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점 ‘레드컨테이너’ 등 성인용품샵이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건전한 국민생활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법이 ‘성인용품 카드 결제’를 막고 있습니다. /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습니다.
[일요신문] 행복하고 건강한 성생활을 위해 성인용품샵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물건을 고르고, 신용카드로 결제를 합니다. 결제가 완료됐습니다. 이 성인용품샵의 ‘카드 결제’, 위법의 소지가 있을까요? 아니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요? ‘성인용품 신용카드 결제는 불법’이라는 주장, 그 팩트를 체크합니다.
한 성인용품 쇼핑몰 측에서는 ‘카드 결제는 불가, 무통장 입금 가능’이라는 공지를 내걸었습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성인용품 판매점은 카드 연결이 제한된다고 합니다. 아울러 “현재 카드로 결제가 가능한 성인용품 판매점들은 모두 불법 혹은 편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성인용품 판매점 카드사용 불가’라는 주장, 정말 사실일까요?
한 성인용품 쇼핑몰에서는 ‘카드결제가 불법’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여신전문금융업법(이하 ‘여전법’) 제2조3호에서는 ‘신용카드’의 정의에 대해 “이를 제시함으로써 반복하여 신용카드가맹점에서 다음 각 목을 제외한 사항을 결제할 수 있는 증표(證票)로서 신용카드업자(외국에서 신용카드업에 상당하는 영업을 영위하는 자를 포함한다)가 발행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다음 각 목을 제외한 사항’을 살펴보겠습니다. 제2조 3호 라목에서는 ‘그 밖에 사행행위 등 건전한 국민생활을 저해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의 이용 대가 및 이용에 따른 금전의 지급’이라고 돼 있습니다.
참고로 성인용품 결제에서 ‘신용카드’만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체크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과거 여신법이 만들어지던 그 당시 국내의 체크카드 사용율이 현저히 적었기 때문에 신용카드에 대해서만 제재를 했지만, 직불카드 또는 선불카드 또한 현 상황에 맞추어 신용카드와 같은 기준으로 다뤄집니다.
성인용품이 ‘건전한 국민생활을 저해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에 포함될까요? 금융위원회 중소금융과 측에서는 이에 대해 “정확하게 ‘성인용품’이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법의 취지를 미뤄볼 때 성인용품이 여기에 해당될 수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여전법 제2조 3호 라목.
여신법이 신용카드를 ‘성인용품 등을 제외한 사항을 결제할 수 있는 증표이며 신용카드업자가 발행한 것’이라고 정의를 내린 것은, 역으로 ‘성인용품은 신용카드 결제가 불가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앞서의 성인용품 쇼핑몰 측의 ‘성인용품 카드 결제는 불법’이라는 말은 팩트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실제 성인용품 판매점에서도 카드 결제가 불가할까요? 기자는 성인용품 A 판매점을 직접 방문해 성인용품을 결제하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내밀어 봤습니다.
직원은 자연스럽고 너무 당연하게 카드를 받아서 결제를 진행했습니다. 기자는 전자서명도 했습니다. 영수증과 카드를 돌려주며 “반품은 불가합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영수증에는 ‘물품 반품시 본 영수증을 필히 지참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쓰여져 있는데도 말입니다.
기자가 성인용품에서 결제한 뒤 받은 영수증.
영수증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됐습니다. 판매점 이름은 A 였지만, 영수증에는 전혀 다른 이름인 B가 ‘매장명’으로 쓰여 있었습니다. 왜 상호명이 다르게 나와 있을까요. 이에 직원은 “성인용품은 개인적인 물건인데, 여기서 물건을 구매했다는 영수증이나 구매 기록이 남으면 고객님들이 곤란해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상호명을 다르게 기록한 겁니다”라고 친절하게 설명했습니다.
물론 고객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같이 상호명을 변경할 경우, 가맹점은 과연 무사할까요? 여신법 제19조 5항에서는 ‘신용카드 가맹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정하고 있고, 이 3호와 5호는 ‘다른 신용카드가맹점의 명의(名義)를 사용하여 신용카드로 거래하는 행위’, ‘신용카드에 의한 거래를 대행하는 행위’에 대한 부분입니다.
결국 상호명을 변경한 사업자는 여신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습니다. 결국 형사처벌을 각오하고 ‘고객들의 프라이빗한 성생활’을 보장해주겠다는 것인데, 잘 납득이 되지 않는 부분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여신법에 따라 성인용품 카드 결제는 불가합니다. 그렇다면, 카드결제를 할 경우 신용카드가맹점(성인용품 판매점 사업자)과 신용카드 회원(구매 고객), 결제대행업체(‘이니시스’와 같은 PG사), 신용카드사 중에 누가 처벌을 받을까요? 정답은 신용카드사와 결제대행업체입니다.
여신법 제53조.
여신법 제53조는 ‘신용카드 결제 금지 대상을 결제’하는 경우 △여신전문금융회사등과 부가통신업자에 대한 주의ㆍ경고 또는 그 임직원에 대한 주의ㆍ경고ㆍ문책(問責)의 요구 △해당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임원(「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제2조제5호에 따른 업무집행책임자는 제외한다. 이하 이 조에서 같다)의 해임권고ㆍ직무정지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는 개인 사업자에게 부과하는 과태료보다 훨씬 강력한 처벌 조치입니다.
정리를 하자면, 성인용품 온라인 쇼핑몰, 사업장에서 카드결제가 가능하다는 것은 상호명을 변경해 불법으로 결제를 하는 것일 수가 있습니다. 또는 사업자 등록을 하던 당시 ‘잡화’라고 등록을 하고 결제대행업체의 심사가 끝난 뒤 성인용품을 추가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를들면, 업종은 ‘잡화’이고 피임도구인 콘돔을 판매하면 카드결제가 가능합니다. 그 이후에 다른 성인용품 등을 추가해 품목을 늘리는 식입니다.
여신법은 성인용품이 ‘건전한 국민생활을 저해하고 선량한 풍속을 해치는 행위’라는 이유로 신용카드 결제를 못 하게 막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금 결제는 문제가 없다는 점,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요. G마켓 등 오픈마켓에서는 성인용품을 구매할 때 카드 결제가 가능한데, 개인 쇼핑몰에서는 카드 결제가 불가능하다는 점,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같이 과도한 규제에 대해 성인용품 판매 사업자 C 씨는 “성인용품이 나쁜 것도 아닌데 왜 법으로 과도한 기준으로 제재하는지 이해가 가질 않습니다. 소비자들도 다양한 결제 방식으로 구매에 자유가 보장돼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콘돔은 되고 자위기구는 안 되는 이중잣대, 성인용품이라고 하는 기준도 애매합니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물론, 과거에 만들어지던 법이니 지금의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와 문화가 급박하게 변화하고 발전하고 있는 만큼 법도 이에 발 맞춰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