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엘리자베스 에드워즈 | ||
미 대중지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최신호에서 “얼마 전까지 에드워즈에게 신원미상의 내연녀가 있었다”는 기사를 보도했기 때문이다. 힐러리 클린턴, 배럭 오바마의 뒤를 잇는 민주당의 유력 주자인 에드워즈 전 상원의원에게 이런 스캔들은 분명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그가 처해있는 독특한 입장을 생각한다면 더욱 충격적인 것이 사실. 다름이 아니라 아내 엘리자베스(58)가 몇 년 째 유방암에 걸려 투병 중이기 때문이다. 이번 스캔들이 만일 사실로 드러날 경우 지금까지 쌓아온 병든 아내를 헌신적으로 돌보는 ‘따뜻한 남편’이라는 이미지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에드워즈 후보가 지금까지 미국의 유권자들에게 가장 어필하고 있었던 부분은 다름 아닌 ‘행복한 가족’ 내지는 ‘행복한 결혼생활’이었다. 지난 3월 아내의 유방암이 재발했다는 사실을 알린 뒤 한순간 지지율이 급상승했다는 점만 봐도 그렇다. 당시 기부금 모금 사이트에는 순식간에 9만 달러(약 8200만 원)가 모이기도 했으며, 그가 지난 3년 동안 부인을 정성껏 돌봐왔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인기는 더욱 치솟았다.
그런데 뜬금 없이 ‘섹스 스캔들’이라니, 이게 웬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란 말인가. 현재 에드워즈의 내연녀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여성의 정확한 이름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 단지 일부 네티즌들에 의해 릴리 헌터(44)라는 이름의 금발의 영화제작자가 아닐까 추측되고 있을 뿐이다.
<내셔널 인콰이어러>에 스캔들을 제보한 사람은 내연녀의 친구였다. 에드워즈의 선거 캠프에서 잠시 일하던 내연녀가 친구에게 이메일과 전화로 수차례 에드워즈와 자신의 불륜 관계를 털어 놓았다는 것이다.
잡지에 따르면 이들의 불륜이 시작된 것은 약 18개월 전이었다. 이들은 뉴욕의 한 바에서 처음 만났을 때부터 불꽃이 튀었으며 내연녀는 “처음에는 일로 만났지만 얼마 안 가 로맨스로 발전했다”고 털어놓았다는 것.
그녀는 친구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에드워즈와의 관계가 섹스로까지 발전하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왜냐하면 그는 유부남이고, 또 대권주자이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하지만 나의 예상과 달리 우리는 결국 사랑에 빠졌고,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어젯밤, 그리고 오늘 새벽에 그가 또 나를 기쁘게 해줬다. 그는 정말 대단한 남자다. 내 심장은 쿵쾅댔고, 머리속은 텅 비는 듯했다”고 격렬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녀는 에드워즈에 관한 짧은 시리즈의 다큐 동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맡은 바 있다.
처음에 그녀는 친구에게조차 외도 상대의 정확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그저 “존이라는 이름의 유부남과 잤다”고만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유부남 존’이 바로 ‘존 에드워즈 상원의원’이라고 털어놓았으며, “관계가 점점 깊어지자 존과 나는 서서히 죄책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관계를 끝내기로 합의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묘령의 내연녀는 누구일까. 정말 네티즌들과 일부 언론이 추측하고 있는 것처럼 릴리 헌터일까. 몇 가지 점에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 있게 들리기도 한다.
▲ 존 에드워즈(왼쪽), 에드워즈의 내연녀로 거론되고 있는 릴리 헌터. | ||
하지만 그 후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이 시리즈 동영상들이 에드워즈가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던 즈음에 갑자기 전부 사라진 것이다.
동영상이 삭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갖가지 소문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뭔가 켕기는 게 있는 건 아닌가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한 사람들은 “혹시 에드워즈가 헌터와 부적절한 관계였나”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기 시작했다.
아니면 혹시 동영상 제작비로 지출된 금액이 선거법에 위배될까 하는 우려 때문에 삭제했을지도 모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또 한 가지 의문은 왜 에드워즈는 당시 경험도 얼마 없는 신출내기 헌터에게 동영상 제작을 맡겼을까 하는 점이다. 이에 둘 사이에 모종의 관계가 성립돼 있던 것은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의혹과 소문 속에 에드워즈는 당당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그 기사는 절대로 사실이 아니다. 터무니없는 거짓말이며, 모두 꾸며낸 이야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그는 “난 내 아내를 사랑한다. 30년 동안 오직 한 여자만을 사랑해왔다”면서 섹스 스캔들 따위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하고 있다.
항간에서는 또 다른 의혹도 제기됐다. 혹시 이런 기사를 흘린 것이 힐러리 진영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내셔널 인콰이어러>를 발행하는 언론그룹 ‘아메리칸 미디어’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는 곳이 바로 로저 알트만의 투자회사라는 점 때문이다. 알트만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재무부 차관을 지낸 인물로 ‘친클린턴파’로 유명하다.
아직까지는 무엇 하나 명확하게 드러난 바는 없지만 행여 앞으로 이 스캔들이 크게 번진다면 ‘자상한 남편’이자 ‘성실한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인 에드워즈에게는 결정적인 치명타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