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취임한 최흥식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은 김승유 전 회장의 하나금융 회장 재직 시절인 2010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2012년 하나금융 사장을 역임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BNK금융) 회장 내정자는 2008년 하나대투증권(현 하나금융투자) 사장, 2012년 하나금융 부회장을 맡은 바 있다. 김 내정자는 부국증권·현대증권 사장 출신으로 김승유 전 회장이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사자인 김승유 전 회장 역시 문재인 정부 들어 금융권에 복귀했다. 김 전 회장은 2012년 3월 하나금융 회장에서 물러난 후 하나금융 고문을 역임했지만 2013년 12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아 고문직마저 사퇴했다. 이후 하나학원 이사장직만 유지하고 금융권과 멀어졌지만 지난 6월 한국금융 고문으로 금융권으로 돌아왔다. 김 전 회장은 한국금융에 적지 않은 조언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 연합뉴스
최근 김 전 회장과 인연이 깊은 인사들이 금융권 요직에 오르면서 여러 뒷말이 나온다. 김지완 BNK금융 회장 내정자는 올해 만 71세의 고령인 데다 금융권을 떠난 지도 4년이 넘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부산은행지부(부산은행 노조·위원장 박광일)는 김지완 회장을 ‘낙하산 인사’로 보고 자진 사퇴를 요구하는 총파업을 예고했다.
금감원 주변도 술렁인다. 최흥식 금감원장이 취임한 직후 사무금융노조 금융감독원지부(금감원 노조·위원장 이인규)와 시민단체는 일제히 최 원장을 반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으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했다. 금감원 노조는 “최 원장과 김승유 전 회장이 긴밀한 관계에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며 “금감원장이 특정 금융회사에 포획될 위험이 있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금융감독기구의 수장으로서 자칫 특정 금융회사의 이해관계에 편향되거나 포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친노조·친시민단체 성향인 문재인 대통령이 여러 반대에도 불구하고 김 전 회장의 사람들을 기용하는 건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게다가 김 전 회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 실세로 활동한 이른바 ‘4대 천황’ 중 한 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금융 행정혁신위원회를 설립하는 등 금융권 개혁에 나서고 있다”며 “그럼에도 이명박 정부 실세였던 김 전 회장의 측근을 중용하는 건 특별한 라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김승유 라인의 핵심으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을 꼽는다. 김 전 회장이 장 실장의 인재 추천에 관여한다는 소문도 끊이지 않는다. 김 전 회장과 장 실장은 경기고-고려대 동문이다. 장 실장은 2005~2010년 고려대 경영대학장을 맡았고 이후에도 교수로 활동했다. 김 전 회장 역시 2007년부터 고려대 경영대 교우회장을 맡았다. 두 사람은 고려대 경영대 동문회에 자주 얼굴을 비친 것으로 전해진다. 2007년에는 장 실장의 제안으로 김 전 회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고려대 경영대 합격자들에게 전화를 돌리는 이벤트도 열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장 실장 취임 후 금융권에서 경기고 인맥의 부각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이동걸 신임 산업은행 회장과 한때 금융위원장으로 내정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은 장 실장과 경기고 68회 동창이다. 금융권에서는 친박 인사로 분류되는 하영구 은행연합회장이 금융위원장 후보로 꼽혔던 것도 장 실장과 경기고 동창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고 평가한다. 여기에 같은 경기고 출신인 김승유 전 회장과 인연 있는 사람들이 금융권 요직을 차지하면서 경기고-하나금융 인맥이 주목받는 것이다.
별다른 실권이 없는 김 전 회장의 영향력에 의문을 품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금융권의 인력풀이 매우 부족해 이것저것 따질 상황이 아니다”라며 “능력 위주의 기용을 한 것일 뿐 김승유 전 회장의 측근이 전면에 등장한 건 우연”이라고 일축했다.
현재 한국투자공사 사장, 서울보증보험 사장,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의 자리가 공석이고 손해보험협회, 은행연합회 등 다수의 금융협회 수장들도 올해 안에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권에서 회자되는 경기고-하나금융 인맥이 단순 우연일지는 향후 인사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김남구 한국금융 부회장 은퇴 금융인들 영입하는 까닭?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 부회장이 최근 은퇴한 거물급 금융인을 잇달아 영입한다. 지난 6월 김 부회장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을 비상근 고문으로 영입했다. 한국금융 관계자는 “김 전 회장의 영입은 한국금융 전반에 걸쳐 자문을 구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말 한국금융의 자회사 한국투자증권은 우리은행 지분 4%를 인수하면서 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을 가졌다. 김 부회장의 추천은 신상훈 전 신한금융 사장이었다. 신 전 사장은 2010년 신한금융의 경영권을 두고 다툰 일명 ‘신한 사태’ 이후 금융계를 떠나 야인으로 지내고 있었다. 한편 한국금융은 카카오뱅크 지분 5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우리은행의 지분도 갖고 있다. 우리은행은 K뱅크 지분 10%를 갖고 있어 김 전 회장이 간접적으로 K뱅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매각 예정인 우리은행 지분 18.7% 중 일부를 추가 매입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국금융이 국내 시중은행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해진 셈이다. 한국금융이 직접 은행업을 영위한 적은 없어 김 전 회장, 신 전 사장 등 은행 전문가를 영입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김남구 부회장은 지난 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투자증권 채용설명회가 끝난 후 “(우리은행 지분 인수에 대해) 아직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은행업 리스크와 발전 방안을 묻기 위해 은행뿐 아니라 금융업 전반에 경험이 많은 사람들을 영입한 것”이라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