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기세다. 국내를 넘어 해외 팬들까지 열광한다. 근데 참 이상하다. 세대 간 온도차가 꽤 큰 편이다. 팬들은 “우리 오빠들은 중장년층도 좋아한다”고 외치지만 그들의 팬층이 10~30대 초반에 몰리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래서 중장년층에서는 방탄소년단의 몇 명으로 구성된 그룹인지, 그들의 히트곡이 무엇인지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타 그룹 멤버들에 비해 TV 예능 출연도 뜸한 편이니 중장년층이 그들을 접할 기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어르신들이 “도대체 방탄소년단이 누구냐?”고 묻는다. 하지만 그들의 인기는 실재한다.
사진=방탄소년단 페이스북
# 해외에서 먼저 알아보다
방탄소년단이 업데이트하는 동영상 클립 댓글을 보면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볼 수 있다. 해외 팬덤이 워낙 두텁기 때문이다. 그들의 인기는 아시아를 넘는다. 몇몇 한류 그룹의 활동이 아시아 지역에 국한되는 것에 반해 방탄소년단은 유럽, 남미 등 아시아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큰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곳에서도 탄탄한 입지를 다졌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열린 2017 빌보드 뮤직 어워즈. 방탄소년단이 공식 초청받은 이 행사에서 그들의 히트곡 ‘불타오르네’는 레드카펫 공식 프로모션 송으로 쓰였다. 게다가 그들은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을 수상했다. SNS 상에서 가장 활발한 활동을 보이며 팬들의 지지를 받는 이에게 주는 상이다. 원래는 1억 명에 달하는 SNS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의 팝가수 저스틴 비버가 6년 연속 수상한 부문이다. 그 권좌를 방탄소년단이 물려받았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2017 빌보드 뮤직 어워즈에 참석했던 방탄소년단은 뜻하지 않은 이들의 초대를 받았다. 요즘 EDM과 팝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프로듀서 그룹 체인스모커스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들은 2014년에 발표한 싱글 ‘#셀피(Selfie)’로 빌보드 핫 댄스·일렉트로닉 송 차트 1위에 올랐고, 지난해 발표한 ‘클로저’로 빌보드 싱글 차트 핫 100에서 12주 연속 1위, 빌보드 싱글 차트 톱5를 26주 동안 유지한 이들이다.
체인스모커스는 방탄소년단 측에 “만나고 싶다”고 미팅을 제안하고 공연 리허설에 초대하며 만남이 성사됐다. 이후 두 아티스트는 서로의 작업물을 주고받으며 꾸준히 음악적 교감을 나눴고, 18일 발매되는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수록곡 ‘Best Of Me’를 합작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체인스모커스와의 컬래버레이션으로 방탄소년단의 세계적 위상이 다시 한 번 상승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체인스모커스 역시 요즘 방탄소년단과 손잡으면 한국을 넘어 아시아와 전세계에 어필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들에게 러브콜을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방탄소년단을 만난 체인스모커스.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 가요계의 공식을 깨다
HOT, SES 이후 한국 가요계의 모든 공식은 SM엔터테인먼트가 주도했다. 오랜 트레이닝을 거쳐 춤, 노래, 외모뿐만 아니라 인성과 마인드까지 고루 훈련시킨 신인을 대대적으로 소개한 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인지도를 높인다. 그래서 개별 멤버가 유명해지만 그룹 전체의 인기도 상승한다. 그러면서 그룹의 네임밸류가 커지고 각 멤버들은 연기와 예능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역량을 키워나가며 대체 불가능한 그룹으로 거듭난다. 이후 YG, JYP엔터테인먼트가 이 대열에 합류했고, 신인 시절 오디션 프로그램 형식을 통해 일찌감치 얼굴을 알리는 방식 등을 제외하면 SM엔터테인먼트의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은 달랐다. 초기 방식은 비슷했어도 이후 행보는 변모했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TV 예능보다는 팬들과 쌍방향 소통을 할 수 있는 SNS를 택했다. 모든 멤버들이 하나의 계정을 쓰며 창구를 단일화했다. 그러니 팬들은 ‘우리만의 잔치’를 벌여주는 방탄소년단에 더 열광하기 시작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방탄소년단의 게시물이 올라오면 조회수가 300만 뷰가 넘는다”며 “이는 타 그룹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수준이며 현재 방탄소년단의 위력을 보여주는 절대적 수치”라고 설명했다.
# 어느 정도 인기인가?
18일 발매되는 방탄소년단의 앨범 <러브 유어셀프 承 Her>는 이달 초 국내 소매 선주문만 105만 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5월과 10월에 각각 발매했던 앨범의 선주문량이 30만 장, 50만 장이었고, 올해 2월 발매한 <윙스 외전>이 70만 장을 기록한 데 이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앨범 판매가 극히 저조한 ‘음원의 시대’에 발매 전 주문량만으로 100만 고지를 넘어섰다는 것은 괄목할 만하다. 앨범이 단순히 음악을 듣는 CD와 가사집이 아니라 각 그룹이나 가수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콘텐츠로서 팬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가요계에서도 ‘방탄소년단 따라잡기’가 한창이다. SNS를 적극 활용한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팬덤을 모으는 식이다. 불특정 다수에게 이름을 알리는 것보다는 그들을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열렬한 팬층을 확보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중견 가요 기획사 대표는 “방탄소년단은 이미 내년 스케줄까지 모두 잡혀 있다고 한다. 너무 많은 요청이 들어와 소화하기 힘든 수준”이라며 “방탄소년단의 등장은 SM-YG-JYP라는 3대 가요기획사 시대에 변화를 가져왔다”고 평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