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광신도시 인근에 위치한 한센인 마을의 모습. 다량의 석면슬레이트가 방치돼 있다.
부산도시공사는 지난 2013년부터 일광면 이천리 일원에 주거용지 59만 7000㎡ 등 총 123만 7000㎡에 이르는 규모로 일광지구 도시개발사업을 추진 중이다. 일광신도시는 2019년께 준공할 예정이며, 주택 1만여 세대와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등이 함께 들어선다.
바로 이 일광신도시 인근에 1964~1968년에 지어진 주택으로 이뤄진 마을이 존재한다. 기장군의 2013년 전수조사에 따르면 해당 마을에서 준공 허가가 난 7개의 건축물 중 6개의 지붕이 석면 슬레이트로 이뤄져 있으며 양은 2500㎡에 달한다. 허가된 건축물 외에 수십 채에 달하는 무허가 집들은 지붕이 대부분 석면 슬레이트이며, 그 양을 가늠하기도 어려운 지경이다.
게다가 이 마을에는 한센병 환자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다. 올해 7월 31일 기준으로 한센인 36명, 28세대가 살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부산도시공사는 바로 옆에다 대규모 주택단지 조성을 추진했다. 부산도시공사의 사업추진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자연스레 나오는 대목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일광신도시 주변 환경문제가 점점 여론화되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대책마련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부산도시공사 정돈균 전략사업본부장은 “현재로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2019년까지는 해당지역에 민간업자가 나서서 사업을 펼칠 것으로 낙관한다”고 말했다.
일광신도시에 아파트를 건설하는 건설업체들도 비난에서 비켜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석면슬레이트가 다량으로 존재하고 한센인이 거주하는 마을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면서 사업을 진행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을 받은 이들이 입주하는 시점인 2019년께 이르러 주변 환경에 대해 인지하게 되면 거센 갈등이 표출될 것은 자명하다.
일광신도시에는 1만여 세대에 이르는 아파트가 들어선다. 우선 부산도시공사 시행하고 GS건설·대우건설이 함께 짓는 공공분양아파트인 일광 자이푸르지오가 지난 5월 분양을 진행했다. 당시 분양이 이뤄진 일광 자이푸르지오는 1단지 5개동 488세대이며, 앞으로 2단지 11개동 1059세대가 분양될 예정이다.
대림산업은 ‘이편한세상 일광’ 10개동 913세대를 분양했다. 가장 최근엔 라인건설이 ‘이지더원’ 아파트를 분양했다. 라인건설은 1, 2, 3차에 걸쳐 ‘이지더원’ 아파트 1834세대를 분양할 예정이며, 최근 1차 653세대에 대한 분양에 들어갔다. 그 외에도 한신휴플러스, 동원로얄듀크 등이 차례로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들 건설업체는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우선 가장 많은 세대수의 아파트를 짓는 라인건설 측에 입장을 물었으나 묵묵부답이었다. 한센인 거주마을과 불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파트를 건설할 예정인 ㈜동원개발 관계자는 “이는 부산도시공사에서 책임져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