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타이거 우즈(왼쪽), 로저 패더러. 연합뉴스 | ||
지난 10일 두 명의 황제가 또 다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두 명의 황제는 같은 날 나란히 우승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들이 세계 최고임을 증명했다.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2)와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26)가 그 주인공들. 우연히 둘이 같은 날 우승하자 스포츠계에는 다시금 ‘진짜 스포츠 황제는 누구?’라는 논쟁이 시작됐다. 물론 어느 한 쪽을 깎아 내리려는 의도는 아니다. 전혀 다른 분야인 골프와 테니스를 비교해본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논쟁인 것이다.
최근에는 몇몇 스포츠 기자들이 나름의 전문적인 해석을 내놓으면서 흥미를 부추기고 있다. <폭스스포츠>와 <스타텔레그램>의 칼럼니스트들이 분석한 두 선수의 황제 대결을 살펴 보았다.
먼저 두 선수의 놀라운 기록 행진을 짤막하게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사실 기록으로 따진다면 두 선수 모두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
잘 알려져 있다시피 우즈는 최근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면서 PGA 투어 통산 60승을 달성했다. 메이저 대회 통산 13승이며, 잭 니클로스의 18승 기록에 5승 차이로 바짝 다가섰다.
상금랭킹도 단연 1위. 시즌 상금 960만 7052달러(약 90억 원)에 통산 상금 7531만 9376달러(약 700억 원)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4대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두 차례나 달성하면서 명실상부한 황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스위스 출신인 페더러는 최근 US 오픈에서 우승함으로써 프로테니스(ATP) 투어 51승에 메이저대회 통산 12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쯤 되면 피트 샘프라스가 세운 14승을 갈아치우는 것도 시간 문제다.
시즌 상금은 704만 4270달러(약 66억 원), 통산 상금은 3558만 8878달러(약 330억 원)다.
게다가 메이저대회 10경기 연속 결승 진출이라는 놀라운 기록과 함께 테니스 역사상 27년 만에 처음으로 윔블던 5연패, 세계 최초의 US오픈 4연패라는 경이로운 기록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때문에 그가 ‘테니스계의 타이거 우즈’로 불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두 황제 중 진정한 황제를 뽑는다면 누가 적합할까. 어려운 질문이지만 먼저 <폭스스포츠>는 우즈의 손을 들어 주었다.
우선 ‘경쟁 수준’을 놓고 본다면 훨씬 많은 라이벌을 둔 우즈가 페더러보다 한 수 위라는 것이다. 가령 우즈를 쫓는 선수들은 비단 필 미켈슨뿐만이 아니다. 랭킹 100위 안의 쟁쟁한 선수들이 모두 우즈를 이기기 위해서 샷을 날린다.
반면 페더러는 랭킹 2위인 라파엘 나달과 3위인 노박 조코비치만이 사실상 실질적인 경쟁자다. 그외에 다른 선수들은 아예 상대가 안 될 정도로 실력 차이가 많이 난다. 가령 세계 랭킹 5위인 앤디 로딕마저도 페더러와 열다섯 번 싸워서 단 한 번 이겼을 뿐이다.
수입면에서도 우즈가 훨씬 앞선다. 둘 다 각 분야에서 상금 랭킹 1위이긴 하지만 액수만 놓고 따진다면 우즈가 700억 원, 페더러가 330억 원으로 두 배 정도 차이가 난다. 또한 부수입도 만만치 않다. 우즈는 나이키 등의 광고료와 친선대회 참가 명목 등으로 연 1억 달러(약 930억 원)를 벌어 들이고 페더러는 질레트, 나이키, 롤렉스 등의 광고료를 포함해 2900만 달러(약 270억 원)의 부수입을 챙기고 있다.
선수 생활의 지속성에서도 골퍼인 우즈가 앞서 있다. 30대 초반인 우즈는 이제부터가 진짜 황금기다. 앞으로 20여 년은 더 골프를 칠 수 있다. 50세에 은퇴했던 테니스계의 최고 장수 스타였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보다도 더 오래 선수생활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상당한 체력을 요구하는 테니스 선수의 생명은 그리 길지 않다. 가령 한 시대를 풍미했던 샘프라스는 28세에 은퇴했다. 페더러 역시 30대 초반이 선수 생활의 한계일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선수생활을 한다 해도 지금과 같은 실력을 꾸준히 발휘할지도 미지수다.
세계적인 지명도도 우즈가 더 높다. 우즈는 골프 선수 중에서도 범세계적인 지명도를 갖고 있는 드문 선수 중 한 명이다. 무하마드 알리가 그랬던 것처럼, 또 펠레가 축구 선수 이상이었던 것처럼 우즈는 골프 선수 그 이상이다. 우즈는 세계 어느 나라를 가도 파파라치를 몰고 다니지만 페더러는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이처럼 “지금은 우즈의 세상이다”라고 우즈를 치켜세운 <폭스스포츠>와 달리 <스타텔레그램>은 페더러의 손을 들어 주었다.
페더러에게 더 점수를 준 첫 번째 이유는 ‘체력’ 문제 때문이다. 테니스는 골프보다 체력적으로 더 힘든 경기다. 다시 말해서 훨씬 더 많은 체력을 요구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그만큼 힘이 들고, 그런 까닭에 페더러의 우승이 더 값지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프로테니스(ATP) 투어가 PGA 투어보다 더 많은 나라에서 광범위하게 열린다는 것이다. 때문에 테니스 선수들은 비행기를 타고 대륙 간 이동을 자주 하는 한편 매 경기마다 시차에 적응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반면 PGA 투어는 브리티시 오픈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기가 미국에서 열린다. 우즈는 사실상 미국 안에서만 돌아다니면서 편하게 경기를 하면 된다.
또한 페더러는 여러 가지 형태의 경기장, 즉 하드코트, 클레이코트, 인조잔디코트, 천연잔디코트 등을 두루 섭렵해야 한다. 이런 다양한 코트 정복은 물론 상대 선수와 직접 맞붙어서 싸워야 한다.
우즈는 그렇지 않다. 언제나 잔디 위에서 경기를 하며, 상대 선수와 맞붙을 필요도 없다. 그의 유일한 적은 골프 코스와 자기 자신일 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테니스의 토너먼트 경기 방식이다. 가령 우즈는 1라운드에서 74타나 75타를 쳐도 2~3라운드에서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 어쩌면 첫날 부진해도 마지막 날에 우승까지 노릴 수도 있다.
테니스 선수인 페더러는 그렇지 않다. 토너먼트 식으로 진행되는 테니스는 첫날 부진해서 탈락하면 바로 짐을 싸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항상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높다. 이런 가운데서도 페더러가 3년 넘게 랭킹 1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하다.
그렇다면 ‘두 황제’ 우즈와 페더러는 속마음은 어떨까. 예상과는 달리 이 둘은 사람들의 ‘진짜 황제’ 논란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매우 절친한 사이로 오히려 서로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평소에 문자를 주고받으며 우정을 과시하는가 하면, 시간만 나면 서로의 경기장을 찾아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