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대학대표팀 선수로 출전한 사이토 유키. 로이터/뉴시스 | ||
▶▶야구계의 ‘손수건 왕자’
2006년 일본 전국 고교야구대회인 고시엔(甲子園)에서 최초의 ‘왕자’가 탄생했다. 이날 우승 투수였던 사이토 유키(19)가 시합 중 곱게 접은 손수건을 꺼내서 ‘고상하게’ 땀을 닦는 모습이 일본 전국에 중계되자 ‘손수건 왕자(항카치 오지)’라는 애칭이 붙게 됐던 것.
고시엔 37년 만의 연장전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경기를 진행했던 모습과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보인 겸손한 태도로 사이토는 금세 언론의 주목을 받는 인기 스타가 됐다. 그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서는 사이토가 사용한 것과 같은 종류의 손수건이 1만 엔(약 8만 6000원)을 넘는 고가에 낙찰되기도 했으며, 시중에서는 ‘사이토 사진집’이 발매되어 인기를 끌기도 했다.
‘손수건 왕자’라는 별명에 대해서 사이토 본인은 “손수건 왕자라는 별명은 이미 졸업했다”며 자신의 유명세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 사이토가 ‘손수건 왕자’ 별명을 얻게 된 고교시절 모습(왼쪽), 히라야마 소타. | ||
여섯 살 때 골프를 시작한 이시카와 료(16)는 2005년 전국 중학교 선수권대회 우승을 시작으로 2007년 ‘먼싱웨어 오픈’에서 일본 프로골프 사상 최연소 우승을 달성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시카와는 이 대회 최연소 우승으로 기네스북에 이름을 올렸다.
‘수줍은 왕자(하니카미 오지)’라는 별명은 이 대회 후 인터뷰에서 보인 수줍은 태도 때문에 붙여졌다. 이시카와는 인터뷰에서 “우승했을 때 열다섯 살의 나이로 우승한 사람은 나밖에 없을 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기네스북에 오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예의 수줍은 모습을 보였다.
언론에 따르면 ‘수줍은 왕자’가 가져온 경제효과는 직간접적인 것을 통틀어 모두 59억 엔(약 508억 원)에 이른다. 인기도 대단해서 유명 여성 탤런트들이 “이시카와 군에게 프러포즈 받고 싶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을 정도다.
2007년 8월에는 남동생인 이시카와 와타루(7)가 주니어 골프 대회에서 어린 나이에 16위라는 호성적을 올리면서 ‘미니 왕자(미니카미 오지)’ ‘꼬마 왕자(치비카미 오지)’라는 별명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골프계의 ‘통통 왕자’
2007년 일본 골프계에는 혜성처럼 등장한 신인이 또 한 명 있었다.
‘수줍은 왕자’로 불리는 이시카와 료가 예선에서 탈락했던 일본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결승 토너먼트에 진출하면서 주목을 받게 된 후루타 고키(16)가 그 주인공이다. 후루타는 171㎝에 78㎏의 체격으로 ‘통통 왕자(폿차리 오지)’라고 불린다.
이시카와와 후루타는 상당히 친한 사이로 함께 인터뷰를 할 때면 만담을 주고받는 듯 환상의 호흡을 보여 ‘더블 왕자 박소 회견’으로 종종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 후루타는 두 살 무렵 아버지가 짧게 잘라 준 클럽을 가지고 놀며 처음 골프를 접했다고 한다.
▲ (왼쪽부터) 이시카와 료, 이시카와 와타루, 후루타 고키 | ||
‘~왕자’라는 별명이라고 해서 모두 좋은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축구선수인 히라야마 소타(23)의 별명인 ‘코딱지 왕자(하나쿠소 오지)’다.
히라야마는 2003년 전국 고교 축구대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 득점왕으로 등극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이런 뛰어난 실력 덕분에 고교 졸업 후 일본 프로리그뿐 아니라 유럽의 유명 축구팀에서도 러브콜이 빗발치는 등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2005년 네덜란드의 강팀 페예노르트 로테르담의 연습생으로 축구 유학을 갔다가 헤라클레스 알멜로와 3년 계약을 맺고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다. 그 후 첫 시합에서 역전 승리를 이끌고 FIFA가 선정하는 2006년 베스트 플레이어로 뽑히는 등 큰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3년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미련 없이 유럽 리그를 떠나 FC 도쿄와 계약하면서 일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가 일본으로 컴백한 이유가 오로지 ‘향수병’ 때문이라는 보도가 퍼지자 순식간에 언론의 비난을 사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중요한 시합을 앞두고 머리를 붉게 염색하고 나타나는 등 그 후의 행실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지게 됐다. 결국 그라운드에서 대놓고 코를 파는 모습이 언론에 포착되자 ‘코딱지 왕자’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까지 얻게 됐다.
하지만 다행히 현재는 안정적인 플레이로 다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