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필로폰 밀반입 및 투약 혐의로 체포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 남 아무개 씨(26)를 9월 19일 구속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남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범죄 혐의가 소명되고 도망의 염려가 있어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앞선 17일 밤 경찰은 남 씨가 즉석만남 채팅앱을 통해 함께 필로폰을 투약할 여성을 물색 중인 것을 포착하고 서울 강남구청 인근 거리에서 남 씨를 붙잡았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는 9월 13일 중국에서 필로폰 4g을 40만 원에 매수해 15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때 남 씨는 속옷 안에 필로폰을 숨겨 밀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 씨가 들여온 4g은 130명이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국내에서는 400만 원어치 상당으로 이후 남 씨는 즉석만남 앱을 통해 필로폰을 함께 투약할 여성을 찾기도 했다. 경찰 조사에서 남 씨는 16일 오후 자택에서 한 차례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를 인정했다.
필로폰을 밀반입해 투약한 혐의를 받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장남이 19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남 씨가 과거에도 필로폰뿐만 아니라 대마초에 손을 댔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사정당국에 따르면 마약 전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진 남 씨가 필로폰 투약 이전에도 다른 종류의 마약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 사정당국 한 관계자는 “남 씨가 필로폰뿐 아니라 대마초 등 다른 종류의 마약을 했다는 의혹이 있어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이 남 씨를 체포한 17일 밤 남 씨는 즉석만남 앱을 통해 알게 된 한 여성을 직접 만나기 위해 강남구청역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이 여성은 경찰 수사관으로 함정수사를 벌인 경찰의 덫에 남 씨가 걸려든 것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남 씨가 체포되기 전까지 경찰 수사관은 남 씨와 총 4차례 대화를 나눴다. 이 과정에서 남 씨가 마약을 한 적 있다는 말을 꺼내 경찰은 이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밖에도 남 씨는 중국에 가기 전부터 주변 지인들에게 소셜 미디어를 통해 ‘(필로폰을 확보하면) 함께 즐기자’ 등 권유하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재 경찰은 남 씨가 과거 대마초도 피웠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여죄 여부를 수사 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대마초를 했는지 안했는지 아직까지 확인된 건 없지만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하지만 본인은 계속 이번이 처음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채팅앱에서 마약 했다고 한 건 맞지만 진실인지 거짓인지 단정지을 순 없다”며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모발 정밀검사를 맡겼다. 2주 뒤에야 검사 결과가 나와 상황 지켜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한 전직 경찰은 “대부분 대마초를 피우고 또 다른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많고 필로폰으로 마약을 시작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국과수 검사로 양과 종류 정도는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남 씨 주장대로 이번에 처음해서 걸린 것이면 모발에서 아무것도 안 나와야 하는 게 맞고 만약 모발에서 양성반응이 나오면 그 순간 남 씨는 초범이 아니게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경찰은 “통상적으로 마약수사는 상습적으로 마약을 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할 수 있다”며 “집 주변 CCTV 등을 찾아보고 마약의심자의 평소 행동 패턴이나 통화내용 등을 분석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하고 맞지 않는 곳에 가 있다거나 수상한 사람과 접선한 점 등이 발견되면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찰은 4g의 필로폰 중 2g만 남아있던 점을 들어 공범이 있는지 여부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체포 직후 남 씨 집에서 필로폰 2g을 발견해 압수했다. 2g은 주사기로 투여할 시 60인분의 양이다. 경찰에 따르면 남씨는 입국 당일 오후 3시께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필로폰 2g을 투약했는데 일반적으로 주사기를 통해 혈관에 투약하는 방법이 아닌 불로 가열해 증기를 흡입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주사기 이용 시 0.03g 정도 투여할 수 있으나 증기 흡입 방식은 이보다 더 많은 양을 사용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이 같은 증기 흡입 방식은 최근 중국에서 유행하는 방식으로 전해졌다. 앞서의 한 전직 경찰은 “중국에서 유행하는 간략한 방법인데 숟가락에 (필로폰) 가루를 올리고 알코올 램프의 불 위에 두면 열이 가해지면서 가루가 녹아 연기가 난다. 그 연기를 흡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주사기로 하면 0.03g(1회 투여량)만 넘어가도 중독이 심하다. 근데 증기 흡입의 경우 더 많은 양을 투여할 수 있으니까 환각 증세가 심하고 인체에 해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2g이라도 남 씨 혼자 했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김복준 한국범죄학연구소 연구위원은 “증기흡입 방식으로 하면 주사기 투여량보다 조금 더 드는 건 맞지만 2g을 혼자 했다면 아마 지금 살아있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이는 주로 환각 파티 때 많이 하는 방식이다. 누구한테 줬거나 누구와 같이 했는지 당연히 수사관이라면 2g의 행방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필로폰 밀반입, 투여 혐의를 받고 있는 남 씨에게 실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기종 현대사회범죄연구원 전문위원은 “이번 사건에서 중요한 건 남 씨가 필로폰을 밀반입했다는 점”이라며 “마약류 관리 조항만 봐도 기본소지·보관·판매는 1억 원 이하의 벌금 10년 이하의 징역이고 밀반입은 무기징역까지도 형량이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봤을 때 1심에서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크지만 항소심에서는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도 “밀반입이 일단 죄질이 가장 나쁘고 투여도 투여지만 타인에게 권유하려 했던 부분도 있다. 1심에서 실형을 받을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ksangh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