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 당사자인 최순실 씨가 지난 해 10월 처음으로 검찰에 출석하고 있는 장면.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 정호성 전 청와대 제 1부속비서관 등 국정농단 당사자들은 현재 재판에 전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가족이나 측근과의 면회도 일체 거부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측 관계자는 “변호인단에서는 이번 재판이 정치 재판이라 정치적으로 싸워야 한다고 조언했으나 당사자들은 끝까지 법리적으로 다퉈보자는 입장이다. 주 4일 재판 등 이해할 수 없는 조치가 많았는데 너무 재판부의 말을 고분고분 잘 들어서 답답할 정도”라고 말했다.
특검 복덩이로 불렸던 최순실 조카 장시호 씨는 지난 6월 구속만기로 출소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장 씨는 출소 후 가족과 식사를 하는 장면이 한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최순실 딸 정유라 씨도 특검 측에 적극 협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최순실 변호인단이 정 씨 변호도 맡았었다. 그러나 둘의 관계가 틀어졌고, 결국 최순실 측 변호인은 정 씨에 대한 변호를 포기하고 사임계를 제출했다. 최순실 측 변호인은 “정 씨가 어떻게 지내는지 우리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내부 고발자인 고영태 씨는 금품을 받고 세관장 인사에 개입한 혐의 등으로 구속된 상태다. 고 씨는 구속 기간이 길어지면서 남겨진 가족에 대한 걱정 때문에 정신적으로 흔들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 씨는 9월 18일 두 번째 보석신청 심문기일에 출석해서 “구속될 때 검찰이 문을 다 망가뜨려서 다음 날 모르는 남자가 집에 침입도 했다. 부인은 현재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또 다른 내부고발자인 노승일 전 케이스포츠재단 부장은 시민운동가로 변신해 사회 공헌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노 전 부장은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 노상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위한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노 전 부장은 돈이 없어서 운동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돕기 위해 대한청소년체육회 설립도 추진 중이다. 노 전 부장 본인이 설립위원장을 맡았다.
노 전 부장이 활발한 사회 공헌 활동을 이어가자 정치권에선 지방선거 출마설이 돌기도 했다. 노 전 부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현실 정치에 대한 꿈이 있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노 전 부장은 “지방선거 출마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노 전 부장은 “지방선거나 총선 등 어떤 선거에도 출마할 계획이 없다”면서 “현재 어떤 식으로 사회공헌 활동을 할 수 있을지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헌영 전 케이스포츠재단 과장은 지난 대선 기간 문재인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도 했다. 박 전 과장은 최근 SNS에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씨가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이 씨 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정현식 전 케이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별다른 대외활동이 없다. 정 전 사무총장은 “이미 은퇴를 했고 나이가 많아 더 이상 일을 안 해도 상관은 없다”면서도 “사실은 지인의 추천으로 어떤 회사에 이력서를 냈었는데 잘 안됐다. 내부고발자지만 국정농단 사태 핵심인물을 데려다 쓰는 것이 많이 부담이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사건 이후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나 보수 인사들로부터 위협을 받거나 피해를 입은 것은 없다”면서도 “세상이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까 항상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국정농단 관련자들은 정 전 사무총장처럼 취업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고영태 녹취록에 등장했던 한 인사는 최근 자신의 실명을 보도한 언론사들을 상대로 100여 건에 달하는 언론중재요청을 했다. 이 인사는 “솔직하게 말해서 취업 때문에 언론중재 요청을 하게 됐다. 사건 이후로 1년째 취업이 안 되고 있다. 취업하려고 하면 관련 기사가 발목을 잡고 있다”면서 “또 어린 자녀가 있는데 벌써 내 관련 기사를 보고 아빠가 나왔다고 한다. 자녀가 더 크기 전에 관련 기사를 다 지우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정동춘 전 케이스포츠재단 이사장은 송수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가 각하됐다. 정 전 이사장은 지난 2월 문체부가 케이스포츠재단에 보낸 설립허가 취소 관련 공문에 자신을 마치 범죄 집단에 가담해 사익을 추구한 것처럼 표현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한 점을 문제 삼아 송 전 차관을 고소했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비선 진료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과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김영재 원장이 운영하는 ‘김영재의원’은 현재 정상영업 중이다. 김 원장은 청와대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보톡스 등 미용성형 시술을 하고 진료 내역을 기재하지 않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미용시술을 하지 않았다고 거짓으로 증언한 위증 혐의도 있다.
