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놓고 돈 먹으려다…’ 투자 사기 사례가 제일 빈번
스타들이 가장 빈번하게 피해를 입는 사기가 바로 ‘투자사기’다. 투자 대비 수익 회수 가능성이 불투명한 개인 사업에 뛰어드는 것보다 수익률이 보장된 투자에 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고액의 수익을 보장한다는 중간 브로커의 감언이설에 속아 거액을 투자했다가 투자금의 반도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MBC ‘세바퀴’에 출연했던 전 복싱 챔피언 박종팔은 은퇴 자금 등 전재산 90억 원을 사기로 잃었다고 밝혔다. 사진=세바퀴 캡처
전 복싱 챔피언 박종팔은 은퇴 자금을 부산 해운대 스포츠센터와 부동산, 카지노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했다. 1990년대에 이미 부동산 재테크의 성공으로 화제가 됐던 인물이었기에 그의 거액 사기 피해 소식은 대중들을 놀라게 했다.
그에게 투자를 종용한 사람들은 모두 그가 잘 알고 지내던 선후배였다. 박종팔은 “전재산 약 90억 원을 잃었다”라며 “당시 너무나도 큰 충격으로 산에 들어가 극단적인 마음까지 먹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개그맨 김용은 다소 터무니없는 사업에 투자했다가 사기를 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한 연예프로그램에 출연한 그는 “갈매기를 양식하기 위한 ‘부산 갈매기 통조림’을 만들겠다” “남극에서 펭귄을 양식하겠다”는 사람에게 거액의 돈을 투자하는 등 총 20억 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날렸다고 밝혔다. 같은 사람에게 사기를 당하면서도 사업에 대한 지식이 없어 상대방의 얼토당토않은 사업 계획에 혹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그는 사기를 당한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연예인인데, 사람들 시선이 창피해서 차마 고소를 할 수 없었다”라고 밝혀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 ‘돈’ 앞에 우정이고 선후배가 어딨어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쭉 동창으로 지냈던 친구의 투자 권유에 혹했다가 전 재산의 반절 이상과 우정을 동시에 잃은 케이스도 있다. 전 농구스타 현주엽의 이야기다. 그는 은퇴 후 모아뒀던 돈 24억 4000여 만 원을 삼성선물 펀드매니저 이 아무개 씨에게 투자했다가 이 가운데 17억 원 상당의 돈을 날렸다. 펀드매니저 이 씨를 소개한 사람은 현주엽의 중고교, 대학교 동창인 황 아무개 씨였다.
왕년의 농구스타 현주엽은 중고교, 대학 동창으로부터 투자 권유를 받고 전재산을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다. 사진=tvN <버저비터> 캡처
현주엽은 이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한편, 삼성물산과 자신에게 이 씨를 추천한 황 씨와 그 친구 박 아무개 씨에 대해서도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서는 현주엽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반환되지 않은 투자금 17억여 원 가운데 8억 7000여 만 원을 삼성선물이 배상하라는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마저도 대법원까지 간 치열한 싸움이었다. 이후 현주엽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돈도 잃고 친구도 잃었다”라고 사건을 언급하며 깨진 우정에 대해 섭섭한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가수 인순이도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 가수 최성수의 아내 박 아무개 씨(55)에게 부동산 투자 명목으로 23억 원 상당을 빌려줬다가 돌려받지 못해 소송을 걸었다. 최성수 부부는 연예계에서 부동산 재테크로 유명세를 떨쳤던 바 있으며, 동료 연예인들에게 부동산을 중개하고 투자를 알선하는 등 중간 업자 역할을 맡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지난해 1월 항소심에서도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빅뱅의 멤버 승리는 2015년 12월 선배 여가수를 ‘부동산 투자사기’ 혐의로 고소했다가 열흘 만에 취하했다. 사진=승리 SNS 캡처
# ‘너무 순진했나’ 앞뒤 안가린 계약 체결이 발목 잡아
스타들이 거액의 사기사건에 자주 휘말리는 이유는 그들이 순진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순진하다기보다는 약지 못하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22세부터 약 10년 동안 꾸준히(?) 사기를 당한 혼성그룹 코요태의 멤버 김종민의 사례가 이 말과 딱 맞아 떨어진다. 그의 사기 피해 일대기는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을 정도다. 데뷔 초인 22세, ‘누에 술’ 사업을 하자며 다가온 수상한 사업가와 계약하고 거액을 투자함과 동시에 사업가가 사라졌다. 26세에도 사업을 하자며 접근한 동업자에게 사업 자금으로 4000만 원을 건넸으나 그 역시 돈만 받고 달아났다.
27세에 차린 PC방은 믿고 맡긴 아르바이트생들의 횡령, 도둑질로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 이후 좀 잠잠한가 싶더니 33세 무렵인 2011년에는 아는 형을 믿고 자동차 구입 목적으로 투자했다가 또 다시 거액의 돈을 날려야 했다.
90년대 유명세를 떨치고 지금 제2의 전성기를 맞은 그룹 ‘젝스키스’의 멤버 강성훈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총 6건의 사기 사건에 휘말렸던 그의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자선 콘서트 사업을 진행하면서부터다. 투자사에게 자금을 조달받기로 하고 개인 자금으로 먼저 계약을 체결했는데, 투자사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생긴 것.
콘서트 사업을 중단할 경우 3배의 위약금을 물어야 할 것을 우려한 강성훈은 사채업자에게 돈을 빌리게 됐고, 이 사채업자가 중간에 돈을 가로채는 등 ‘배달 사고’가 발생하면서 모든 책임이 강성훈에게 돌려졌다. 가장 처음 기소됐던 1건의 사기 혐의를 제외하고 전부 무혐의 처분이 결정됐지만, 그가 주도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너무 순진하고 안일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는 피할 수 없었다.
# 그럼에도 스타들이 침묵하는 이유 ‘이미지’
스타들이 사기 혐의로 피소되는 일은 자주 보도되지만 스타가 직접 고소인이 돼서 상대방을 고소하는 일은 드물다. 적게는 몇 억에서 많게는 수십억대의 피해를 보더라도 공론화를 꺼린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기 피해 소송으로 돌려받을 수 있는 돈보다 앞으로 스타로서 벌 돈이 훨씬 더 많다면 누구라도 소송보다는 입을 다무는 것을 선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이미지’ 때문에 거액의 피해를 입어도 속앓이로 끝낼 수밖에 없다는 것.
배우 정우성은 평소 친분이 있던 방송작가로부터 수십억 원대 투자사기를 당했으나 고소하지 않았다.
그런데 박 씨를 투자사기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들 가운데 정우성은 없었다. 정우성 측은 고소 이후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피해 금액에 대해 손해 배상을 받지 않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의적으로 한 투자에 따른 손실일 뿐 사기의 피해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정우성 측은 “이미 8년 전에 끝난 일로 더 이상 이 일로 상처 받고 싶지 않아 속으로 묻었다. 그저 속상할 뿐 사건에 거론되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라며 거액의 피해를 보고도 고소하지 않은 이유를 밝혔다. 덮고 넘어갔던 사건이 박 씨가 피소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나는 바람에 오히려 정우성 측이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연예계 관계자들은 “정우성이 수십억 피해를 봐도 눈 깜짝하지 않을 재벌이라 그런 게 아니라 고소를 하고 싶어도 이미지 때문에 못하는 것”이라며 “톱스타 반열에 있는 유명 연예인들의 숙명이다”라고 설명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