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희 여주시장, 이환설 의장(사진 왼쪽 위부터)과 김영자, 이항진 시의원(사진 오른쪽 위부터)
[여주=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이전투구 양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자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한국당 김영자 시의원이 9월 13일 개최된 제29회 여주시의회 임시회 5분 발언에서 원 시장을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25일 원 시장이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김 의원을 고소한데 대한 반격이다. 이전투구가 따로 없다.
이번 사태는 김영자 시의원이 ‘원 시장이 10%커미션 13억을 받았다’, ‘40~50억을 미국 갈 때 가져갔다’는 등의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지난 7월 11일 김 의원은 제27회 여주시의회 제5차 본회의에서 준설토 수의계약에 대해 이 같이 의혹을 제기하며 원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치 시장과 대립하는 당 소속이라고 의심될 정도로 김 의원의 칼날은 날카로웠다.
당시 김 의원은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로 인해 여주시는 약 330억원의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된다면 시민들이 용서치 않을 거라고 주장하고, 수의계약을 끝까지 고집한다면 시민단체와 함께 시장을 고발할 생각이라고 화살을 날렸다.
하지만 원 시장은 김영자 시의원이 가지고 있다는 증거를 내놓지 않아 고소했다면서 “증거를 내놓거나, 아니면 증거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날 것”이라며 특혜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원 시장은 김 의원을 7월 25일 허위사실유포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대한민국특수임무유공자회 역시 7월 21일 경기경찰청에 명예훼손 등으로 김 의원을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 시장은 ”수의계약은 법에 따른 정상적인 거래로, 국가가 국가유공자에게 특혜를 주고 있는 것“이라며, “수의계약은 법에 따른 정상적인 행정행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준설토는 국가재산이고 국가로부터 위임받아 처분하고 있는데 국가에 물어보지도 않고 수의계약을 줄 수 있겠느냐”면서, “300억 손실은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오히려 40억을 더 거둬들여 국가에 이익을 남겼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의 원 시장 고소 발언 후 자유한국당 내부에서조차 볼썽사나운 모습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환설 의장까지 나섰다. 같은 당 김영자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이항진 시의원의 이날 발언에 대해 “의회는 투사의 장이 아니다”며 나무랐다. “의회와의 협의는 도의적인 문제지 법적인 문제는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어 “만일 원 시장이 조례나 규칙에 어긋나는 행위를 했다면 반드시 거기에 대한 지적을 했을 것”이라며, “오늘 발언은 누가 들어도 싸우자고 하는 얘기다. 즐기고 있는 것이다. 시민을 분열시키는 행위로 의회에서 게거품을 물일은 아니다”라고 두 의원을 싸잡아 비난했다. 그러자 의석에서 이항진 의원이 반론을 제기하며 목소리를 높이자 정회가 됐고, 이어진 회의에서 이환설 의장이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원경희 시장은 새누리당 후보로 2014년 6월 지방선거에 시장에 당선됐고, 현재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김영자 시의원 역시 같은 새누리당 재선 의원으로 탄핵 국면에서 바른정당으로 말을 갈아탔다가 대선 직전 탈당하고 다시 자유한국당에 입당했다.
시민 사회 일각에서는 시장과 시의원의 맞고소로 갈등을 일으키는 볼썽사나운 이전투구를 지양하고 민생에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시민 이아무개씨는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자들이 권력을 남용하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상대 후보를 끌어 내리기 위해 미쳐 날뛰고 있다”면서, “정파적 이익만을 고려한 정치공세와 상호비방이 난무하는 현실을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말문이 막힌다”고 비난했다.
한편, 이번 사태가 원경희 시장을 차기 시장후보에서 탈락시키려는 보이지 않는 손의 조직적인 공격이라는 얘기도 들리면서 여주지역 정가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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