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불법돈사 운영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오영호 의령군수가 법원에 출석, <일요신문>의 취재요청에 불쾌함을 드러내며 손으로 취재진을 떨쳐내고 있다.<2017. 9.12. 임경엽 기자>
[경남=일요신문] 임경엽 기자 = 불법돈사 운영 논란으로 지역 주민들로부터 비난을 사고 있는 오영호 의령군수(68, 무소속)가 법원의 선고를 앞둔 가운데, 재판부에 제출할 탄원서를 받는 과정에서 군청 조직과 산하단체를 앞장 세웠다는 의혹이 제기돼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9월 13일자 보도>
오 군수는 지난 12일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에서 건축법 위반, 산지관리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검찰로부터 징역형을 구형받았다.
이날 재판에 앞서 피해 주민들은 지난 11일, 오 군수를 군민 대다수가 구속되기를 바란다며 엄벌에 처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을 담은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전개되자 의령군은 14일, 고위 공직자를 중심으로 오 군수의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 작성에 나섰다.
각 실과와 읍면 직원들에게 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공직사회가 군수의 불법으로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은 물론, 군민들에 대해 정면으로 대치하는 상황을 연출했다는 지적이다.
이날 상급자로부터 서명 요구를 받은 한 공직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 지금 의령군에서 벌어지고 있다”며 “정말 미치지 않고서는 할 수 없는 짓거리다”며 공직사회를 맹비난했다.
그는 이어 “자발적인 서명을 요구하지만 인사권자인 군수의 탄원서이다. 만일 서명을 하지 않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우회적으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정말 갑질 중에 갑질이며 이게 무슨 탄원서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다른 공직자는 “상급자는 자발적이라고 하지만 하위직 공무원은 압박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누구의 발상인지는 모르지만 오히려 군수에게 역풍이 불 것이다”며 “의령군의 공무원으로서 군수의 일탈에 대해 저항하지 못하는 점 군민들께 송구하게 생각하며 수치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겠다”고 항변했다.
그는 또 “군의회와 공노조는 이런 상황에 대해 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나”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기구인가. 군수의 홍위병이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직자들의 제보를 접하고 <일요신문>이 탄원서 관련, 취재에 나서자 관계 고위공무원들은 대게 모르쇠로 일관했다.
한 사무관은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으며, 관례에 따라 탄원서에 서명하게 됐다. 군수가 지시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또 탄원서 서명의 명분에 대해서는 답변을 회피하고 익명처리를 요구했다.
특히, 문제 당사자인 오 군수는 물론, 윤주각 부군수, 행정과장 등 책임 있는 고위 공직자들은 취재요청에 우회적으로 피했다.
그 과정에서 A면사무소는 탄원서를 복사해 관내 마을이장과 노인회를 상대로 서명을 독려한 사실이 공무원과 이장들을 통해서 드러나기도 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며 은폐하려던 공직사회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취재가 본격화 되자 이번에는 공직사회에서 군 산하단체와 측근들을 중심으로 옮겨갔다.
15일, 의령읍 주민 A씨는 “노인회 총무 B씨가 주민들을 상대로 오 군수 탄원서 서명을 받아 달라고 왔기에 화를 내며 돌려보냈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노인회 관계자 B씨는 “탄원서 서명을 받기에는 명분이 없다. 하지만 노인회 사무국장의 요청이 있어 거절할 입장이 아니라 나섰지만 주민들로부터 비난만 받고 발걸음을 돌렸다”며 스스로 문제가 있음을 자인했다.
또 노인회 사무국장 C씨는 탄원서 출처를 묻는 질문에 명확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오 군수 측근으로 알려진 D씨를 암시하는 어설픈 답변으로 마무리했다.
그는 이어 “주민들의 반응이 예사롭지 않다고 하여 서명 자체를 받지 말라고 했다. 한사람도 받은 게 없다”고 해명했다.
또 오 군수 측근의 한 인사는 탄원서 내용에 대해 “탄원서를 받는 측에서는 조금 좋은 방향으로 미화해서 받는 것이 아니냐”며 멋쩍게 웃었다.
이렇듯 논란이 확산되자 군민들은 책임 있는 기성 정치인들은 물론, 현 도의원과 군의회, 공노조를 향해 분노하며 맹비난을 토해냈다.
<일요신문>은 이종섭 도의원을 비롯해 언론 등에서 차기 군수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5명의 출마 예상자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종섭 도의원은 “단체장 개인의 범법행위이며 더구나 주민들이 그 피해로 인해 고발한 사건이다. 지탄받아 마땅한 일인데 공직사회가 나서 탄원서를 받는다는 것은 전혀 상식밖의 일이다. 오히려 공직사회가 주민들의 편에서 군수를 비난하고 공개적인 사과를 요구해야 하는 것이 국민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공무원상”이라고 질타했다.
또 그는 “탄원서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며 “현실과 배치되는 부분이 상당하다”고 부당성을 강조했다.
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김충규 전 남해해경청장은 “군민들의 반발이 심해 당 관계자들과 의논한 결과, 현재 재판을 앞두고 있는 시점이라 행동으로 보이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 조심스럽다”며 “묵묵히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행동으로 옮길 것이다. 적폐청산의 기치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삼아 오 군수의 일방적인 독주를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진옥 전 도의원은 “공직기강이 너무 해이해져 있는 것 같다. 주민들을 상대로 빚어진 행정수장의 개인범법 행위에 대해 공직사회가 나선다는 것은 군민들을 상대로 전쟁을 하자는 아주 위험한 처신이다”며 “비난 받아 마땅하다”고 단호하게 질책했다.
오용(무소속) 현 군의원은 “현 군의원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공직자들과 산하단체가 나서 정당하게 서명을 받지 못했다는 것은 민심의 향방을 알고 있다는 반증인 것으로 풀이된다. 오 군수의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군민들의 중지를 모아 의회차원에서 강력한 액션을 취하겠다”고 밝혔다.
무소속 후보로 거론되는 한우상 전 군수는 “먼저 피해 주민들과 군민들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것이 대단히 아쉬운 점이다, 그리고 공직자들과 산하단체가 군수로 인해 피해 주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처 탄원서를 서명한다는 것은 완전히 민심과 이반되는 행위이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개탄했다.
오 군수계로 알려진 이선두 전 사천부시장은 “탄원서와 관련해 아는 것이 전혀 없어 답을 하기가 부적절 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피해마을 주민대표인 홍한기(59·미곡마을 환경대책추진위원회)위원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마치 오 군수를 우상화 했다며 탄원서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한편, 홍한기 위원장과 피해마을 주민들은 지역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재판 결과를 지켜보고 긴급회동을 가질 계획으로 알려졌다.
또 불법의혹으로 해소되지 않고 있는 오 군수의 돼지돈사에 대해 전면조사를 촉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확산될 조짐이다.
오 군수의 선고 공판은 오는 26일, 오전 9시 50분 마산지원 220호 법정에서 열린다.
본지는 오 군수의 불법돈사로 인해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이 법정에 제출한 탄원서와 주민들의 제보에 근거, 행정정보공개 청구, 행정소송 등 심층취재를 통해 의령군과 오 군수의 불법 의혹에 대한 허와 실을 계속해서 보도할 계획이다.
ilyo33@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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