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만에 금의환향...‘제2기 관선 도지사’, 새 정부 초기 예산·현안 산적
-SOC 예산 확보, 한전공대 유치전, 군 시설 이전 갈등 등 난제
-조직 내부서는 전국 최하위 청렴도 제고, 공직기강 확립해야
-도청 조직 추스리고 도의회 관계 재설정 요구
(무안=일요신문) 박칠석 기자 = 이재영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9월 12일 취임하면서 전남도 사상 최장의 도지사 공백 사태에 따른 ‘2기 권한대행 체제’가 시작됐다. 일각에선 사실상 ‘제2기 관선 도지사’ 체제 출범이라는 시각도 나온다. 전남도는 새정부 들어 이낙연 전 지사의 갑작스런 총리행으로 김갑섭 도지사 권한대행 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김 전 권한대행체제는 오래가지 않았다. 정부의 인사방침에 따라 4개월 만에 막을 내리고 새 권한 대행체제가 들어선 것이다. 새로 권한대행을 맡게 된 이 부지사가 안팎의 난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그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재영 전남도 행정부지사가 12일 취임해 전남도지사 권한대행 업무에 들어갔다. 이 부지사가 사무인계인수서에 서명하고 있다. <전남도 제공>
이 부지사는 이날 취임하면서 김갑섭 전 행정부지사로부터 지사 권한대행을 넘겨받았다. 권한대행 체제 4개월 만의 행정부지사 교체로 전남도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그의 풍부한 중앙 공직 경험에 대한 도민의 기대가 크지만 산적한 현안들이 쌓여 있어 우려도 적지 않다. 이 부지사가 자신을 향하는 우려는 씻고 기대에 부응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부지사는 행정고시 32회 출신으로 1991년 도청에서 공직을 시작, 서기관 시절인 1999년 국무조정실 파견 뒤 당시 행정자치부, 국무총리 국무조정실,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청 등에서 요직을 맡아왔으며 18년 만에 행정부지사로 ‘금의환향’ 했다.
그러나 이 부지사가 공직 수행 전반에 대한 역량은 준비됐다하더라도 도지사 권한대행으로서 준비가 됐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행정안전부 요직을 두루 거쳐 폭넓은 행정 경험을 쌓았지만 1999년 행정안전부 전출 후 전남도 근무 경력은 미미하다. 당장 18년 만의 ‘친정’ 복귀와 지사 공백 상황이 맞물린 만큼 도정 현안 전반에 대한 파악이 급선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애초 후임 권한대행 하마평에 도정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남도 사정을 잘 아는 전남도 국장 출신이 비중있게 거론된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 권한대행이 도정 파악을 위해 촌음을 아끼며 혼신의 노력이 필요한 대목이다.
권한대행의 역할 특성상 민선 6기 이낙연 도지사 체제가 추진해 온 ‘청년이 돌아오는 전남’이라는 도정 목표와 ‘숲 속의 전남’ 만들기, 가고 싶은 섬 사업, 남도문예 르네상스 등 핵심 시책은 유지될 것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그러나 안팎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새 정부 들어 지방자치단체 간 예산과 지역 현안 챙기기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내년도 국비 확보는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서 호남고속철도 2단계 사업 등 주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반영액은 전남도 건의액에 크게 못 미쳐, 여야 정쟁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전남도는 국회 심의에서 정부 예산 반영액 5조5,030여억원에서 SOC 예산 5,770억원 등 모두 7,970억원을 증액해 최종 6조3,000억원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9월 15일 전남도와 민주당의 예산정책협의회는 자연스럽게 이 부지사의 정무적 역량을 평가하는 무대가 된다. 정치인 출신 선출직이 아닌 ‘관선 대행체제’가 청와대나 중앙정부, 국회와의 관계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번 당정협의는 첫 실험대가 될 수 있다. 한전공대 유치, 광주 군 공항 등 군사시설 이전을 놓고 생길 수 있는 광주시와의 신경전도 전남도가 원만히 풀어야 할 과제다.
조직 내부에서는 청렴도 향상이 관건이다. 연말이면 발표되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전남도는 만년 하위권을 맴돌다가 지난해 17개 시·도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이낙연 전 전남지사, 김갑섭 전 행정부지사도 도정 수행 중 가장 뼈 아파했던 대목이다.
내부적으로 ‘오너가 아닌 전문행정경영인’ 체제인 상황에서 과거 이낙연 지사 시절때보다 현격히 이완된 조직을 추스르고 활기를 불어 넣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큰 변수가 없다면 이 부지사는 내년 지방선거까지 권한대행을 맡는다. 이 과정에서 줄서기 구태 차단 등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는 리더십을 보여줘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전남도의회와의 관계 설정 역시 중요하다. 지난 7월 전남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에서 도가 넘은 도의원의 질의에 머리를 숙인 전임 권한대행의 모습이 무능함으로 비춰지면서 뒷말이 무성했다. 선출직 지사가 아닌 ‘관선 도지사’의 한계가 있긴 하지만 도정의 동반자로 도의회에 협조할 것은 협조하되, 전남도민을 위한 일에서는 한치의 양보가 없는 소신행정이 요구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에 이 부지사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전남도청에서 공직을 시작하면서 잔뼈가 굵었고 중앙부처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거치면서 갖춘 그의 업무 추진력과 친화력 등을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과거 ‘사람 좋은’ 이재영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품만 좋은 줄 알았더니 업무추진력이나 일을 풀어가는 능력에서 중앙부처 인사들로부터 좋은 평을 받고 있다는 게 중앙부처 한 관료의 전언이다.
이임 후 명예퇴직, 공로연수의 전철을 밟았던 기존 행정부지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젊은 이 부지사가 강한 추진력을 보이면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도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부지사는 취임사에서 소통과 도전을 강조했다. 그는 “도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시책을 추진하려면 잘 들어야 한다”며 “도민은 물론 도의회, 언론, 시민단체 등과 부단히 대화하고 공직자의 이야기도 귀담아듣겠다”고 약속했다. 이 부지사는 이어 “행정은 도민을 위한 버팀목 역할도 하지만, 때로는 도민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이정표 역할을 해야 한다”며 “새로운 분야에 끊임없이 도전해 미래로 향하는 디딤돌을 놓아주기 바란다”고 공직자들에게 당부했다.
지역 관가의 한 인사는 “새 정부가 들어서 변화가 많은 시기에 도지사 부재에 따른 권한대행이 두 명째 바뀌는 것은 전남도의 입장에서는 위기다”며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선 그가 취임사에서 밝힌 대로 ‘소통’과 ‘도전’이라는 초심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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