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드럭’ 중 최근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 피라세탐. | ||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이 약을 복용하면 기억력과 함께 체력까지 좋아져서 그야말로 ‘슈퍼 엘리트 샐러리맨’으로 만들어준다는 것.
외국 컨설팅 회사에서 일하는 한 30대 샐러리맨은 “처음에 외국인 동료의 권유로 두 알을 복용했다. 그러자 그 날에 처리한 업무의 내용이 일주일이 지나도 또렷하게 기억났다. 그 후로 매일 두 알씩 복용하고 있다. 그 효과도 대단해서 출퇴근할 때 전철 안에서 읽는 소설책이 자연스럽게 암기될 정도다”라며 ‘스마트 드럭’의 효능을 증언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일을 못한다”는 동료들의 평가에 주눅 들어 있던 한 20대 여성은 “약을 복용한 후 녹음이 금지된 회의에서 약간의 메모를 하는 것만으로도 완벽한 회의기록을 만들 수 있게 됐다. 자신감이 생겨 걸음걸이까지 바뀌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회계사무소에서 근무하는 한 30대 남성은 “숫자가 생명인 현재의 직장에서 ‘스마트 드럭’을 복용하면서 회사 사분기 보고서의 중요한 숫자는 모두 외울 수 있게 됐다”고 말하는 등 ‘기적의 체험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이 ‘스마트 드럭’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 약을 판매하는 한 구매대행 사이트 관계자는 “‘스마트 드럭’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최근 가장 인기 있는 약은 ‘피라세탐(Piracetam)’으로 본래 알츠하이머 치료에 쓰이는 약이라고 알고 있다. 올해 여름부터 갑자기 인기를 끌기 시작했는데 특히 도쿄에 사는 20~30대의 외국기업 근무자와 IT관계자들에게 많이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 사이트에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복용하는 약”이라는 식으로 마치 건강보조제처럼 광고하고 있다.
이 약을 처방전 없이 마음대로 복용해도 정말로 괜찮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라세탐’은 의사의 처방 없이는 살 수 없는 약이다. 이 약은 벨기에의 제약회사 ‘UCB’가 1967년 개발한 뇌 대사 개선 약물로 뇌의 활동을 개선하거나 활성화하는 작용이 있어 주로 유럽에서 알츠하이머나 뇌경색 치료에 이용되고 있으며 지금까지 이렇다 할 부작용은 보고된 바 없다. 부작용이 없다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스마트 드럭’을 안심하고 복용하기에는 이르다.
일본 후생성 의약식품국은 “‘피라세탐’은 뇌와 척추 장애와 근육 경련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승인됐지만 ‘머리가 좋아진다’는 효과가 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으며, ‘피라세탐’을 그런 용도로 처방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밝히고 있다.
정신과 의사 또한 “‘피라세탐’이 안전하다고 해도 인터넷을 통해 해외에서 구입하는 약의 경우 진품 여부나 성분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위험하다”며 ‘스마트 드럭’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결국 머리가 나쁜 것은 ‘병’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는 약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까.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