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짜 쇠고기를 유통시킨 ‘미트호프’의 다나카 미노루 사장의 모습이 지난해 <주간문춘>에 실렸다. 바비큐용 곤로를 옆구리에 끼고 어디 가는 것일까. | ||
일련의 식품 관련 소동 중 가장 큰 이슈가 된 것은 지난해 6월에 불거진 ‘미트호프’의 가짜 쇠고기 사건이다. 일본의 유명 정육가공업체인 ‘미트호프’가 다른 동물의 고기를 섞어서 만든 고기를 ‘다진 쇠고기’라고 속여 팔다가 들통이 난 것이었다.
사건의 전모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충격은 더욱 커졌다. ‘다진 쇠고기’에는 돼지 내장이나 소의 머리를 비롯, 폐기처분되기 직전의 부패한 고기 등 상상만 해도 끔찍한 재료들이 들어가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미트호프’의 ‘다진 쇠고기’가 크로켓이나 햄버그 등으로 가공되어 유명 마트나 학교급식으로 버젓이 유통됐다는 사실이었다. 일본 국민들의 충격과 분노는 극에 달했지만 악몽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브랜드 돼지고기’나 ‘브랜드 채소’ ‘브랜드 쌀’ 등의 마케팅은 본래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일본에서 가장 맛있는 쌀로 정평이 난 니가타 현의 ‘고시히카리’와 할리우드 스타들도 직접 공수해서 먹는다는 ‘고베 비프’ 등이 있다. 이런 ‘지리적표시제품’들은 식품의 원산지와 품종이 그대로 브랜드화되기 때문에 엄격한 품질관리가 이루어진다.
아니, 적어도 이루어지고 있다고 일본국민들은 믿었다. 그런데 2006년 말 다른 것도 아닌 주식인 쌀을 속여서 판매하던 업체들이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0㎏에 6만~7만 원이 넘는 고가에 거래되는 ‘고시히카리’에 정부미를 섞어서 유통하던 ‘니혼 라이스’의 경우, 농림수산성의 간부가 불법행위를 알고도 접대를 받고 이를 눈감아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화제가 됐다. 이듬해인 작년 9월에는 다른 지방에서 생산됐거나 심지어는 품종이 전혀 다른 쌀을 섞어서 니가타 현 ‘고시히카리’라고 판매하던 업자들이 개선 명령을 받고도 이를 무시하고 계속 영업하다가 덜미가 잡혔다.
2007년은 그야말로 식품 관련 사건의 연속이었다. ‘후지야’는 일본의 대도시라면 거의 모든 동네마다 점포가 있을 정도로 전통 있고 유명한 제과업체로 패밀리레스토랑 사업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대목인 크리스마스가 끝나고 2007년 새해가 밝자마자 ‘후지야’가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와 달걀, 과일 등을 사용했다는 사실과 함께 공장에서는 매달 수십 마리가 넘는 쥐가 잡힌다는 내용이 내부 고발자에 의해 언론에 알려졌다.
게다가 그동안 식중독과 복통, 구토 등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의 불만이 다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은폐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상황은 더욱 나빠졌다. 결국 ‘후지야’는 모든 제품의 제조와 판매를 중단하게 됐다. 그러나 그 후에도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거센 비난 여론에 편승하여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수거한 초콜릿으로 다시 상품을 만들었다”고 과장 보도를 한 TV 프로그램이 ‘후지야’의 항의에 정식으로 사과하는 등 누가 피해자고 가해자인지 알 수 없는 소동으로 소비자들을 어이없게 만들었다.
그러던 중 11월 말에는 ‘맥도날드’ 사건이 터졌다. 도쿄의 맥도날드 와세다 점 등 네 곳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샐러드의 날짜를 습관적으로 위조해온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맥도날드가 세계 최대의 햄버거 체인점이었기에 충격은 더욱 컸다.
‘일본 맥도날드’의 CEO인 하라다 에이코 씨는 기자회견에서 “이번 사건은 일본은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맥도날드 전체가 아닌 일부 체인점 오너의 잘못으로 일어난 사고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역시 언론의 취재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전직 종업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햄버거에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지난 채소를 사용하는 것은 그나마 양심적이었다. 밀크셰이크 등은 유제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장균 등의 균이 없는지 매일 아침 검사를 하도록 되어 있다. 검사는 시험지를 사용해서 이루어지는데, 시험지의 색깔이 분홍색으로 변하면 이상이 있다는 뜻이다. 더운 여름날의 경우 많으면 일주일에 한두 번은 시험지가 분홍색으로 변했지만 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대장균 셰이크’는 그대로 고객에게 판매됐다.
주방의 위생상태도 한심하기 그지 없었다. 전직 종업원이 묘사하는 주방 안은 차라리 호러 영화에 가깝다. 주방에서 일하다 보면 말 그대로 쥐가 발에 차일 정도로 많았다고 한다. 쥐가 제멋대로 돌아다니는데 음식재료라고 멀쩡할 리가 없었다. 햄버거에 사용되는 빵은 물론이고 소스나 커피, 설탕 등 쥐가 갉아먹은 재료들은 그 부분만 버리고 나머지는 그대로 사용했다. 감자튀김을 튀기는 기름에 바퀴벌레가 빠져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는데 이럴 때는 당연하다는 듯이 바퀴벌레만 건져낸 후 기름은 계속 사용했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