히딩크 감독이 2005년 한국에 자신의 재단을 만드는 과정에서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히딩크 감독이 노 총장에게 자신의 재단을 모두 맡겼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의 국내 대리인 역할을 맡으며 재단을 관리해온 노 총장은 약 15년간 히딩크 감독과의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히딩크 감독은 물론 노제호 총장을 잘 알고 있는 축구인 A 씨는 “노 총장과 히딩크 감독은 가족 같은 사이”라면서 “이번 노 총장이 히딩크 감독 얘기를 꺼낸 건 히딩크 감독의 지시 없인 절대 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강조했다.
“노 총장이 배포가 큰 인물이 아니다. 히딩크 감독의 재단을 맡고 있는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히딩크 감독 얘기를 꺼낼 리가 없다. 즉 사전에 히딩크 감독과 교감을 이루지 않고선 나올 수 없는 내용이다. 한 나라의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를 재단 관계자가 그냥 함부로 입에 올릴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분명 히딩크 감독과 사전 교감이 있었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 흘러나왔다고 봐야 한다.”
A 씨가 당황했던 건 노 총장의 언론 대응과 어긋난 절차였다. “정말 히딩크 감독이 대표팀을 맡을 생각이 있었다면 언론에 먼저 흘리기 전에 조용히 물밑에서 협회와 접촉한 후 협회 수뇌부의 의중을 파악하는 게 먼저였다. 협회를 제외하고 언론에 먼저 터트리면 협회로선 불쾌할 수밖에 없다. 국가대표팀 감독 자리가 누가 맡고 싶다고 해서 맡을 수 있는 게 아니지 않나. 노 총장의 행동은 히딩크 감독의 가치를 떨어트리는 처사였다. 언론에 먼저 흘려서 얻을 수 있는 게 뭔지, 과연 이와 같은 후폭풍을 예상은 한 건지 모르겠다.”
A 씨는 히딩크 감독과 연결을 하려면 반드시 노제호 총장을 거쳐야 했다고 말한다. “히딩크 감독은 한국에 여러 라인을 두지 않았다. 자신한테 이메일을 보내는 것도 노 총장을 통해서만 가능케 했다. 히딩크 감독의 핫라인은 노 총장이었다. 그만큼 노 총장을 신임했다는 의미이다.”
A 씨의 설명을 듣고 그동안 노 총장이 히딩크 감독의 의중을 설명했던 내용을 보면 어느 정도 이해되는 부분도 있다. 노 총장은 몇몇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히딩크 감독이 한국대표팀의 최종예선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봤다. 지난 6월 러시아에서 열린 컨페더레이션스컵에 내가 동행했는데 그때 한국 축구를 위해 봉사하고 싶다고 여러 차례 말씀하셨다. 최근에도 여러 번 같은 얘기를 하셨다. 내가 감독님 매니저 역할을 하고 있다. 감독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는 내용을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노제호 사무총장은 왜 직접 축구협회와 물밑 접촉을 하지 않았을까. 이 점에 대해선 축구협회 내부 사정을 잘 아는 B 씨의 설명이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 협회는 히딩크 감독을 뽑을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협회 수뇌부 구성원들을 보면 히딩크 감독을 반가워할 만한 인물이 전혀 없다. 그렇다보니 협회 사정을 잘 아는 노제호 총장이 협회와 직접 접촉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있었다면 사정이 달라졌겠지만 말이다. 노제호 총장도 나름 생각해서 기자와의 인터뷰 때 히딩크 감독의 거취를 흘렸을 것이다. 어차피 협회와 직접 접촉은 안 되고, 여론이 형성되면 협회도 어쩔 수 없이 연락해오지 않겠느냐고 생각한 듯하다. 히딩크 감독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 노 총장이 감독의 허락 없이 감독의 의사를 전하긴 어렵다. 노 총장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 히딩크 감독이 직접 얘기한 거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협회가 더 예민하게 반응한 거라고 이해할 수 있다.”
