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복지부 ‘서울시-성남시’ 청년정책 갈등···남경필 “우린 문제없어” 이재명 “그게 내로남불”
이재명 성남시장 “남경필 청년통장 사과요구 안타까워”.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때 모습=일요신문DB
이재명 성남시장은 지난 8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경기도의 청년 1억 연금에 대하여 “전체 경기도 청년 중 수혜대상이 극히 적고, 지원금액도 수천만 원에 달하는 등 ‘사행성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재명 시장을 향해 “청년들에게 사과하라”고 말했다. 남경필 지사는 22일 한 라디오방송에서 “사행성이란 말은 우연히 이익을 위해 요행을 바라는 것”이라며 “여기(청년통장) 지원하는 청년들은 땀 흘려 일하는 청년, 소득이 낮은 청년들인데 이런 청년들한테 요행을 바란다고 한 것은 정치인으로서 해선 안 되는 무책임한 발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행성이라는 말을 쓰려면 뜻을 제대로 알고 말하라. 이건 사이다 발언이 아닌 청년들에 대한 모욕성 발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청년배당이 청년에게 소득을 올려주겠다는 마음은 좋은 데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라며 “청년이면 다 줘야하는데 특정 나이 청년만 주는 점, 집에 재산이 많은 부모 아래 있는 청년들도 상관없이 다 주는 점”을 들어 성남시의 청년배당을 비판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 “이재명 청년통장 사행성 포퓰리즘 발언 사과해야” 남경필 바른정당 대선후보 경선때 모습=일요신문DB
청년배당은 성남시가 전국 처음으로 기본소득 개념을 적용해 도입한 청년복지정책으로 재산·소득·취업 여부와 상관없이 3년 이상 성남시에 거주한 만 24살 청년에게 2016년 1월부터 분기별로 25만 원씩, 연 100만 원을 지역화폐(성남사랑상품권)로 지급한다.
청년통장과 청년배당은 인원이나 연령제한 등의 다소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모두 청년과 사회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다.
남 지사의 사과요구에 이 시장도 성명을 내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시장은 “아마도 남 지사께서 착각한 것으로 보인다. (저는)‘청년통장’ 사업을 비판한 사실이 없다. 다만, 경기도의 ‘청년 1억 연금(통장)’에 대해 비판한 바 있다”며, “‘청년 1억 연금(통장)’은 ‘1억’이라는 숫자로 청년을 현혹시키는 ‘포퓰리즘’ 정책이자 전체 경기도 청년 가운데 극히 일부만 혜택을 받는 ‘사행성’ 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시장은 “남경필 도지사께서 ‘청년통장’과 ‘청년 1억 연금’이라는 자신의 정책을 착각한 것이 아니라면 ‘공격을 위한 왜곡’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면서 “남 지사께서 고의로 ‘착각’ 또는 ‘왜곡’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 상식 밖의 사과요구 대신 직접 (남 지사 본인이)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일각에선 과거 복지부 등 정부의 이분법적인 행정에 대한 비판도 불거지고 있다. 앞서 박근혜 정부 당시 경기도는 이재명 시장의 청년배당을 비롯한 3대 무상복지 사업을 대법원에 제소(‘예산안 의결 무효 확인 청구 소송’과 함께 예산안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한 상태다. 당시 새누리당의 ‘포퓰리즘 악마’ 등의 강한 정치적 공세 및 복지부와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남 지사와 경기도도 이 시장과 성남시의 무상복지 정책이 정부의 방향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이 청년정책을 두고 ‘내로남불’ 공방을 펼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내년 지방선거를 두고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경기도의 청년통장은 복지부와 공식적인 협의를 걸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남 지사는 성남시와 서울시가 최근 청년 예산 문제로 복지부와 갈등을 빚은 일에 대해 “일하는 청년 통장에 대해서는 복지부와 판단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반대하고 갈등을 빚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절차를 어겨서는 안 되기 때문에 만약 복지부가 하지 말라고 하면 정책 추진을 멈출 것이다”라고 전했다.
특히, 남 지사는 “복지부에서 정책이 잘못됐다고 판단하면 정책 시행이 멈추겠지만 이미 복지부와 우리는 판단을 같이 해왔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으리라 본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시장은 “경기도의 제소는 성남시 복지정책을 무력화하려는 박근혜정부의 요구에 따른 ‘자해성 대리제소’였다”며 “정권이 바뀌었고 명분도 없는 만큼 남경필 지사께서 지금이라도 소 취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복지부와 협의 안 된 청년복지 정책을 새로 시행하겠다는 경기도가 소 취하를 거부하면 그야말로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갈등을 빚었던 서울시와 복지부가 ‘청년수당’ 관련 소를 서로 취하한 상태에서 경기도와 성남시의 갈등은 정책보다는 정치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도 높을 전망이다. 무엇보다 내년 지방선거을 앞두고 경기도지사 유력 후보로 지명되는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간의 치열한 경쟁은 불가피할 것이기 때문이다.
서동철 기자 ilyo100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