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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13일 성명서를 통해 “적격후보가 없으면 기준에 따라 심사해 전부 탈락시킨 다음 다시 공모할 일”이라며 “결국 사전에 정해진 합리적 기준이나 절차가 없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한 꼴”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조는 “이사장 후보 추가 공모에 나서겠다는 것은 미처 공모에 응하지 못한 유력자에게 특혜를 주려한다는 의혹을 자초할 수밖에 없다. 아니면 내정자를 위한 들러리가 더 필요해서 인지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앞서 한국거래소 후추위는 지난 12일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하겠다고 발표했다. 후추위 측은 “인재풀을 확보하고 선임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추가 공모 배경을 설명했다. 절차 진행 과정에서 지원 후보의 면면과 지원 인원조차 공개하지 않아 깜깜 인사, 불통인사라는 지적이 나오자 이를 감안한 결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서류심사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두고 나온 결정으로, 한국거래소 사상 처음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갖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거래소의 이번 결정이 현 정권 실세들 간의 치열한 힘겨루기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노조는 후추위부터 다시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으니, 잘못 채워진 첫 단추부터 다시 채워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현재 추천위원들은 1년 전 이사장 추천 실패, 세간의 조롱거리가 된 이번 추가 공모 사태에 대해 먼저 책임져야 한다”며 “새로운 후추위는 정부와 거래소로부터의 독립성 확보, 추천대상과의 이해상충 방지 장치를 마련하고 공개해야 한다. 또한 추천위원이 누구인지, 구체적인 심사기준이나 방법이 무엇인지를 먼저 공개하고 그 다음에 공모든 추천이든 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지금 거론되는 전·현직 내부임원 지원자들에 대해서는 분명한 반대의사를 표한다”며 “새로운 이사장은 위로는 관치를 극복하고, 아래로는 시장의 실패를 견제할 수 있는 결행을 갖춰야 한다. 또한 수익성(시장 활성화)과 공익성(시장 건전화)의 상충되는 사회적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거래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혜안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후추위는 오는 19일부터 26일까지 이사장 후보를 추가 공모한다. 후추위는 기존에 서류를 제출한 지원자를 포함해 서류심사를 실시, 심사 통과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10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에 최종 이사장 후보를 추천한다.
앞서 지난 4일 마감된 공모에는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 원장, 이철환 전 시장감시위원장, 김재준 현 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장, 최홍식 전 코스닥시장본부장, 박상조 전 코스닥위원장, 이동기 거래소 현 노조위원장, 유흥렬 전 노조위원장 등 약 10명이 지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