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연 전 대한축구협회 회장. 이종현 기자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조 전 회장과 이회택 전 부회장(71), 김주성 전 사무총장(51·전 축구선수), 황보관 전 기술위원회 위원장(52·전 축구감독) 등 11명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또 현직 직원인 이 아무개 씨(39)를 사기 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조 전 회장 등 11명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지급된 법인카드를 220여 차례에 걸쳐 모두 1억 1677만 원을 유용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축구인 출신으로 첫 협회장 자리에 올랐던 조 전 회장의 공금 유용 내역은 그의 전성기 명성만큼이나 화려했다. 조 전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3차례에 걸쳐 국제축구경기 등에 부인과 동행하며 비즈니스 항공료와 5성급 호텔 사용료 등 3000만 원 상당을 협회 공금으로 부정 처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의 수행원 2명에게 지급되는 비용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회장이 부인과 함께한 국제 경기는 2011년 7월 콜롬비아 U-20 월드컵, 같은 해 11월 싱가포르 아시아연맹 총회와 올림픽 도하 경기, 2012년 헝가리 국제축구연맹 총회와 국가대표 평가전 등으로 알려졌다.
지인들과 함께한 골프 연습 비용도 협회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금액은 1400만 원 상당이다.
이 전 부회장, 김 전 사무총장, 황 전 위원장 등 10명은 법인카드로 골프장 133회 5200만 원, 유흥주점 30회 2300만 원, 노래방 11회 167만 원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부미용실 등에서도 26차례에 걸쳐 약 1000만 원을 계산했다.
현직 직원 이 씨는 2008년 7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이혼 사실을 숨기고 매월 부인 몫의 가족 수당 총 1470만 원을 부당 수령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당초 협회 측은 지난해 문체부에서 이 같은 적발 사실을 공표하자 “부적절한 관행과 내부 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발생했던 과거 행위”라며 “(사건 발생 이후인) 2013년 정몽규 회장 취임 이후 임직원이 사용하는 법인카드는 사용자 실명제로 전환하고 클린카드 제도 도입을 통해 유흥업소에서의 사용 등 부적절한 집행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 같은 ‘클린 카드’ 지침은 2012년 4월에 제정됐다. 그럼에도 조 전 회장 등이 법인카드를 계속 사적으로 활용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협회 측의 해명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이들은 2012년 4월 이후에도 46회에 걸쳐 회사 돈 2043만 원을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
조 전 회장 등은 경찰 조사에서 공금 유용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써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축구협회 측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공적인 일을 하다 보니까 교제 차원에서, 업무 연장의 선상으로 부득이하게 사용했던 부분이라고 당사자들이 해명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이 사용한 금액 가운데 협회 내부 규정이나 절차를 거쳐 공적인 사용이 인정된 비용은 이미 경찰 수사 선상에서 제외됐다. 그 외의 비용은 횡령이나 배임으로 볼 수 있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이미 대한축구협회는 2012년 1월에도 회계담당 직원이 법인카드 7000만 원 상당과 축구협회 포인트 2400만 원 상당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대한체육회의 특정 감사를 받았던 바 있음에도 이 같은 횡령 행위가 지속돼 왔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일회성이거나 우발적인 게 아니라 집행부 묵인 하에 관행적, 반복적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 측은 이와 관련, 수사와 향후 재판 결과를 지켜본 뒤 징계 절차에 착수할 계획을 밝혔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