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MB) 정부 시절 국정원이 KBS-MBC 등 공영방송을 장악하려한 정황이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사진=영화 ‘공범자들’ 포스터
17일 국정원 적폐청산TF와 사정 당국 등에 따르면 원세훈 전 원장 시절 국정원은 2009년 무렵부터 MBC 등 공영방송 인사 동향 파악은 물론 구체적인 인사 개입 방향을 담은 다수의 문건을 생산했다.
문건에는 일괄 사표를 받고 나서 선별적으로 수리하는 방식으로 핵심 경영진을 교체한다는 등의 내용이 담는데 이는 당시 MBC에서 일어난 상황과 매우 유사한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 초기인 2008년 2월 선출된 엄기영 사장은 2009년 12월 임원 8명과 함께 재신임을 묻겠다면서 일괄 사표를 냈다. 이후 사표가 수리됐고 김재철 사장이 새로 임명됐다.
문건에는 국정원이 공영방송 고위 간부들의 성향 파악 및 인사 개입 정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본사 간부 외에도 지역 방송국 간부들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국정원은 방송사 간부 외에 프로그램 제작 일선 PD들의 성향도 광범위하게 파악하고 정부 비판 성향이 있다고 판단한 이들을 리스트에 올려 관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랙리스트 정권 승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언론장악과 블랙리스트를 관리해온 의혹이 불거져 논란이 예상된다. 사진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특히 TF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정원은 2010년 3월 한 PD가 만든 다큐멘터리 작품을 방송대상 수상작 선정에서 탈락시키도록 방송사에 요청했고, 그해 4월에는 방송사에 압력을 행사해 특정 라디오 PD의 지방 발령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TF는 언론장악 관련 문건 다수를 서울중앙지검 전담 수사팀에 넘겼다. 검찰은 국정원이 연예인 출연·섭외권을 가진 PD들의 블랙리스트를 관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전국언론노조MBC본부는 15일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알려졌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라디오, 예능, 드라마까지 세밀한 개입 시도가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재철 전 사장 등 공영방송 최고 경영진이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15일 소속 의원 공동명의로 발의한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방송장악 등 언론 적폐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한 상태다. 정치권 안팎에서 박근혜 정부에 이어 MB와 국정원의 언론장악 및 블랙리스트 의혹이 확전될 전망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