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재단 산하 한 장애인시설 벽면에 대통령에게 호소하는 현수막이 부착되어 있다.
[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최근 경기 양평군 소재 ‘ㅅ장애인시설’ 원장이 구속되면서 양평군의 미흡한 관리감독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ㅅ장애인시설’이 2012년 감사원으로부터 시설폐쇄 지시를 받았음에도 시설 이름과 시설장 명의를 남편으로 바꾸고 계속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양평군이 뒤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특히 지난 1월부터 이사장 사표 유무효 논쟁으로 불거진 은혜재단 사태에 대해 양평군이 묵인이나 동조하고 있다는 정황증거가 다수 제기되면서 사회복지 적폐 해소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은혜재단 설립자 부부는 횡령과 장애인 인권침해 등 혐의로 각각 구속과 불구속 기소되어 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 설립자 부부는 지난 2014년에도 장애인 돈 등 수 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남편은 징역 1년2개월, 부인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의 실형을 받았다. ㅅ장애인시설처럼 은혜재단 사태 역시 양평군의 관리감독 부실로 지속적으로 비리가 발생하고 있다는 게 사회복지계의 시각이다.
은혜재단에서는 이번 사태 역시 ‘ㅅ장애인시설’처럼 양평군의 방임과 직무유기에 의한 설립자 측과의 결탁에 의해 벌어진 것이라는 주장이다.
재단에서는 먼저 양평군이 이사장 사표를 일개 재단 간사가 제 마음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뒤를 봐준 점을 결탁증거로 들었다. 문제가 발생하자마자 당일 양평군을 방문한 재단 이사장과 이사에게 반환공문을 제출하면 돌려주겠다고 한 후 돌려주지 않았고, 이해관계인이 될 수 없는 재단 간사의 임시요청 공문을 수시로 보완을 해가면서 처리해 준 점이 명백한 결탁증거라는 것.
또, 설립자 측에서 임시이사요청을 하면서 회의록이나 임원변경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임시이사를 파견해 준 점, 김종인 이사장의 임시이사 요청 공문을 반려한 점, 복지부에 질의회신을 하면서 사건의 앞 뒤 정황을 고의로 누락시킨 채 사표 유무효에 대한 질의만 한 점 등을 공모증거로 들었다.
또한 재단에서는 지난 3월 30일 설립자 부부에 의한 장애인 인권침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양평군에 즉각 보고했음에도 조치가 미흡해 문제를 키웠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은 장애인인권침해가 발생하면 담당자는 즉각 경기도에 보고해야 하고 경찰 등에 고발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담당 공무원들은 차일피일 미루다 재단의 거듭된 조사요구와 국가인권위와 장애인인권센터 조사 등으로 파문이 일자 마지못해 2개월만에 뒤늦게 5월 30일 경기도에 보고하고 6월 2일 양평경찰서에 고발했다. 군이 인권침해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했었다는 의혹이 이는 대목이다.
인권침해 발생해도 郡 ‘조사조차 안해’
장애인들 신경안정제 복용 ‘피해 가중’
재단, 공무원 3명 직권남용·직무유기 등으로 고소
더 큰 문제는 장애인인권센터가 검찰에 고발할 정도의 중대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인권침해를 당한 장애인들에 대해 일체 대면조사가 없었다는데 있다. 오히려 담당 공무원은 사실관계를 조사하기는커녕 문제를 제기한 재단 산하시설 원장의 감독미비로 몰고 가려했던 정황이 드러나기도 했다.
보조금으로 구입한 커피머신기를 설립자 부인 카페에 설치했다는 제보까지도 양평군이 제대로 조사를 하지 않자 급기야 재단에서는 담당 공무원 3명을 직권남용, 직무유기,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재단 관계자는 “지금까지 불거진 인권침해, 횡령, ‘복피아’ 등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양평군과 경기도는 관리 감독 대신 비리를 폭로한 재단 산하시설에 대해 불시 점검을 하는 등 ‘표적 감사’를 일삼고 있다”고 비난했다.
설립자 부부로부터 인권침해를 당한 이들 장애인들은 현재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고 있으며, 지게의집 체험홈인 아파트를 떠나 지게의집으로 다시 오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등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지면서 종사자들에게 위험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증언도 나오고 있다.
결국 양평군의 관리감독 부실과 방임에 의해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인권침해, 횡령 등의 범죄가 더 크고 대담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편, 1990년 양평군 용문면 삼성리에 최초 설립한 은혜의집은 2000년 사회복지법인으로 전환해 운영 중이며 재단 산하 3개시설이 매년 40억여원의 보조금을 지원받고 있다. 100여명의 지적장애인과 70여명의 시설종사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은혜재단은 지난 9개월 동안 모두 20여건이 고소, 고발되어 검찰과 경찰이 수사 중이다. 재단 산하 장애인시설 직원들이 설립자 비리와 양평군과 경기도의 결탁 의혹을 폭로하는 1인시위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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