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시절 자신만의 비밀 일기를 기록한 로라 부시. 그녀의 일기장이 공개되면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 ||
미국 연예주간지 <글로브> 최신호는 부시가 로라의 일기가 공개되면 자신의 권위가 무너지고 문제투성이 결혼생활이 낱낱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불쾌한 감정을 넘어 두려워하는 감정에 휩싸여 있다고 보도했다. ‘로라의 이혼일기’로 이름 붙여진 이 일기장에는 부시의 고질적인 술 문제와 잦은 부부싸움, 그리고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 등 부시의 인격을 의심케하는 거의 모든 내용이 담겨 있다고 한다.
백악관 소식통들은 이 일기의 존재 때문에 부시는 격노했고 로라 역시 남편의 반응에 맞불을 놓듯 9월 4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에 따라가지 않았다고 전한다. 그러나 백악관 공식발표에 의하면 로라는 신경장애 때문에 여행은 무리라고 판단해 동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와 관련, 백악관은 로라가 4월에 부상을 입었다고 말했지만 호주 방문에 동행하지 않을 때까지 이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백악관의 소식통들은 일기장을 둘러싸고 부시와 로라 사이에 큰 싸움이 있었고 가뜩이나 안 좋은 두 사람의 관계가 최악의 수렁으로 빠졌다고 전했다.
일기장 소문은 로라와 그녀의 딸 제나가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할 때부터 퍼졌다. 한 기자가 로라에게 자서전을 쓸 생각이 없느냐고 묻자 “지금 당장은 그럴 생각이 없지만 백악관을 나선 후엔 쓸지도 모르겠다”고 대답했던 것.
잘 알려진 것처럼 로라와 조지의 29년간의 결혼생활은 조지가 술을 다시 입에 대면서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은 조지와 라이스의 관계에 대한 로라의 의심이었다. 하지만 둘의 갈등은 일시적이나마 봉합되는 듯했다. 백악관에서 나갈 때까지는 같이 지내고 이후 조용히 이혼을 해 갈라서기로 동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휴전상태는 일기장을 둘러싼 대판싸움을 고비로 깨질지도 모른다고 백악관 사람들은 염려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대통령은 로라가 자서전 출간 가능성을 열어둔 것에 대해 몹시 화가 났다”고 전하면서 “부시는 백악관에 있을 동안은 자서전 출간을 막을 수 있겠지만 그 후에는 제어하기 어렵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 | ||
조지 부시는 원래 보안 유지에 무척 신경을 쓰는 대통령으로 알려져 왔다. 그는 백악관 스태프나 고문단 멤버들이 백악관 주변 이야기를 쓰는 것에 대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부인 로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정치학자 윌 실베스트리는 “백악관 생활을 다룬 많은 자서전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대통령 가족들이 쓴 것들”이라고 정리하면서 “특히 로널드 레이건의 딸 패티가 회고록에서 밝힌 가정사는 적지 않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고 설명했다. 윌 실베스트리는 “하지만 그것도 로라 부시의 일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라고 점치면서 “만약 로라가 자신의 일기장을 자서전으로 내놓는다면 이미 실패한 대통령으로 낙인 찍힌 부시는 한 인간으로서도 그야말로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부시 가족의 한 측근은 “로라는 자기 일기를 공개하는 것에 아주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조지는 지난 수년 동안 로라에게 너무 큰 시련을 안겨 주었기 때문에 로라는 이제 사람들에게 그가 어떤 사람인지, 그녀가 어떤 걸 견뎌야 했는지 알려줄 시간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