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 JB금융지주회장, 자행 출신 행장 ‘약속’ 지키고 연임 포기
송종욱 부행장, 다양한 경험·리더십 인정받아
광주은행 본점 전경 <광주은행 제공>
(광주=일요신문) 이경재 기자 = 광주은행 창립 49년 만에 내부 출신 토종 은행장이 탄생했다. JB금융지주가 최근 광주은행장 차기 후보자로 자행 출신 송종욱 부행장으로 결정한 것이다. BNK 금융지주가 지방 금융지주 가운에 처음으로 회장과 행장을 분리했지만 내홍을 겪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르다. 특히 김한 JB금융지주 회장이 3년간 겸직하던 광주은행장 직을 분리시켰다는 점이 주목을 받고 있다.
◇광주은행장 첫 내부 출신 내정
광주은행 및 전북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지난 8월 28일 송종욱 광주은행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 후보로 확정했다. 은행들은 통상 2~3개월 전에 최고경영자 후보 선임절차를 논의하기 위한 임추위를 개최한다. 김한 광주은행장의 임기만료는 당초 11월 30일이다. 하지만 이보다 빠른 9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송 부행장에게 자리를 넘기기로 했다.
광주은행은 지난 2014년 JB금융에 흡수됐다. 당시 JB지주회장과 전북은행장 직을 겸직하던 김한 은행장은 광주은행장을 겸직했다. 그동안 김한 회장이 광주은행의 조직 문화 이해도를 높이고 하루빨리 JB금융에 흡수시키기 위해 직접 겸직 체제로 이끌어온 것이다. 김 은행장은 내년 광주은행 50주년을 맞아 조직의 안정 및 내실화와 외연 확장이 이뤄졌다고 판단, 연임을 포기하고 분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과감히 버릴 것은 버리되 득이 되는 것은 망설임없이 쟁취해야 한다”. 김한 은행장이 3년 전 광주은행장에 취임하며 한 말이다. 이 말이 무색하지 않게 김 회장은 행장 임기만료를 앞두고 연임을 포기하는 대신 조직 안정화를 선택한 셈이다.
◇김한, 자행 출신 행장 ‘약속’ 지키고 연임 포기
이러한 김 은행장의 결단으로 그간 광주은행장은 시중은행과 증권회사 출신들이 독식하다시피 했으나 이번에 첫 내부 출신 ‘토종 은행장’을 배출하게 됐다. 김 은행장은 3년 임기 동안 지역 은행인 광주은행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공이 적지 않다. 이 때문에 광주은행 안팎에서는 김 은행장의 연임(3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나왔다.
그러나 김 은행장이 이번에 연임을 포기하면서 은행장 바통이 자연스럽게 넘겨지게 됐다. 김 은행장은 2014년 JB금융지주가 광주은행을 인수하고 나서 ‘광주은행 출신 행장 선임’을 언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약속을 지키면서 송 부행장이 차기 은행장에 오르는 길을 확보해줬다는 평가다. 또 자회사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상황에서 김 은행장이 금융지주회장을 겸임하며 서울과 지방을 오가야 하는 부담감도 컸던 것으로 보인다.
광주은행 노조는 송 부행장을 은행장으로 내정한 데 대해 환영하는 입장이다. 광주은행 관계자는 “김한 은행장 연임 여부에 대해 그간 설왕설래했다”며 “김한 은행장이 은행장 거취를 명확히 해 조직을 예측 가능한 시스템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지주 회장과 행장을 분리하는 지방금융지주사의 최근 흐름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지주 회장 및 행장을 도맡아 오던 지방금융지주들은 권력 분산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조직 안정을 꾀하는 모습이다. 지주 회장 및 은행장, 이사회 의장 권한이 한 명에 집중되면 이에 대한 견제는 더 힘들어지고 부작용을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 4월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의 주가조작 사건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독단경영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회장 및 행장직을 겸하고 있던 성 전 회장이 구속 수감되자 그룹 전체 경영에 리스크를 불러왔다. 이러한 분위기에 힘입어 나머지 금융지주사들의 회장 및 행장직 분리도 가속화되고 있다.
송종욱 신임 광주은행장
◇송종욱 부행장, 다양한 경험·리더십 인정받아
송 부행장의 다양한 경험과 리더십도 광주은행 역사상 첫 자행 출신 은행장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도 있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도 송 부행장에 대해 “송 부행장은 금융업 전반에 대한 다양한 근무를 경험했고 경영자로서 역량이 높이 평가되며, 이러한 경험과 역량을 바탕으로 광주은행의 효율적인 경영관리 등을 통해 지역경제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광주은행장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송종욱 내정자는 1991년 광주은행에 입행해 공보팀장, 다수의 지점장을 거쳐 2007년 임원으로 올랐다.이후 자본시장본부장, 리스크관리본부장을 거쳐 현재 영업전략본부 및 미래금융본부를 맡고 있다. 그는 은행업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금융계 전반에 걸쳐 다양한 인맥을 보유하고 있으며, 탁월한 업무추진력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광주은행의 매끄러운 세대교체는 적신호가 켜진 지역경제에도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역의 대표 기업들은 경영 위기로 흔들리며 지역민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금호타이어는 중국 더블스타와 매각이 무산됐지만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고, 기아자동차는 통상임금 문제와 수출 부진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광주 신세계와 롯데백화점 광주점도 매출 상승의 그래프는 보기 어려운 형편이고, 67년 기업인 보해양조는 비상 경영 체제다. 광주은행은 그나마 이처럼 어두운 지역경제의 숨통을 터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