“팬들은 히딩크라는 이름만 보고 좋아하는 게 아니다. 신태용 감독이 최종 예선 2경기에서 보인 지도력에 실망이 컸고, 2경기에서 존재감 없이 서 있었던 신 감독한테 화가 난 팬들이 많다. 더욱이 그런 경기력을 선보인 후에도 헹가래를 받지 않았나. 대표팀 관계자들은 월드컵 본선 진출에 기뻐했지만 팬들은 그 이상을 보고 싶어 했다. 2경기 연속 무승부로 본선 진출하려 했다면 굳이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할 필요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히딩크란 이름이 전면에 등장한 것이다. 팬들로선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휘했던 히딩크 감독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단순히 댓글을 다는 데서 벗어나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 운동까지 벌일 정도인데 협회가 이런 현상을 너무 안일하게 보고 있는 것 같다. 본선 진출에 기뻐하지만 말고 본선에 진출한 32개팀 중 32위 할 것 같은 지금의 대표팀 분위기, 전력을 어떻게 재정비해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B 씨는 “팬들이 원하는 축구는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는 축구이다”면서 “기량이 떨어지고 컨디션이 좋지 않다면 과감히 손흥민도 배제하는 강력한 리더십의 감독을 원하는 것이다. 그래서 히딩크 감독이 구세주처럼 느껴지는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용인축구센터 김호 총감독은 최근 <축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대표팀이 현 상태로 본선에 나간다면 조별리그 통과도 힘들다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한 후 이토록 잡음이 들끓었던 적이 있었을까? 축구협회를 비롯해 신태용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대표팀 끼리끼리 문화 “동료들과의 관계로 인한 스트레스 심하다” 국제대회가 있을 때마다 불거진 대표팀 선수들의 팀워크. 과연 이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을까. 대표팀의 C 선수는 조심스럽게 자신이 느낀 선수단 분위기를 다음과 같이 전했다. “이전 대표팀이 해외파와 국내파로 갈렸다면 지금은 끼리끼리 문화가 존재한다. 서로 친한 선수들끼리만 어울리고 같이 모여서 밥을 먹는 등 화합과는 거리가 먼 모습을 보인다. 선수들한테 ‘대부’ 격인 기성용 선수도 많이 힘들어 했던 걸로 안다. 물론 선수들은 열심히 축구했다. 그러나 정말로 최선을 다했는지는 팬들이 평가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성용은 대표팀 선수단과 함께 귀국하면서 자신의 SNS에 상당히 의미심장한 글을 남겼다. 다음은 그 내용 중 일부를 발췌했다. ‘최종예선 내내 선수들에게 소리치고 싫은 소리 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돌아보면 매 경기 정말 만족하고 좋았던 경기는 없었다. 매 순간이 긴장이었고 부담이었다. 이게 바로 우리가 넘어야 할 큰 숙제가 아닐까. 앞으로 월드컵은 더 큰 부담, 책임감, 긴장감, 이루 말할 수 없는데 그걸 넘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물론 말은 쉽다. 그러나 행동으로 옮겨서 보여주는 건 쉽지 않다. 시간도 많지 않다. 그래서 더 도전해보고 싶다. 1년 동안 힘들게 왔다. 전적으로 우리 몫이고 책임이다. 많은 비판과 비난, 우리가 겸손히 받고 다시 시작하는 거다.’ C 선수는 “기성용 선수의 얘기에 깊이 공감했다. 그 선수가 어떤 마음으로 벤치에서 그라운드를 지켜봤을지 공감이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선수는 “대표팀에 있으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서 “그 스트레스가 경기와 관련된 부분이라면 충분히 감수하겠는데 선수들과의 관계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라 그걸 다스리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신태용 감독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최종 예선전을 마친 후 일부 언론에서 ‘졸전’이라고 표현한 걸 두고 상당히 불쾌해했다. 그라운드에 있는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는 설명이 뒤따랐다. 그러나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거두고 어렵게 본선에 진출한 걸 두고 후한 평가를 기대하는 건 어렵지 않을까.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