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멤버들이 금융권 실세로 활동했다. 홍기택 전 KDB금융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등이 꼽힌다. 정권이 바뀐 현재 이들은 대부분 현직에서 물러났다. 그 가운데는 아직 금융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행방조차 알 수 없는 사람도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금융권에서는 고려대-소망교회 인맥이 요직을 차지했다. 대표적 인물은 김승유 전 하나금융 회장, 이팔성 전 우리금융 회장, 어윤대 전 KB금융 회장, 강만수 전 KDB금융 회장으로 이들은 ‘4대 천왕’으로 불렸다. 일요신문DB
김승유 전 회장은 2005년 12월 하나금융 회장에 취임해 2012년 3월 퇴임했다. 이후 하나금융 고문으로 있다가 2013년 12월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으면서 고문직에서 물러났다. 하나학원 이사장직만 유지하면서 금융권에서 멀어지나 싶었던 김 전 회장은 지난 6월 한국투자금융지주 고문에 오르면서 금융권에 복귀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김 전 회장의 영향력이 다시 발휘되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최근 최흥식 금융감독원(금감원) 원장과 김지완 BNK금융지주(BNK금융) 회장 내정자 등 김 전 회장 측근들이 금융권 전면에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도 친분이 있다. 금융권에서는 ‘경기고-고려대-하나금융’ 인맥이 주목받는다.
2008년 6월 우리금융 회장에 취임한 이팔성 전 회장은 2013년 6월 회장직에서 물러난 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이사장으로 활동했다. 올해 초에는 이사장에서 물러나고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무궁화신탁의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 전 회장이 이들 회사의 사외이사가 된 배경에는 과거 인연이 작용한 것이라는 뒷말도 있다. 이용만 무궁화신탁 회장이 이 전 회장 재직 시절인 2011년 3월~2014년 3월 우리금융 사외이사를 맡은 바 있다. 하성용 전 KAI 사장은 이 전 회장과 고려대 법학과 동문이다. 이 전 회장은 법무법인 김앤장의 상임고문을 맡기도 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0년 7월~2013년 7월 KB금융 회장을 맡은 어윤대 전 회장은 2015년부터 JB금융지주(JB금융) 상임고문을 맡고 있다. 2015년 말 KB손해보험이 LIG투자증권(현 케이프투자증권)을 매각할 때 어 전 회장이 있는 JB금융이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힐 정도로 존재감을 보인 바 있다. JB금융 관계자는 “어 전 회장은 경험도 풍부하고 연륜도 있는 인물이라 영입했다”며 “그의 생각과 조언을 통해 여러 도움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 활동하는 3명과 달리 ‘4대 천왕’ 중 강만수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된 신세다. 지난 5월 법원은 강 전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000만 원을 선고했다. 이후 검찰이 항소해 현재도 항소심 공판에 자주 출석하고 있다. 강 전 회장은 2011년 3월~2013년 4월 KDB금융 회장 겸 산업은행장을 맡았다. 2015년 9월 강 전 회장은 그의 측근인 데이비드 전 전 KDB자산운용 사장과 투자자문사 ‘파이오니아인베스터즈’를 설립해 개인 사업에 나섰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서강대 출신 금융인 모임인 ‘서금회’ 멤버들이 금융권 실세로 활동했다. 대표적인 인물로는 홍기택 전 KDB금융 회장,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사장,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꼽힌다. 사진공동취재단
서금회 멤버들은 대부분 퇴임 후 개인적인 일에 몰두하고 있다. 이덕훈 전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3월 임기만료로 퇴임한 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홍성국 전 KDB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사장은 지난해 11월 퇴임 후 현재 ‘혜안리서치’라는 증권 리서치 회사를 열어 개인 사업에 매진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저서 <인재(人災) VS 인재(人材)>를 출간했다. 원래 임기가 오는 12월까지였던 홍 전 사장은 지난해 11월 미래에셋과 합병 승인 주주총회를 끝으로 물러났다. 일부 금융사에서 홍 전 사장에게 경영을 맡아달라고 요청했지만 그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금회 멤버 중에서 가장 큰 이슈를 몰고 왔던 인물은 홍기택 전 회장이다. KDB금융은 2013년 4월 강만수 전 KDB금융 회장의 후임으로 홍 전 회장을 선임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2월 임기만료로 퇴임한 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부총재로 활동했으나 같은해 6월 AIIB에 돌연 휴직을 신청하고 잠적했다.
앞서 홍 전 회장은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 2000억 원 지원은) 청와대·기획재정부·금융당국이 결정한 행위”라며 “애초부터 시장원리가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었으며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산업은행 회장인 그가 배제된 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3명에 의해 대우조선해양 지원이 결정됐다는 것이다.
2016년 9월 국회는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 청문회’를 열어 홍 전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사유서도 제출하지 않고 불참했다. 그가 마지막으로 모습을 보인 때는 지난 2월 27일. 홍 전 회장은 지난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한 것과 관련해 이날 서울중앙지검에 출두해 피고발인 조사를 받았다. 이후 현재까지도 그의 행방은 묘연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