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기도 ‘유전무죄’] 할리우드 재판 뒷얘기

‘죄’는 있는데 ‘죄인’은 없다

	▲ 아내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된 심슨이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해 결국 무죄판결을 받아냈다.

‘법 앞에 만인은 평등하다’는 금언을 믿는 현대인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유명하고 부유한 사람들은 살인을 저지르고도 죄의 대가를 치르지 않는 것을 너무 자주 봐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같은 ‘성공 사례’를 그 다음 유명인들이 그대로 따라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생각을 광범위하게 자리잡게 한다는 데 있다.

최근 출간된 라는 책은 이 같은 사실을 생생하게 펼쳐 보이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에릭 더빈이 쓴 이 책은 유명인사들이 얼마나 교묘하고 교활한 방법으로 엉성한 법망을 빠져나가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더빈은 죄를 지은 유명인사들은 간단하기까지 한 다음 3단계 전략을 써서 ‘법정 불패신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첫째는 자기가 피해를 가한 피해자에 관한 이상한 루머를 퍼뜨려서 이미지를 좋지 않게 만드는 것이다. 둘째는 피해자의 이상한 이미지를 사람들이 화제로 올릴 때 자신은 가타부타 하지 않고 조용히 있는 것이다. 그리고 셋째는 유명인사들에게 호기심과 동정심을 갖고 있는 배심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파고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빈은 전직 미식축구 영웅이자 아내와 아내의 친구 살해 용의자로 재판을 받았으나 1995년 10월 3일 무죄평결을 받은 O.J 심슨(60) 재판이 바로 이 같은 3단계 전략의 교과서라고 주장한다.

	▲ ‘법정 불패신화’ 전략을 담은 에릭 더빈의 저서.

심슨은 자신의 아내와 아내의 친구를 죽인 용의자로 지목되자 최고의 변호사들로 구성된 드림팀을 만들었다. 당연히 모든 전략은 이 드림팀에서 만들어졌다. 드림팀은 우선 피해자들에 대해서 나쁜 이미지를 만들었고, 그 대신 심슨은 아무 말도 하지 않게 했다. 그리고 나서 배심원들을 통해 이를 언론에 교묘하게 흘렸다.

심슨에 대한 판결이 난 뒤 이 전략은 유명해져서 조금만 돈을 쓰게 되면 유명인사들은 죄를 벗을 수 있게 되었다.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마이클 잭슨의 변호사들은 그를 고소한 아이의 부모에 대해서 나쁜 소문을 퍼뜨렸고 잭슨은 재판에 파자마를 입고 나타났다. 이유는 자신은 그저 어렸을 때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뿐이고 위험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물론 이 전략은 배심원들에게 완벽하게 먹혀 들었다.

영화 배우 로버트 블레이크도 이 같은 전략을 구사한 유명인이다. 그는 2001년 5월 4일에 아내였던 보니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의 변호인단은 심슨 팀과 똑같은 수법을 써서 결국 블레이크는 무죄로 풀려났다.

용의자는 있으되 범인은 오리무중인 ‘할리우드식’ 재판은 돈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