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1월 6일 그는, 경찰 발표에 따르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는 자택 거실 계단에서 전깃줄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에도 그의 죽음을 두고 ‘정신적 불안 때문이다’ ‘돈 때문이다’ ‘여자 때문이다’ ‘타살이다’ ‘아내가 죽였다’ 등의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이 같은 추측에 최근 다시 불이 붙었다. 고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 씨가 의심의 핵심이다. 당시에도 타살설이 돌았지만 최근 김광석의 딸 서연 씨가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서 씨는 최근까지도 10년 전 사망한 딸이 미국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왔기 때문이다.
지난 9월 6일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가수 전인권 씨가 형사소송법 개정안(일명 김광석법) 입법 발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전 씨, 영화 ‘김광석’ 감독인 이상호 씨. 박은숙 기자
서 씨가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서연 씨를 살아있는 것처럼 꾸민 이유가 남편의 자살과 관련한 얘기가 재론되는 게 부담스러워서일 가능성이 높지만 일부에선 저작권과 관련 있다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서연 씨가 살아 있을 때도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근거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는 저작권을 빼앗기 위해 서 씨가 모종의 행동을 한 것 아니겠냐는 것이다.
서 씨의 행적을 보면 김광석 저작권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창출하려 했다고 보여진다. 몇 년 전 김광석 음악을 편곡하기 위해 서 씨를 만난 한 음악제작자는 “편곡 없이 똑같은 곡을 무대에서 부를 때는 저작권료만 내면 따로 저작권자의 허락이 필요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서 씨는 여러 차례 간섭했다”며 “만약 편곡까지 한다고 했다면 큰 대가를 원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의혹이 짙어지자 9월 21일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와,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이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찾아 고 김광석 씨, 딸 서연 씨의 타살 의혹 재수사 고발장을 접수했다. 이상호 기자는 영화 <김광석>을 만들며 김광석 타살설을 수면 위로 띄운 바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부인 서해순 씨의 출국금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의 핵심은 지난 96년 1월 6일 김광석 사망 당시 최초 목격자였던 부인 서해순 씨가 자살의 증거로 내세운 진술이 모두 허위이며 나아가 남편 김광석을 살해했다고 의심할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안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보에 의하면 김광석의 딸 서연 양은 2007년 12월 23일 사망한 뒤 빈소를 차리지 않고 26일 화장처리되었다. 어린 딸이 아파서 죽었는데 빈소를 차리지 않은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왜 10년간 딸의 죽음을 숨겼을까? 김광석의 팬들은 서해순 씨의 해명을 갈망한다”는 글을 올리며 의혹 제기했다.
그런데 서 씨가 지난 2014년 저작권 외에도 김광석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상표권을 출원해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논란이 될 예정이다. 그런데 저작권뿐만 아니라 김광석과 관련된 거의 모든 상표권을 서해순 씨가 이미 등록했다는 게 밝혀졌다. 서 씨는 지난 2014년 8월 한글 ‘김광석’, 영문 ‘KIM KWANG SEOK‘으로 의류, 신발, 모자, 문구류, 종이, 교육업, 교육용기기, 연예오락업, 스포츠 및 문화활동업, 광고업 등 관련 있는 많은 분류에 상표권을 등록했다.
서 씨는 지난 2013부터 김광석을 재해석한 뮤지컬, 연극 등이 만들어졌을 때도 김광석의 퍼블리시티권을 주장해 이름을 쓸 수 없게 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초상권, 성명권, 편곡 허락 등을 구하지 못해 ‘디셈버’,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날들’은 김광석 뮤지컬임에도 이름에 김광석이 들어가지 못했다. 한 공연 연출자는 “서해순 씨는 김광석 이름뿐 아니라 노래 제목조차 쓰지 못하게 했다”고 귀띔했다.
2013년 ‘김광석 붐’ 때문이었는지, 2014년 8월 서 씨는 상표권을 출원했고 2015년 6월 등록됐다. 저작권과 함께 상표권도 서 씨의 손에 들어간 것이다. 서 씨가 상표권을 어떻게 이용했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한 변리사는 “상표법 34조 2항에는 국가·인종·민족·공공단체·종교 또는 저명한 고인과의 관계를 거짓으로 표시하거나 이들을 비방 또는 모욕하거나 이들에 대한 평판을 나쁘게 할 우려가 있는 상표는 등록할 수 없다”며 “이는 등록 요건이기도 하지만 취소 요건이기도 하다. 만약 서 씨가 고인의 평판을 나쁘게 할 우려가 있는 행동을 했거나 한다면, 이해관계자들은 상표권을 취소해달라는 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저작권, 상표권, 김광석 소유 재산 취득 여부와 달리 서 씨가 정말 김광석과 그 딸의 죽음에 관련됐는지 여부는 아직 미지수다. 특히 두 사람을 오랫동안 지켜봐온 사람 중에서는 대체로 ‘자살할 사람이 아니다’, ‘의심스럽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섣불리 단정짓긴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김광석을 오랫동안 알아온 한 지인은 최근 SNS를 통해 “서해순이 (심성이 곱지 않은) 그런 여자인 것은 이미 알고 있던 바다. 하지만 ‘과연 남편과 딸을 살해하기까지 했을까?’하는 질문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는 글을 올렸다.
사건이 발생한 지 오래 지났기 때문에 수사가 가능할지도 불투명하다. 또한 10년 전 죽은 딸 서연 씨도 이미 화장까지 한 상태라 증거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장에서 미제 사건 수사를 진행한 경찰 관계자는 “약 20년이 흐른 사건이라 수사를 통해 새로운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 서 씨가 범인이라 해도 결정적 증거를 발견할 가능성이 높진 않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한편 22일 검찰은 이상호 기자가 제기한 김광석과 딸 서연 양 사망 의혹 고발 사건을 형사6부에 배당했다. 검찰이 김광석에 얽힌 의혹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