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하게 컴백을 시도하다가 조용히 덮일 수 있었던 성매매 논란이 되살아날 수도 있다. 유명 연예인인 A가 약식기소로 유죄가 입증된 상황이라 매스컴에서 실명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조용히 덮이는 상황인데 괜히 무리해서 컴백을 하려다 긁어 부스럼이 될 수 있다.”
‘약식기소 성매매 여가수 A, 연예계 컴백 가능할까?’라는 제목으로 <일요신문> 1246호에 실린 ‘18금연예통신’ 기사의 한 부분이다. 당시 한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인데 안타깝게도 그의 우려가 현실이 됐다. 조용히 덮이는 상황인데 무리해서 긁어 부스럼이 된 것.
요즘에는 언론의 관련 원칙이 많이 무너졌지만 범죄에 휘말린 유명인의 경우 검찰 기소가 이뤄지면 실명 보도가 된다.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라 법원에서 형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해 실명 보도는 자제하지만 유명인의 경우 검찰이 혐의를 인정해 기소하는 시점부터 독자의 ‘알권리’를 감안해 실명 보도가 이뤄지곤 한다. 최근에는 경찰이 수사만 시작해도 실명 보도가 되는 경우가 워낙 많아졌지만 원래 원칙은 이렇다. 지나의 경우 검찰 기소가 이뤄진 상태다. 약식 기소인 만큼 피의자가 이를 받아들인다면 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이 나온 것과 같은 상황으로 실명 보도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당시 언론은 실명 보도를 자제하고 이니셜 보도로 일관했다. 성매매라는 사안이 당사자에게 워낙 치명적인 부분이 있는 데다 ‘성매매특별법’이 성매매 여성을 보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영향도 있다.
지나가 컴백을 암시하며 인스타그램에 쓴 글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나 인스타그램 캡처.
이번에 문제가 된 것은 지나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이다. 이 글에서 지나는 “지금까지 내 곁을 지켜준 모두에게 고마움을 전한다”라며 “모든 장애물과 심적 고통 그리고 끝없는 루머들에도 나를 믿어주고 포기하지 않아 줘 감사하다”고 밝혔다. 이어 팬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언급하며 “우리는 곧 다시 만나서 함께 새로운 시작을 시작할 것”을 약속하기도 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공백기를 가진 연예인이 오랜만에 팬들에게 안부 인사를 건네며 컴백을 준비 중이라는 새 소식을 알리는 내용의 글이다. 기본적으로 ‘컴백을 시도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성매매 파문 이후 1년여 만의 컴백이면 다소 무리한 시도일 수 있다. 그런데 지나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갔다. 자신이 힘겨운 나날을 보낸 이유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목에서 ‘모든 장애물과 심적 고통 그리고 끝없는 루머’라는 표현을 썼다. 특히 ‘끝없는 루머(endless rumors)’라는 표현이 문제가 됐다.
매스컴을 통한 실명 보도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미 증권가 정보지 등을 통해 연예인 성매매로 약식기소 처분을 받은 여가수 A가 지나라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진 상황에서 지나는 ‘끝없는 루머’를 언급했다. 물론 지나가 언급한 루머가 성매매 약식기소 처분을 직접적으로 의미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대중은 그가 검찰의 약식기소 처분을 루머라고 물 타기 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정상적으로 검찰 수사가 이뤄져 약식기소를 통해 벌금형이라는 사법 처벌이 이뤄졌는데 이를 루머라고 얘기하는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여론은 댓글을 통해 달아올랐다. 결국 매스컴 역시 반응했다. 검찰의 약식기소 당시 이니셜 보도에 머물렀던 매스컴은 이를 루머라고 규정한 것으로 보이는 지나의 글을 지적하고 나섰고 각종 댓글을 통한 네티즌들의 반발을 기사화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성매매 여가수 A는 섹시 여가수 지나가 됐다.
물론 지나 본인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지나는 지난해 3월 성매매 사건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소환조사를 받은 뒤 연예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심경을 고백했다. 그는 “조사에서 모든 혐의를 인정했지만 몸을 판 것을 인정한 것은 아니다. 나는 창녀가 아니다”고 밝히며 “법률적으로 ‘성매매’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아 법적 공방을 벌이지 않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인인 줄 알았던 브로커에게 속았다는 입장이었다. 그는 “돈을 빌려준 지인의 소개에 소개팅 형식으로 한 남성을 만났고 이후 좋은 마음으로 만났다”며 “나는 이 남성에게 직접 돈을 받은 사실이 없지만 이 남성이 만남의 대가로 브로커에 돈을 지불한 사실을 알았다”고 밝혔다.
무리한 컴백 시도의 위험성을 언급했던 연예기획사 대표는 최근 상황은 매우 안타까워했다. “그 당시 향후 상황이 이렇게 진행되면 안된다는 얘길 한 것이었는데 안타깝게도 딱 그렇게 되고 말았다. 물론 당사자도 억울하고 답답한 심경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리 억울할지라도 사법부의 판단을 루머라고 표현해선 안 된다. 괜한 루머 발언이 여론을 자극했고 그런 발언으로 당시 사건을 물타기하려 했다는 비난 어린 의혹까지 받게 됐다. 이제 다 지난 얘기지만 그렇게 억울했다면 차라리 정식 재판을 청구해서 제대로 다퉈보는게 어땠을까 싶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