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연말 사르코지-브루니 커플이 이집트에서 성탄 휴가를 보냈다. AFP/연합뉴스 | ||
이 통속 드라마가 흥미로운 것은 TV 속의 허구가 아닌 실제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토리가 하루가 다르게 빠르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프랑스인들은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또 어떤 일로 깜짝 놀라게 할까”라는 걱정 아닌 걱정을 하고 있다. 여기에 미모의 전직 슈퍼모델이 엘리제궁의 새 안주인이 될지도 모른다는 점이 사람들의 흥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사르코지 스스로 각본 및 감독, 주연까지 모두 도맡고 있는 이 ‘사르코지 드라마’는 지난 10월 사르코지와 세실리아가 이혼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만남 그리고 사랑
사르코지가 11년 간의 결혼생활을 청산하고 세실리아와 이혼을 발표한 것은 지난해 10월 18일. 이로써 사르코지는 프랑스 헌정 사상 재임 기간 중 이혼한 첫 번째 대통령이 됐다.
그리고 한 달여 동안 홀로 엘리제궁에서 생활하던 ‘싱글남’ 사르코지는 일에 몰두하는 정력적인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하지만 사실은 달랐다. 사르코지는 친구이자 홍보 전문가인 자크 세골라에게 수시로 전화를 걸어 “너무 외롭다. 더 이상 엘리제궁에서 홀로 밤을 보내기 싫다”면서 하소연을 했다. 그리고 11월 14일 밤, 바라던 대로 사르코지는 드디어 사랑에 빠졌다. 이혼한 지 불과 한 달도 되지 못해서였다.
세골라가 주최한 저녁모임에 참가한 사르코지는 이곳에서 기타를 퉁기면서 노래를 부르는 슈퍼모델 출신의 샹송가수 카를라 브루니를 만났다. 사르코지가 케네디 흉내를 내는 ‘케네디광’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던 걸까. 브루니는 사르코지를 위해서 마릴린 먼로가 존 F 케네디를 위해서 불렀던 유명한 “해피 버스데이 투 유, 미스터 프레지던트”라는 노래를 불렀다. 저녁 내내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던 둘은 마침내 함께 자리를 떴으며 핑크빛 로맨스는 그렇게 시작됐다.
그후 둘 사이에는 여러 차례 전화통화와 문자 메시지가 오갔고, 브루니의 집으로는 엘리제궁에서 보낸 장미꽃다발과 선물들이 속속 도착했다. 그리고 12월 6일 처음으로 엘리제궁을 나서는 브루니의 모습이 파파라치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당시 이 사진을 기사화한 신문이나 잡지는 아무 곳도 없었다. 언론 재벌과 친한 ‘사르코지의 큐 사인’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열흘 후, 마침내 브루니와 다정하게 손을 맞잡고 파리 디즈니랜드에 놀러 나온 사르코지의 모습이 만천하에 공개됐다. 브루니의 여섯 살 난 아들 오렐리앙과 브루니의 어머니도 동행한 상태였다. 이 사진은 시사주간 <렉스프레스>에 처음 보도되었으며, 다음날 ‘대통령의 연인’이라는 제목 하에 톱뉴스로 다루어졌다.
그렇게 세상에 알려진 사르코지의 연애 스토리는 그후부터 일일연속극을 보듯이 빠르게 전개됐다. 둘이 다시 언론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브루니와 그녀의 아들이 사르코지의 이집트행 성탄 휴가에 동행하면서였다. 둘의 다정한 모습은 연일 신문의 1면을 장식했으며, 사르코지의 얼굴에서는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둘은 사랑에 빠진 듯 행복해 보였으며, 이런 자신들의 모습이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즐기고 있는 듯 보였다.
웨딩마치 언제 울리나
둘의 로맨스가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 시작하자 갖가지 추측과 소문이 잇따랐다. 먼저 둘이 언제쯤 웨딩마치를 올릴 것인가가 사람들의 1순위 화제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사르코지가 이미 연말쯤 청혼을 했으며, 둘 사이에 약혼 예물까지 오갔다는 소문이 퍼졌다. 사르코지는 브루니에게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백금과 다이아몬드, 핑크빛 루비로 이루어진 하트 모양의 반지를 선물했고, 브루니는 답례로 스위스 명품시계인 ‘파텍 필립’의 손목시계를 선물했다는 것이다.
둘이 2월 9일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는 소문이 있는가 하면, 3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하거나 혹은 취임 1주년을 기념하는 5월 16일에 할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심지어는 1월 중순 이미 비밀 결혼식을 올렸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미 브루니가 엘리제궁에 살림을 차렸으며, 안주인 노릇을 하면서 사르코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또한 엘리제궁에는 그녀를 위한 녹음 작업실까지 마련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르코지가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가 브루니가 임신을 했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블로거에 의해서 불거진 임신설은 브루니가 지난 12일 파리 외곽에 있는 뇌이 시의 한 병원에서 임신 검사를 하고 나오는 모습이 목격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밖에도 ‘사르코지 성격이 원래 급해서’ 혹은 ‘영부인이냐 아니냐를 놓고 불거지는 의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등이 결혼을 서두르는 이유로 추측되고 있다.
▲ 브루니(왼쪽), 세실리아 | ||
그렇다면 사르코지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간 브루니는 과연 어떤 여성일까. 슈퍼모델 출신답게 브루니는 훤칠한 키와 쭉 뻗은 롱다리, 그리고 툭 튀어나온 광대뼈와 갈색머리가 매력적인 여성이다.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타이어회사 ‘CEAT’를 설립한 증조부와 오페라 작곡가 겸 건축가인 아버지, 그리고 피아니스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유복한 집안의 자녀였다.
다섯 살 때 부모를 따라 파리로 이주했으며, 어려서부터 피아노, 바이올린, 기타 등을 배우면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부모를 통해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 유명 지휘자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 거물급 음악인들을 만나기도 했다.
미술과 건축학을 공부하다가 그만두고 모델이 되기로 결심한 그녀는 19세 때부터 본격적인 모델 활동을 시작했다. 그녀의 전성기는 1990년대였다. 당시 연간 750만 달러(약 71억 원)를 벌어 들이면서 톱모델 2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30세가 되던 1997년 10년 간의 모델 활동을 접고 은퇴를 선언했다. 가수로 전업한 그녀는 2002년 발표한 노래 ‘누군가 내게 말하기를’이 빅히트를 기록하면서 성공적인 가수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이 노래는 비평가들의 혹평에도 불구하고 200만 장이 팔려나갔으며, 프랑스 샹송 차트에서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등 큰 인기를 누렸다.
엘리제궁의 안주인이 되더라도 가수 활동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그녀는 “사르코지와 사랑에 빠졌다고 해서 가수 인생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다. 노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음악에 대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