김영재의원 측에 문의하니 김영재 원장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미리 예약을 하고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국정농단 사건에도 전혀 타격을 입지 않은 모습이다. 김 원장의 부인인 박채윤 씨는 안종범 전 수석 부부에게 4900여만 원 상당의 금품과 무료 미용 시술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전 대통령 주치의 출신으로 김 원장에게 특혜를 주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창석 서울대병원 원장은 현재 노조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고 있다. 노조 측은 “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된 서 원장은 의료 적폐”라면서 “서 원장이 퇴진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이화여대 학사비리 의혹과 관련된 인물들은 모두 말을 아꼈다. 정유라 씨에게 학점 특혜를 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받고 출소한 류철균 교수는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조사 과정에서 “이 사건으로 30년 쌓은 작가와 교수로서의 인생을 모두 잃었다”며 한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정 씨의 지도교수로 학사비리 사건이 외부에 알려지게 된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던 함 아무개 교수는 취재를 요청하자 “그만 좀 괴롭혀 달라”고 부탁했다.
장시호 씨가 추진한 동계영재스포츠센터와 연루됐던 이규혁 전 스포츠토토 빙상단 감독은 현재 재판에는 성실하게 출석해 증언하고 있지만 별다른 외부활동은 하고 있지 않다. 이 전 감독의 한 지인은 “이 전 감독이 이런 일에 휘말리지 않았다면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반면 동계영재스포츠센터 설립에 관여하고 장시호 씨와 결혼까지 하려고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전 쇼트트랙 국가대표 김동성 씨는 사건 이후에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김 씨는 최근 한 기업이 시행하는 스마일 캠페인 건강 홍보대사로 발탁되기도 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등 특검 팀에 참여했던 검사들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줄줄이 주요보직으로 영전되고 있다. 특검에 파견됐던 신자용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과 양석조 대검 사이버수사과장은 각각 서울중앙지검의 특별수사1부장, 특별수사3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창진 대구지검 부부장은 특별수사4부장이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 4곳 가운데 3곳의 부장 자리를 특검 출신들이 차지한 것이다. 배문기 인천지검 검사, 박주성 대전지검 검사, 조상원 안양지청 검사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로 발탁됐다.
하지만 특검 대변인을 지낸 이규철 전 특검보의 경우에는 특검보 사임 후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변호사를 맡으려 했다가 특검 측과 사이가 멀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 관계자는 “박영수 특검이 이 전 특검보와 다시는 안 보기로 했다. 대변인 역할을 수행한 사람이 그렇게 가볍게 행동할 수 있느냐고 질책했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
이쯤되면 최순실 저주? 청문회 스타 연달아 구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수많은 청문회 스타를 배출했다. 이들은 청문회를 통해 단숨에 인지도와 인기를 얻었지만 이후 각종 구설에 휘말리며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일각에선 최순실의 저주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청문회를 통해 얻은 인지도와 인기를 바탕으로 바른정당 당 대표에까지 선출되는 등 승승장구했지만 최근 불거진 금품수수 의혹으로 대표 취임 73일 만에 낙마했다. 이 의원은 한 사업가로부터 활동비와 의상 등을 지원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업가 옥 아무개 씨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 의원에게 김치까지 담가줬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차용증을 쓰고 빌린 돈이며 받은 돈은 모두 갚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이 의원은 이와 별도로 기부금 5000만 원을 불법 수수한 혐의로도 조사를 받고 있다. 황영철 바른정당 의원은 지난 8월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황 의원은 직원들의 급여를 반납 받아 홍천 지역구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한 의혹을 받고 있다. 황 의원은 자발적 협조에 의해 직원들이 급여를 반납해 지역 사무실 및 지역구 활동에 썼다는 입장이다. 이용주 국민의당 의원은 대선이 끝난 후 문준용 제보조작 사건에 휘말려 검찰 조사를 받았다. 조사 결과 무혐의로 검찰에 기소되진 않았지만 이 의원이 보고 체계의 정점에 있었던 만큼 도덕적 책임까지 피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등래퍼>라는 TV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아들이 SNS에 조건만남을 시도하는 듯한 내용의 글을 남겼던 사실이 확인되면서 곤욕을 치렀다. 한국당으로 당적을 옮기기 전 바른정당 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던 장 의원은 논란이 커지자 모든 당직에서 물러났다.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경부고속도로 7중 추돌 사고를 낸 버스 업체와 연루되어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됐다. 안 의원이 지난 2012년 지역구 시의원과 통화한 녹취록이 공개된 것인데 안 의원은 녹취록에서 “설사 (해당 버스 업체에)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선거가 끝나고 난 다음에 하면 좋겠거든?”이라고 요청했다. 안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